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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달에 다가가는 소녀의 작법 2 ~두 명의 코쿠라 아사히~

4월 초 (사이카 side) 8

by Horriblaze 2019. 7. 22.

 작가의 말



 하루가 기네요. 4월은 몇화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4월 초 (사이카 side) 8



 side 사이카



 "어디든 좋으니까 앉아."

 "고마워. 그렇지만 아직 머리가 안 마른 것 같아. 소파까지 젖지 않을까."

 "그런거 젖어도 금방 말라. 아아 아니야, 소파는 괜찮아도, 머리가 젖은 채로는 감기 걸리겠다. 드라이어 가지고 올게."

 루미 누나는 기분이 초조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달리거나 하지 않고, 문 열고 닫는 것도 조신한 것이 그녀의 호감이 가는 부분이다. 품위가 있다.

 허락을 받았기에 나는 일단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꺼냈다. 교복에 들어있었기에, 휴대전화는 무사했다.

 조작해 화면을 보고 있자, 이요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의사님께서도 일단 안심이라는 말을 하셨어요. 지금부터 본격적인 검사에 들어가요.』

 메일 내용에 다소 안도했다.

 코쿠라 씨도 후유증이 남을 걱정은 없다고 말해줬지만, 역시 병원의 의사의 말이 있으면 더욱 안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애초에 그녀를 걱정할 자격이 내게 있는건가. 응급 사태였지만, 나는 그녀의 앞에서 알몸과 가까운 모습을 하고 말았다. 그건 즉 내 성별을 그녀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녀가 눈을 뜨고 상황을 점점 파악해나가면서, 내가 남성인 것에 생각이 미쳤을 때, 어찌됐든 동요를 하겠지. 그럴 때에 내가 눈앞에 있으면, 갑자기 얼굴을 때릴지도 모른다.

 그런 것도 생각해, 따라가는 것에서 나를 제외하고 이요가 가줬음에 틀림없다. 그 두사람에게는 정말로 감사한다.

 만약 에스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몸이 떨려서 어쩔 수가 없다.

 "자 담요! 몸을 떨고는 왜 그래? 혹시 추워졌어? 목욕탕 쪽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어쩌지."

 "……괜찮다구, 루미 누나. 에스트의 일이 걱정이라서."

 "……그런거였어."

 루미 누나는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혹시 질투하고 있는걸까?

 의문스럽게는 생각하지만, 루미 누나는 상관하지 않고 내 옆에 앉아, 드라이어를 써서 머리를 말려주고는, 정돈해주었다.

 "머리를 말리고, 빗어주다니 연인 사이같네. 부끄러운걸."

 "그런건 됐으니까 조용히 앉아있어."

 "쌀쌀맞아. 이 방에 있는, 루미 누나가 평소에 쓰고 있는 것을 만지면, 생활을 함께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걸. 어쩐지 연인 사이같은데. 부끄러운걸."

 "됐으니까."

 "쌀쌀맞아. 상냥히 대해줘도 되는데."

 "상냥히 대해지고 싶으면, 나중에 따뜻한 음료도 주고, 목욕탕에도 들어가게 해줄테니까."

 쌀쌀맞은 듯 하면서도, 루미 누나는 과보호적이다. 기쁜걸.

 "그래서, 얼버무리면서 이야기를 피하려하는 것 같은데, 이제부터 어떻게 할거야?"

 그러면서도 냉정하다. 내 본심을 꿰뚫어보고 있다.

 "……가능하면 이대로 에스트의 종자를 계속하고 싶어. 조사원이 코쿠라 씨와 그 종자라는건 알았어."

 "그거에는 놀랐어. 피아노과 쪽까지 소문이 났었어. 흑발의 여성에게, 기절한 하얀 머리카락의 여성이 공주님 안기로 옮겨졌단 이야기가 말이지."

 "그만해, 루미 누나. 그걸 들으면, 부끄러워서 또 기절할 것 같아."

 지적받자 다시금 부끄러워졌다. 이 건으로 놀림받는건, 정말로 부끄럽다구.

 "그 장면, 나도 보고 싶었는데……. 이제부터 코쿠라 씨를 만나도 괜찮겠어?"

 "성으로 불리는건 극복했어. 그저 부끄러움 쪽은……."

 "무리였구나."

 "응."

 코쿠라 씨에게 여장 모습을 보이는건, 어떻게 해도 부끄럽다.

 그저 이것에 익숙해지면,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의 무대에 설 때에 배짱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평범히 여장해서 지내는건 익숙해졌지만, 잘 생각해보니 여장해서 무대 위에 설 때는 다른 긴장과 부끄러움이 솟아올 것이다.

 코쿠라 씨와 여장해서 만나는 부끄러움을 극복하면, 그건 틀림없이 내 힘이 된다.

 그렇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다.

 에스트다. 나의 성별을 그녀가 눈치챈 경우, 큰아버님이 준비해준 가짜 진단서를 사용해 설득을 시도해볼 것이다.

