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다음화부터는 사이카 side입니다.
그 후에는 합류해서, 드디어 리소나와 대면합니다.
그리고 이번화로, 사이카의 이 작품에서의 라스트 미션이 드러납니다.
4월 초 (유세이 side) 7
side 유세이
요우카도 씨에게 안내받아 들어온 그녀의 방 안은……. 하얬다.
비유가 아니라,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여기에 다다를 때까지의 복도나 천장만이 아니라, 문 안쪽이나 가구만이 아닌 조화같은 장식품에 이르러서도 전부 하얬다. 혹은 잘 쳐주어도 은색이다.
너무한 방 안의 장식에 나만이 아니라 리소나까지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엥? 정말로 뭐야 이 방의 하얀 정도는?
"놀래키고 말았니?"
"……솔직히 말해서 상당히 완전 깼어요. 뭔가요, 이 방 안의 장식은? 머리가 이상해지지 않는건가요?"
"안되는걸. 나, 자기도 좀 그렇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얀색이, 정확히 말하자면 백발이 좋은걸."
"백발?"
그렇다는건, 그녀는, 요우카도 씨는 루나님이나 사이카 님과 같은 하얀 머리카락인 사람이 좋은건가.
편견을 갖고 있는건 아닐 것이다. 정말로 하얀 머리카락이 좋은 모양이다.
……이 방의 장식에는 생각하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루나님이나 사이카 님의 머리색을 헐뜯는 사람보다는, 훨씬 더 요우카도 씨가 호감이 간다.
준비해준 하얀 의자에 나와 리소나는 앉아, 카린 씨는 우리들의 등뒤에 섰다. 카린 씨 것도 준비해줬지만, 성실한 사람이니까 일하는 중에는 종자로서의 입장을 무너뜨릴 셈은 없는 모양이다.
내가 허가해봐도, 『이대로 상관없어요』하고 말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내용이 중대한 내용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처음에 감사 인사를 해둘게요. 야소시마 씨에게 에스트 씨와 사이카 님의 위기를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어머, 당신, 사이카 씨를 님 자 붙여서 불러? 학원에서 소문이 났었어. 그 오오쿠라 이온의 딸, 코쿠라 아사히의 일은."
"저는 애초에 사용인의 입장에 있던 사람이에요. 이전에 사쿠라코우지 가가 소유하고 있는 벚꽃 저택에서 일한 적도 있어요. 거기다 사이카 님의 부모님은 제게 있어서 존경스러운 분들이시니까요. 조만간은 편히 이름을 부를 수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어쩐지 복잡해보여. 자세히 듣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오오쿠라 가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둘게."
"……알고 계시는군요?"
"응, 여기까지 와서 숨기려고는 안해. 나는, 그 사람의 일을, 코쿠라 아사히 씨가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씨라는걸 알고 있어."
……사이카 님의 정체가 이 사람에게 들켜있었다.
무리도 아닐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리소나가 말하기엔, 세계적인 여배우로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연기의 본고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꿰뚫어보는건 간단하다.
혹시나 내 정체도…….
"그런데 코쿠라 씨? 당신이 혹시 사이카 씨가 찾던 사람이니?"
"찾던 사람?"
"그래, 전에 옥상의 다과회 때 말했었어. 에스트 씨가 사이카 씨는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아니길 바라고 있어."
"그거에 관해서는 모르겠지만요, 아마도 저는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이카 님과 함께 있었던건, 하루도 안됐었으니까요."
거기다 사이카 님이 나를 찾고 있었다면, 아메리카의 사쿠라코우지 가에 있었을 때에 루나님들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다행이야. 당신같은 아름다운 사람이 상대였다면, 라이벌로써는 허들이 너무 높거든."
……눈치채지 못했다.
눈앞의 요우카도 씨는, 나를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계적인 여배우까지, 여자로서 보는 나는……. 대체?
아냐! 아니야! 혹여나 사이카 님과 똑같이 내 성별을 숨겨주……. 요우카도 씨와 내게는 아무런 접점도 없으니까 그건 아니겠지.
……침울해진다. 아니 정체가 들키면 위험하지만……. 역시 침울해진다.
"엥? 뭐야? 갑자기 어두워져서는? 나 이상한 질문했니?"