 사쿠라코우지 사이카라는걸 밝히는건 안된다.

 그녀 속에서는 지금껏 사쿠라코우지 사이카의 호감도는, 최저치가 아닐 뿐더러 마이너스인 채다.

 성별이 남성이라는 것까지는 받아들여줄지도 모르겠지만……. 사쿠라코우지 사이카라는 사실만은 숨겨야만 한다.

 그 의도를 루미 누나에게 전했다. 들은 루미 누나는 진지한 얼굴을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렇네. 최저한 정체가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씨라는건 숨겨야만 해. 에스트 씨만이 아니라,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조사원이 학원에 들어온 날에, 조사 우선대상으로부터 종자가 떨어져나가면, 틀림없이 의심받을거야."

 "응. 그러니까 만약 성별이 들켰었다면, 내가 보증인이 될게. 이걸로 적어도 에스트 씨가 품을지도 모르는 불신감은 나아질거라고 생각해."

 "고마워, 루미 누나. 이걸로 내가 에스트를 지탱할 수 있을 가능성이 늘어났어."

 "지탱해?"

 "응……. 드디어 닿을 수 있었어. 내가 찾고 있던 것에."

 에스트를 지탱해주고 싶다. 이 마음은 지금도 아직 가슴 속에 있다.

 줄곧 부정하고 있었으니까, 이 마음을 자각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나는 모두에게 지탱받고 있다.

 그러니까, 일어서 있을 수 있었다. 나도 누군가를 지탱할 수 있도록 되고 싶다.

 사랑을 주고 싶다고 줄곧 마음 먹고 있었지만, 그 첫걸음이 아버님이 말씀하셨던 말 속에 있었던거다.

 나약한 생각이라고 줄곧 착각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탱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자, 그게 얼마만큼 힘든 일인지 알았다.

 큰아버님이 말했던대로다. 아버님은…….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나약하지 않았다.

 "약한 마음을 가진건 아니지?"

 "아니야. 루미 누나가 내게 협력해주는 것과 같은 일이야. 거기다. 아트레도."

 "아트레 씨?"

 "맞아. 그 여동생은, 자신의 용모가 극히 일본인적으로 태어난걸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

 좋게 생각하지 않을 일이 아니라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언제였는지 본인이 말했었어. 내가 햇빛 아래로 나가지 못하거나, 외견으로 고민하고 있는건, 자신이 밀어붙인 것이라고, 그녀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고 있어. 내 입장에서 보면, 지금으로써는, 이 피부도 머리색도 자랑스러운 것 중 하나야. 아트레가 『밀어붙였다』라는 것 따위를 생각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그건 오히려 큰 오해, 나쁘게 말하면 실례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아트레의 안에서는 그 생각을 간단히 지울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 일을 깨달은 나는, 호의를 달게 받아들였다. 너무 받아들여서, 너무 어리광을 부리고 말았지만 말이야.

 "그녀가 행복을 느끼는거라면, 헌신하게 놔두자고 생각해. 그게 언젠가, 아트레가 내게 사양하지 않는 일로 이어질거라고 믿으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나와 아트레 사이에는 신뢰, 가족애가 있으니까 그런거야. 아트레가 내게 헌신하고 싶다고 생각해주는 마음은 독선이 아니야. 그걸 인정하는 것도 서로를 위해서라고 생각해."

 그 여동생을 통해서, 헌신하기를 바라는 상대에게는, 감사의 말이 제일 가는 구원이 되는 것을 나는 알았다.

 자기 혼자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감정도, 서로의 바람을 받아들인다면, 한없이 옅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트레 씨는, 사이카 씨를 위하는걸 바라고 있는거구나. 납득했어……. 그저 그걸로 어째서 코쿠라 씨에게, 그렇게나 부정적인 감정을 보내는걸까? 서바이벌 나이프나 스펀지탄이라고는 해도, 총을 준비해서 코쿠라 씨를 사이카 씨에게 만나게 하지 못하게 하려고도 했고. 농담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아트레 씨는 코쿠라 씨에 대해서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

 "그건 아마도……. 코쿠라 씨가 이전 주인을 상처입혀서 그런게 아닐까. 그 때와 같은 일이, 이번에는 내게 일어나버릴지도 모른다는걸, 경계하고 있는걸지도 몰라."

 아트레는 내게 헌신하는걸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코쿠라 씨도 사용인이었어서 그런지, 전의 주인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코쿠라 씨는, 자신을 위해서 전의 주인의 인생에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아버님이 어머님에게 헌신하고 있는건, 어머님의 미소를 좋아하니까 그렇다고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다. 그 일을 아버님에게서 배운 아트레의 입장에서 보면, 코쿠라 씨의 일을 헌신하는 자로서 불성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의 코쿠라 씨는 총재 공이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아트레는 총재 공이 마음에 들어했었지만, 지금의 총재 공이 마음에 들어하는 대상은 코쿠라 씨. 게다가 오오쿠라 가 총재의 입장에 서 있는데도, 오오쿠라 본가에서 나와 다른 장소에서 함께 살기 시작할 정도니까, 그 마음에 들어하는 정도가 아트레와는 비교할 정도가 안된다.

 좋아했던 숙모가, 퐁하고 튀어나온 상대에게 빼앗겨버리고 만 기분도 조금 있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을 들은 루미 누나는,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다고 한다면 코쿠라 씨와 아트레 씨는, 조만간은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지도."

 "코쿠라 씨 본인은, 아트레에게는 아무런 악감정도 없지만. 거기다 그 사람은 이미 충분히 괴로워했다고 생각해."

 그 미소를 짓지 못할 정도로, 코쿠라 씨는 괴로워했었다.

 거기다 지금의 코쿠라 씨의 입장이라면, 전의 주인에게 사과하러 가는 것도 가능할 터다. 정식적으로는 오오쿠라의 이름을 댈 수 없지만, 이미 큰아버님의 딸로서 주위에게 인정받고 있다.

 언젠가, 전의 주인과도 화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좀 더 그 사람은 기운차게 될테니까.

 "……뭔가 조금 가슴이 살짝 싫은 기분이 됐어."

 "응?"

 "그러니까 사이카 씨가, 타인을 위해서 자신을 바친다는 고백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루미 누나?"

 "조금 건방져도, 프라이드와 자신에 넘쳐있던 사이카 씨를 나는 소중히 생각했었어. 그러니까, 전과 같이 프라이드와 자신을 되찾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사이카 씨가 쉽게 타인에게 마음을 맡기는건, 복잡해."

 루미 누나는 내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어주었다.

 "루미 누나가 질투해주다니, 상상도 못해봤어, 기뻐."

 "자주 함께 장보러 나갔던 남동생이, 남자다운 취미를 찾아내, 휴일에 같이 놀지 못하게 된 누나의 감각이야. 질투와는 다를까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고는 실망하게 하고, 루미 누나는 대체 뭐가 하고 싶은거야?"

 "가슴이 살짝 싫은 기분이 됐으니까, 화풀이."

 너무해. 내 마음은 깊게 상처입었다구.

 그래도, 다음 순간, 루미 누나의 손이 눈앞까지 뻗어져 와,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 힘이 강하게 담길수록, 부드러운 피부에 몸이 감싸여갔다. 전에도 느꼈던 따뜻함.

 여성의 포용력이라는건 이런건가. 남성인 내게는 절대로 불가능하고, 언제나 느끼고 싶은 포근함이다.

 "농담이야…… 사이카 군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루미 누나."

 "처음 풀에 들어간거지. 만약 빠지기라도 했으면하고, 걱정이었어."

 실제로 나는 빠질 뻔했다.

 에스트를 구출해냈다고 생각해, 안심함과 동시에 힘이 빠져서 물 속에 들어갔었다.

 빠진다는 것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코쿠라 씨와 이요가 와주질 않았다면, 정말로 위험했다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서 과보호적인 루미 누나는, 분명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음이 틀림없다.

 "미안. 루미 누나한테 걱정을 끼쳐서."

 "무사하다면 됐어. 그렇지만, 그다지 걱정하게 하지마."

 정말 좋아하는 누나의 포근함을 느꼈다. 역시 나는, 이 사람이 정말 좋다. 연애 감정으로서가 아닌, 친애로서지만.

 그대로 루미 누나가 하고 싶은대로 안게 놔두고 있자, 전화가 울렸다.

 "아, 전화가 울리고 있어. 야소시마 씨 아니야?"

 "응……. 네, 코쿠라입니다."

 『야소시마입니다. 저는 지금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들을 위험이 없는 장소에 있습니다만, 그쪽은?』

 "지금은 루미 누나의 방에 있으니까 괜찮아. 그래서 아가씨의 용태는 어때? 아직 결과가 나오는건 좀 걸릴 것 같아?"

 『아뇨, 아까 전 모든 검사가 막 끝난 참이에요. 지금부터 맨션으로 돌아갈거예요.』

 "그래, 맨션에……. 어, 어떻게 된 일이야? 아직 안돼. 입원하는 편이 나아."

 후유증이 남을 걱정은 없는 모양이지만, 역시 걱정된다구!

 『의사의 진단을 받았어요. 병원에 온 후의 경과를 관찰해보니, 보행, 대화하는데에 문제는 없으며, 회복하고 있다고 판단하셨어요. 오늘은 방에 돌아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병원에 온 후의 경과라니……. 라고 생각했더니 시계를 봐보니 루미 누나와 이야기하는 사이에, 그 나름대로의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래도 입원할 수 있다면 하는 편이 나아. 무슨 일이 있었을 때 의사가 가까이 있는 편이 안전해."

 『저도 그렇게 말했지만, 에스트 아가씨 본인이 방에 돌아간다고 강하게 희망하고 계세요.』

 "내가 설득할까?" 