"아아,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이 애. 최근까지 정신이 불안했기에, 그 때의 잔향으로 때때로 어두워지거나 우울해지거나 하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들 되돌리겠는데요, 어째서 그 물러터진 놈의 정체를 눈치채고 있었는데 입다물고 있으셨나요?"
"첫사랑인 사람이니까."
"하앗!?"
요우카도 씨가 고한 사실에 리소나는 놀랐다.
나도 놀라고 있다. 어? 사이카 님이 요우카도 씨의 첫사랑 상대? 거짓말!?
"그, 그건 무슨 농담인가요?"
"농담이 아니라 사실. 나, 사이카 씨가 첫사랑인걸."
그 후로 요우카도 씨가 말해준 일에, 나와 리소나는 말을 잃었다.
듣자하니, 어렸을 적에, 요우카도 씨는 사쿠라코우지 본가에서 열리는 『관앵회』에 출석했을 때에, 가발을 벗고 진짜인 하얀 머리카락을 혼자서 내비치고 있었던걸 목격하고는, 사랑에 빠진 모양이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다. 아메리카에서 야치요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내용이 일치한다.
설마, 요우카도 씨가 그 이야기의 현장에 있었다니. 게다가, 필리아 학원에 사이카 님이 다닐 때에 요우카도 씨가 『벚꽃의 정원』에 찾아오다니.
……기적적인 우연이다. 마치 나와 미나토와 같은 일이다.
"뭐어, 처음 내심으로는 놀랐었어. 오랫동안 마음을 품었던 사람이, 여장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그래도, 나, 양성애자니까 신경쓰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제부터 첫사랑과 살 수 있다고, 텐션이 올라갔었어……. 그렇지만, 바로 걱정이 돼서 텐션이 내려갔지. 저기, 오오쿠라 가의 총재 씨."
"뭔가요?"
"솔직히 물어보는데, 당신 사이카 씨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내가 처음에 만났을 때의 사이카 씨. 주위를 경계……. 아니, 주위를 보며 겁에 질려있었어. 처음 만나는 내게도 공포를 품고 있었던 모양이고. 뭘 했는지, 이야기해줬음 좋겠어."
"대단한 일은 하지 않았어요. 큰오빠에게 부탁해서, 자신의 현 상황을 알려준 것뿐이에요. 옛날 큰오빠로서."
"엑!?"
무심코 큰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옛날의 아버님? 그건 즉……. 내게 있어서의 형님으로서.
……그건 겁먹는걸로 끝나지 않아! 지금의 아버님이니까 평범히 대할 수 있지만, 형님의 상대는……. 무리다.
지금이야말로 조용해진거지만, 옛날 그 사람은 가열차고 용서가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상냥했던 아버님이, 용서없이 사이카 님을 질책했다고 한다면……. 그 때의 공포는 어느 정도였을까.
"리소나 씨.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한게 아니신지……."
"현 상황을 알려주는데에, 이 이상 없을 정도의 방법이에요. 덧붙여서 큰오빠는, 그 시점에서 당신이 조사원인걸 알고 있었어요."
아아, 즉 사이카 님은 아버님의 먹잇감이 되었었다는건가.
……정말로 그 사람은하고, 한탄하고 싶어진다. 분명 내심으로는 웃으며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리소나와 남매인걸 잘 알았다. 리소나도 친한 상대가 곤란해하는걸, 즐기고 마는 곤란한 성격을 하고 있으니까.
"어쩐지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현 상황이라는건, 무슨 말인걸까?"
"그 조카의 비밀을 숨겨주고 있었으니까, 당신에게는 이야기하죠. 가족의 수치를 드러내는게 되겠지만, 실은……."
이번엔 리소나가 현 상황에 관해 요우카도 씨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우카도 씨는 진지한 얼굴로 들어주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나아가면서 동시에 당황한 듯이 표정이 변하더니, 마지막에는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하며 눈이 가라앉아버렸다.
"……한 소리, 해도 될까?"
"하세요."
"귀찮지 않아? 오오쿠라 가."
"진심으로 저도 동의해요."
"아니, 그도 그럴게, 루미네 씨는 회사 사장도 하고 있는거잖아? 학생 신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이미 한 사람의 사회인이기도 하니까, 교우 관계따윈 자유롭게 해줘도 되잖아. 친구없는 내가 말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걸 허락하지 못하는게, 제 집의 할아버님이라구요. 정말이지, 머리가 아파질 것 같지만요, 할아버님에게 있어서 루미네 씨의 인생은 반짝임만 있어야한다는 전제가 이미 생겨버렸다구요."