 『아뇨, 아마도 도련님의 말이라도 무리예요. 에스트 아가씨의 방에 돌아가는 이유가, 도련님을 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니까요. 자신이 입원하면, 아사히 씨는 반드시 병원에 와버릴테니까하고 말씀하셨어요. 아직 해는 저물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듣고, 커튼으로 닫혀있는 창문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커튼 틈새로부터 보이는 햇빛의 밝기를 확인하니, 지금은 저녁에 가까운 정도다. 확실히 해가 지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도련님의 건강을 고려해, 에스트 아가씨는 돌아가기로 정하신거예요. 도련님이 몸이 중요하다고 들어서, 제가 멈출 수도 없어요. 그리고 그녀는, 도련님이 설득한다고 해도, 당신이 병원이 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맨션으로 돌아오겠죠.』

 "그녀가 그렇게까지."

 기쁜 마음이 솟아올랐다. 가능하면 병원에 남아줬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내가 병원에 가지 않을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에스트의 무사한 모습을 이 눈으로 보고 싶다.

 서로의 몸을 걱정해서 그런 일이다. 일방적으로 한쪽의 요구만을 들어달라고 말하는건 무리가 있다.

 "알았어. 엘레베이터 홀에서……. 아니, 에스트의 방 앞에서 기다릴게."

 『알겠어요. 아아, 그리고 코쿠라 씨는 지금 도련님과 함께 있나요?』

 "없어. 그 사람은 종자인 카린이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줄테니까, 풀의 탈의실에서 헤어졌어."

 코쿠라 씨는 여성이니까, 남성인 내 앞에서는 젖은 교복도 갈아입지 못할테니까.

 탈의실에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통로를 젖은 교복으로 걸을 수도 없다. 그래도, 나와 다르게 루미 누나가 올 때까지, 젖은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감기 걸리지 않을까 걱정인걸.

 "코쿠라 씨한테 무슨 일 있어?"

 『에스트 아가씨가 코쿠라 씨에게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셨기에, 도련님의 곁에 있는지 확인해두고 싶었어요. 없으시다면, 전화가 끝난 후에 코쿠라 씨의 전화에 연락해볼게요.』

 "그러는게 좋겠어. 코쿠라 씨도 에스트의 일은 걱정일테니까. 나도 부탁할게."

 나중에 이요에게 코쿠라 씨의 전화번호를 듣자.

 생각해보니, 어머님에게서 연락이 있었을 때에, 코쿠라 씨의 전화번호를 물어봐두었어야 했다. 전화번호만 알면, 연락이 닿았을텐데.

 이제와서지만 깨달은 일에 후회를 품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나도 갈래."

 루미 누나는 당연하다는 듯 동행을 제안했다.

 에스트가 내 성별을 눈치채서, 만난 순간에 폭력을 휘둘러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미안. 일단은 혼자서 가고 싶어."

 "괜찮겠어?"

 "당사자는 나고, 그 자리에 없었던 루미 누나가 같이 오면 반대로 의심받을지도 몰라. 거기다 루미 누나한테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도 할거니까."

 "하?"

 "아니, 아까 전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는걸 보면, 가슴이 싫은 기분이 된다고 말했었잖아?"

 "말했었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거야?"

 "응. 전보더 더 헌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거야."

 루미 누나는, 굉장히 복잡한 얼굴을 했다. 그녀가 말하는 싫은 기분과, 납득이 가지 않는 것과,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것과, 여러 종류의 감정이 섞인 얼굴이었다.

 "이야기가 일단락되면, 전화로 연락할게. 그 후에 내 주인님과 이야기하면 돼."

 "……다녀와."

 현관까지 배웅해주면서, 루미 누나는 아직도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조금 더, 루미 누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거기에 너무 어리광부려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미안해, 루미 누나.


 "앗."

 에스트의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얼굴을 본 순간, 가슴에 열이 찌릿하고 퍼져나가는 것을 자각했다.

 가슴에서 퍼져나가는 기쁨을 받아들이면서, 에스트의 반응을 나는 기다렸다. 성별을 눈치채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게 너와 나의 이후의 관계를 결정하는거니까.

 "……아사히 씨?"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아가씨."

 "여기서 계속 기다렸던거야?"

 "계속이라고 하셔도, 검사가 끝났다는 연락을 야소시마 씨에게서 듣고 난 후예요. 그렇게나 기다리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아가씨를 어떤 얼굴로 맞이하면 좋을지, 그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지나가버렸어요."

 "좋은 종자."

 드물게 일본어를 하기 어려웠는지, 내 주인은 그렇게 말했다. 영어라도 괜찮은데.

 ……아니, 에스트의 영어는 더러우니까, 반대로 나쁜 인상을 받지 않을까.

 "방에 들어가자. 이야기를 하고 싶어."

 "네. 저도 아가씨와의 대담을 바라고 있었어요."

 서둘러 카드키를 꺼내는 에스트는,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훨씬 등이 넓게 보였다. 이미지지만.

 "야소시마 씨와는 밑에서 헤어지신건가요?"

 "맞아. 맨션까지 오면, 쓰러질 걱정도 없을거라 생각했거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엔트런스에서."

 "저도 감사 인사를 드릴 셈이었는데요."

 "내 이야기가 끝난 뒤에 해. 지금은 무엇보다도 당신과 둘이서 이야기가 하고 싶어."

 이 사람은, 진찰이나 검사 사이에도, 내 일을 생각했던건가.

 아니, 당연하다. 에스트는 신용해야할 사용인인 내게 속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직 평범하지만, 이제부터 해야할 추궁이 있을 터다.

 나를 봤을 때의 그녀의 표정은 밝았지만, 상황좋은 기대에 기댈 수는 없다.

 잊어서는 안된다. 나는 에스트를 속이고 있다. 성별만이 아니라, 사쿠라코우지 사이카인 것도.

 성별이 남성이라는 것이 들켰다고 해도, 사쿠라코우지 사이카라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을 터다. 그렇다고는 해도, 남성인 일을 에스트가 알고 있어도, 지금부터 이후에도 나를 옆에 두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야만 한다.

 "어 저기……. 맞아! 일단은 감사 인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해. 도와줘서 고마워. 당신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빠졌을거야. 목숨의 은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해."

 에스트는 나를 『목숨의 은인』이라 불렀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 감정을 이용해야만 한다.

 ……가슴이 아파졌다. 나는 큰아버님과 다르게, 이치에 맞게 계산할 수 있는 인간은 아닌 모양이다. 죄악감이 점점 가슴 속에 쌓여갔다.

 이 죄악감이 폭발했을 때의 일을 생각하니……. 공포 밖에 안 느껴진다구.

 "이제까지도 혼자서 수영하러간 적이 있었어.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누군가……. 가능하면 당신을 데리고 가도록 할게."

 "부탁드릴게요. 감사를 받고 싶은건 아니지만요, 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오늘의 사고를 잊지 말아주세요."

 "응. 당신이 있어서, 그것도 당신이 냉정한 대응이 가능한 사람이어서, 큰일이 되지 않고 그쳤다고 생각해. 만약 당신이 연락을 먼저 하지 않고, 혼란스러워해서, 빠져가는 나를 도우려 뛰어들거나 했으면, 둘이서 가라앉아버렸을지도 몰라."

 정말이야. 실제로 앞으로 조금 코쿠라 씨가 오는게 늦었다면, 나도 빠졌을테니까.

 ……응?

 "남자한테 안겨서, 그 후에 코쿠라 씨와 다른 남성에게 풀사이드까지 옮겨진걸 기억해. 그 때는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 기억이 두루뭉슬해서, 목소리도, 얼굴도 무엇 하나 기억이 안 나. 코쿠라 씨의 일은 야소시마 씨가 알려줘서 알았지만, 처음에 도와준 남자만은 눈을 떴을 때는 없었어. 이 맨션의 종업원인 사람이지. 나중에 코쿠라 씨와 함께 답례를 준비해둬야지……. 과자면 괜찮을까?"

 답례따윈 필요없어. 그것보다도 처음에 『안고 있던 남성』이란건, 그거 나야.

 이건? 어느 쪽이지…….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나? 아니면 무언가 계산한게 있어서 시치미를 떼고 있나?

 계산이라 가정하기에는, 질질 끄는 듯한 일을 할 이유가 그녀에게는 없다. 친절함으로 못 본 체하기에는, 지금부터 이후를 생각하면 동거할 기간이 너무나도 길다. 못 본 체하며 해고한다면, 내가 빌붙지 않게 엄하게 대응할 터다.

 즉……. 에스트는 풀 안에서 끌어안은 남성이 나라고 눈치채지 못했어?

 그렇다면 좋은 소식이다. 내 성별에 관해서도, 가능하다면 숨겨두고 싶다. 아직 확증은 없다.

 ……여기서는 조금 더 에스트의 말을 기다리자.

 그렇다고는 해도, 질문을 받은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다. 일단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아까 전 아가씨는, 코쿠라 씨와 함께 남성이 풀사이드까지 옮겨주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응."

 "빠진 아가씨를 풀사이드까지 옮긴건 코쿠라 씨와 야소시마 씨예요. 남성이 아니에요."

 "아아!"

 너무나도 실례인 말을 입에 담았다는 듯이, 나의 주인은 입가에 손을 댔다.

 "다행이다. 알몸에 다름없는 몸을 남성, 그것도 두사람에게 만지게 했다고, 병원에 있을 때도 고민했었거든."

 그 청초함은 자랑스럽다. 멋져,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

 "너무나도 다부진 몸이었으니까 무심코. 옮겨준게 야소시마 씨라고 들어서, 엄청 안심했어. 그러고보니 병원으로 옮겨질 때도 옆에 있어줬어."

 "코쿠라 씨도 구급대원분이 오실 때까지, 함께 있으셨다구요. 교복이 다 젖은 채로요."

 "엑!? 코쿠라 씨! 교복을 입은 채로 풀에 들어왔어!?"

 "네. 저도 놀랐어요."

 "대단해. 옷을 입은 채로 수영하다니……. 앗, 그러면 코쿠라 씨의 교복은."

 "아쉽지만 흠뻑 젖어서 조만간은 입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우으, 코쿠라 씨에게는 면목이 없어. 모처럼 새로운 교복이었는데……. 변상해야지."

 "그러네요."

 이건 반드시 해야만 한다. 코쿠라 씨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지만, 이쪽의 마음의 문제다.

 교복 이외에도 그 사람에게는 어떤 답례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 물욕같은게 없어보이지.

 에스트와 나를 도와준 답례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일을 포함해 무언가 은혜를 갚고 싶은데, 뭘 주면 그 사람은 기뻐해줄까?

 "코쿠라 씨만이 아니라 야소시마 씨에게도 답례를 해야 하고. 남성이라고 착각한 일은 비밀로 해둬야지."

 이요은 의외로 소녀틱하니까. 그 일은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도 생각해.

 "그래도, 처음에 나를 끌어안은 남성이 있던건 틀림없는 사실이잖아? 가늘지만, 의지할만한 몸에 닿은게 기억나. 그 사람은 진짜 남성이었어. 하아, 어쩌지. 이것도 신에 대한 모독이 되는걸까."

 도와준건 나야. 네 몸에는 전혀 흥미없다고 전해줄 수만 있으면 좋을텐데.

 엄한 마음을 전혀 품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기 보다는, 그 응급 사태에서 성욕따위 품을 수 있을리가 없다. 애초에 나는 여성의 몸에 흥미를 가질 수 없고.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 틀림없다.

 에스트는 내 성별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응. 도와준 남성에 관해서는, 큰일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생각할래. 그건 제쳐두고."

 "네?" 

 "아니, 그게. 그 후……."

 "네."

 뭘까. 지금까지 말하기 어려운 일도 제대로 된 말투로 말했었는데, 갑자기 말이 어눌해졌다.

 ……설마, 역시 눈치채고 있는걸까? 이대로라면 끝이 안 난다. 뛰어들어보자.

 "여기에는 저 밖에 없어요. 타인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해도, 이 자리에서 이야기한 내용은 세간에 밝히지 않고, 제 가슴 속에만 남겨둘게요. 부디 사양하지 마시고, 털어놓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야기를 해주세요."

 "응. 키스."

 "어?"

 "키스. 해서, 나를 구해줬지. 아, 아사히 씨."

 한순간 무슨 소리인지 몰랐지만, 입을 맞춰 물을 빨아들이려고 했던 장면의 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때는 나도 빠찔 뻔해서 의식이 몽롱해서, 어쨌든 에스트를 도우려고 필사적이었다.

 구명 행위 이외의 감정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뭔가 할 수 있는건 없나하고 생각해, 그 때의 내가 도달한 행동이 그거였다.

 떠올렸고 대답하기 곤란한 일을 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렇다기보다는, 말한 본인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설마 얼굴이 붉어?

 "코쿠라 씨는 가슴을 눌러주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 처음 남성은 손이 비어있을테니까, 혹시나 남성의 입맞춤을 피하기 위해서, 당신이 키스해준거야?"

 "어? 아, 네."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일로 해두고 싶다. 그거라면 내가 입을 맟춘 이유는 대강 생긴다.

 "그렇다기보다도 아가씨. 그 때 했던건 키스가 아닌, 그, 뭐라고나 할까요."

 "아니 그치만, 혀……. 아무것도 아냐."

 도중까지 말하지마. 곤란한건 들은 나야.

 아아 그러고보니까, 잘 떠올려보면……. 혀도 얽혔다. 입맞춤이라는건, 신기하게도 머리를 녹여버려 무아지경으로 만드는 것이구나.

 "어째서 저라고 아셨던건가요?"

 "아, 그게……."

 혹시 나……. 유도심문에 넘어간건가?

 이 곤란해보이는 듯한 반응을 보는 한, 키스 상대가 나라고 확신을 품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까운 일을……. 아니, 그 경우 코쿠라 씨에게 지금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그 사람의 입에서 키스의 건을 이야기하는건 싫다.

 "아니, 응. 알았다고나 할까, 당신이라 생각했었어. 그렇지 않으면 곤란한 것도 있지만, 내가 이름을 불렀더니, 대답해줬으니까."

 "이름……."

 분명히 에스트는 그 때, 『아사히』라고 불렀다. 그건 코쿠라 씨가 아닌, 내 쪽이다.

 "여, 여자끼리, 키스를 하고 말았네."

 "어, 아, 네……. 그렇게 되겠네요."

 응? 뭐지. 남녀간 키스를 했다고 간주되는 것보다도, 이상하게 부끄러운 듯한 느낌이 든다.

 보통 반대다. 여자끼리라면 괜찮지 않나, 아니, 괜찮지 않은가? 나도 남자끼리 키스따윈 안한다. 그렇게 되면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에스트는 기분 나빠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에스트는 동성이 아닌, 남녀의 키스라 생각하고 있어?

 아냐, 지금까지의 에스트의 행동을 생각하면, 남성에게 몸을 보이거나 만져지는건 싫어했었다. 키스따윌 하면, 괴로워하며, 고민하는 방향으로 감정이 움직일 터다.

 에스트는 여자끼리니까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있는거다. 그녀는 나를 아름다운 것이라 인정해, 혐오감이 아닌 『해서는 안될 것을 했다』는 감각과, 그 행위의 상대에 당황하고 있다.

 즉, 지금 그녀가 얼굴을 붉히고 있는건, 나를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는 증거가 된다.

 "키스를 한 상대라고 다시금 생각하니, 부끄럽네."

 가능하면 냉정히 생각하라구. 네 생각을 납득하고 싶다고 그렇게까지 부끄러워질 소리는 하지마. 대단히 기분이 나쁘다.

 아무래도 여성이라 생각돼 키스하고 만 것이, 굉장히 부끄럽다.

 "그렇다기보다도, 일부러 그런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이쪽까지 부끄러워져요."

 "미, 미안……. 어, 부끄러워? 당신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거야?"

 "나중이 돼서 키스를 했다고 들으면, 부끄럽다구요."

 "그 아사히 씨가, 평소엔 드세면서 완전 S인 당신이 부끄러워? 학교에서 기절해도 교실에서는 부끄러워하는걸 보이지 않았는데."

 그 일을 말하지 말아줘.

 "흐~응, 그래."

 "뭔가요."

 "암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면서, 나의 주인은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

 내심 웃고 있는건가? 그거랑 얼굴이 귀까지 빨개? 거기다 뭘 기쁜 듯이 하고 있는거야. 이 반응만 봐서는, 여성으로서의 나와 키스한 것은, 부끄럽기는 하지만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딱히 에스트는 여자끼리의 연애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녀가 지금, 어떤 기분으로 있는건지 상상할 수가 없다.

 더해서, 지금의 나는, 자신의 기분을 확실히 파악할 수가 없다. 연애 감정이 없는 상대아 키스를 해서 부끄러워하다니, 의외로 절조가 없었던건가?

 ……아냐, 내가 부끄러움을 느끼는건, 어디까지나 여자끼리 키스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에스트와 키스한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진 않다.

 거기다 무엇보다도, 죄악감이 점점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에스트는 어디까지나 여성으로서의 코쿠라 아사히와 키스한 일에 반응하고 있다. 이게 사쿠라코우지 사이카와 키스했다고 인식하면, 그녀의 태도는 변모하겠지.

 갑자기 나를 때리려고 할지도 모른다.

 일단, 여기서는 이야기를 바꾸자.

 "아, 중요한 일을 확인하게 해주세요. 후유증같은 것에 대한 걱정은?"

 "응? 지금 상황에서는 문제없는 모양이야. 이후에는 몇번 검사하러 가겠지만 말야. 내일도 아침부터 병원에 갔다올게. 이틀째부터 학원을 쉬는건 아쉽지만, 내게는 아사히 씨가 있으니까. 나중에 수업 내용을 알려줘."

 "네. 특별편성반에 재적한게 좋은 식으로 작용했네요. 아가씨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야. 과장없이 목숨을 구해줬으니까. 그것도 두번이나."

 제일 처음의 면접 때의 이야기인가. 확실히 그 때도 위험했다.

 ……일본에 와서, 두번이나 단기간에 목숨이 위험해지고, 거기다 오오쿠라 가의 전 당주님에게 노려질지도 모른다.

 ……저주받은거 아닐까, 에스트. 나중에 아트레에게 부탁해 제령을 하도록 하자.

 "아사히 씨."

 "네, 뭔가요?"

 "……빠지면서, 이제 안될거라고 생각했을 때에……. 원래라면 파파나 마마나 언니의 이름이 떠오를텐데. 제일 가까이에 있는건 분명 당신이라고 생각했더니, 무아지경으로 도움을 구했었어. 실제로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 소리쳤어. 당신의 모국어로 『아사히』라고."

 "들렸어요."

 그 목소리에 나는 움직인거다.

 "병원에 옮겨지는 도중에, 두루뭉술했던 와중에도, 의식을 되찾고, 검사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도, 줄곧 당신의 이름이 떨어지질 않았어."

 "당신에게 이름을 불렸을 때, 저는 고양감과 든든함과 자랑스러움을 느꼈어요. 사람을 생각하는 힘이라고 알게 됐어요."

 줄곧 찾고 있었던 답의 끄트머리에 드디어 닿을 수 있었다.

 긍지높은 에스트. 당신에게 감사를 드려요.

 "제 이름을 다시금 불러주세요. 긍지높은 에스트."

 "고마워. 나는 당신과 만난 날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말했어."

 그걸 이뤄낼 수 있을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이루고 싶다고 지금은 진심으로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종자로서지만.

 "그 바람은 이미 이뤄졌다고 생각해. 좋은 종자 아사히. 당신과의 만남을, 진심으로 감사해."

 "저도 감사를. 그리고 다시금 여기서 선언할게요. 당신이 바라는 좋은 종자로서, 저의 주인,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를 위해서 헌신할게요. 자기 자신이 바라서, 당신을 따를 것을 맹세해요."

 진실을 이야기할 때까지.

 이번에야말로 이 맹세를 이뤄내자.

 『누군가를 위하는 일은 어엿한 일』. 아버님의 생각이니까, 반항적이 돼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기분좋게 가슴에 울려퍼졌다. 나는 모두에게 지탱받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엔 나도 지탱하고 싶다.

 그게 분명, 이전의 내가 생각했던 모두에게 사랑을 주는 일로 이어질거라고 생각하니까.

 긍지높은 에스트. 나는 네 바람을 이뤄주고 싶어.

 "나도 당신의 주인으로서, 긍지높은 귀족으로 있기를 바라. 아, 그래도, 그 상냥한 아사히 씨로는 되지 말아줘. 역시 지금도 그 아사히 씨는 반대로 무서우니까. 내가 귀족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지금까지대로 사양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야."

 "네. 처음부터 봐줄 생각도, 용서할 생각도 없어요."

 "여, 역시 조금만 상냥하게 대해줘도 돼 우후후."

 "오히려 충성을 강하게 한 만큼 엄하게 대하겠어요. 저속함을 교정하기 위해서라면, 제가 싫어하는 체벌도 행사할 수 있어요."

 "FU○K!"

 "바로 그러시는건가요."

 슬슬 이 입버릇은 본격적으로 고쳐줬음 좋겠다. 교실 내에서는 물론이고, 코쿠라 씨에게 듣게 하는 건 더 싫다. 그러니까 주인의 코를 강하게 꼬집었다.

 "에어즈록!"

 "참 잘하셨어요, 긍지높은 에스트.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조금씩 고쳐나가죠."

 "완전 S 종자."

 코를 문지르면서 나의 주인은 험담을 했다. 속어가 아니었던건 칭찬해주지.

 "그래도 소중한 사람."

 험담을 한 후에 사람을 기쁘게 하는 말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들은 쪽은 부끄럽다.

 꼬집혔을 텐데도, 어째서인지 그녀는 웃고 있었다. 체벌은……. 조금 부드럽게 하자.

 그렇지만 의식했을 때에는, 자신의 입꼬리도 올라가있는걸 깨달았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럼, 아사히에게 감사 인사도 했고, 이야기도 했어. 이제부터 민폐를 끼친 사람에게 인사하러 돌아다니고 싶은데, 그 자리에 있던건 나와, 당신과, 코쿠라 씨와, 야소시마 씨, 또 한사람의 남성?"

 그건 입을 맞춰둬야만 한다. 에스트가 이야기하기 전에, 코쿠라 씨와 이요를 만나두고 싶다. 그리고, 루미 누나한테도 보고해야 한다.

 "그러고보니 아가씨. 루미네 아가씨도 풀에서의 사건을 알고 대단히 걱정하셨어요. 그렇기에, 무사한 모습을 보여드려 안심시켜드려요."

 "루미네 씨도. 응, 그러네."

 "그럼, 지금부터 말을 걸러 갔다올게요."

 "어? 민폐를 끼친건 이쪽이니까, 나도 갈게?"

 "아뇨, 아직 몸상태가 만전인 아닌 아가씨가 방문해 오시면, 코쿠라 씨도 루미네 아가씨도 야소시마 씨도, 방에서 쉬어달라고 말하시겠죠. 상대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도 신경쓰셔야 해요. 제가 상황을 전해드리고, 인사는 나중에. 어떻게 해서도 얼굴을 봐두고 싶다고 세분이 말하시면, 이 방으로 데리고 올게요."

 "그 세사람 외에도, 또 한사람의 남성도 말이지."

 그건 나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알겠어요』하고 대답해두었다.

 "아, 그러고보니 코쿠라 씨 쪽은 내가 야소시마 씨에게 들어서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다른 세사람 쪽을 부탁할게."

 "……체벌을 엄하게 하겠어요."

 "어째서!?"

 의외인 곳에 코쿠라 씨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나중에 에스트의 휴대전화를 빌렸을 때에, 내 쪽의 휴대전화에도 등록해두자.



 작가의 말



 어떻게든 원작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리고 싶은데요, 아사히의 매력은 엄청나네요.

 과연 원작 히로인들은 아사히의 매력을 돌파하고, 사이카와 맺어질 수 있을 것인가?

 덧붙여 조만간은, 아사히와 아트레는 사이좋아지지 않습니다. 아사히 본인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하지만, 아트레 쪽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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