"……그건 즉."
"할아버님 속에서는, 루미네 씨가 필리아 학원에 합격한 시점에,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서 피아노 솔로를 하게 되는게 이미 정해져있는거예요."
방이 침묵으로 감싸였다.
요우카도 씨는 떨떠름한 얼굴을 했고, 나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루미네 씨의 피아노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실력은 모른다. 그렇지만, 일반 시험을 합격해 학원에 입학했으니까 분명 높은 실력을 갖고 있을게 틀림없다.
그만큼의 노력을 루미네 씨라면 해왔다고 생각한다. 실력으로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 리소나는 이미 정해져있다고 말했다.
할아버님의 속에서 전제가 이미 틀렸다. 루미네 씨가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 참가하는게, 절대적이 되어있다. 다른 피아노과 학생이 있다고 해도.
"……루미네 씨. 피아노를 그만둘지도 모르겠네. 실력은 있어도, 이러면 계속해갈 마음을 잃어버릴지도. 입학 전에 옥상 정원에서, 솔로 참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었는데."
……요우카도 씨가 말하고 싶은건 알겠다.
자신의 실력으로 참가하고 싶은데, 실력 이외의 사정으로 참가가 정해져있다고 알게 되면……. 솔직히 말해서 계속해나갈 자신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만큼 무거운 사실이다.
"리소나 씨. 할아버님을 제지하는건 무리인걸까요?"
"막아도 늦는다구요. 피아노과는 아쉽지만, 꽤나 분위기가 나빴어요. 실은 피아노과의 신입생 대표로 선발된건, 루미네 씨였지만, 대표 인사를 했을 때의 공기는 그건 정말이지."
"그만해! 듣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질 것만 같아. 커뮤 장애니까 듣고 싶지도 않아."
비명을 지르는 요우카도 씨의 모습을 보면서, 리소나가 말했던건 이 일이었던건가하고 나는 이해했다.
……내일 등교하면, 카린 씨에게 부탁해서 피아노과를 우선적으로 봐달라고 하자. 이틀째부터 종자가 떨어지는건 인상이 나빠질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상 루미네 씨의 피아노과에서의 인상을 나쁘게 하는건 피하는 편이 좋다.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모처럼의 학원 생활이니까, 루미네 씨도 즐겁게 지내줬으면 좋겠다.
"기분을 전환하고 싶으니까 이야기를 되돌리도록 할게. 그래서 오오쿠라 가의 총재 공은, 사이카 씨를 어떻게 할건데? 오늘 일로 에스트 씨에게 정체를 들켰을지도 몰라.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학원에서 지내줬음 좋겠는데."
"그 건이라면, 아까 전에 야소시마 씨에게서 연락이 와서, 에스트 씨는 사이카 님의 정체에는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에요."
"어머, 기뻐라. 에스트 씨가 무사한 것도, 사이카 씨의 정체가 들키지 않은 것도 둘 다 기뻐. 그래서, 총재 공은 어떻게 할 셈인걸까?"
그건 나도 신경쓰인다. 리소나는 혼낸다고 했었다.
그래도, 그 후는? 요우카도 씨와 함께 리소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계속하게 할거예요. 물론, 정체를 숨긴 채지만요."
"좋은 정보를 들었어. 에스트 씨에게 지금 상황으로는 한걸음 리드당했지만,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거구나."
"그 물러터진 놈과 사귀고 싶다면, 올해 중으로 어프로치하는 편이 좋다구요. 실패하면, 내년에는 없으니까요."
"그건 즉."
"그 물러터진 놈의 목적은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이에요. 거기서 최우수상을……. '2개' 받으면 인정해드리겠어요."
"2개!? 최우수상을 말인가요?"
그런게 가능한걸까!?
"아사히. 당신은 모친이 있던 시대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지금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은 복식 부문 이외의 다른 과도 참가하고 있다구요."
"앗."
"다른 과에도 의상을 필요로 하는 과는 있어요."
"연극 부문도 그렇고. 피아노과도 의상을 입겠네. 모처럼의 창창한 무대니까, 누구나가 최고의 의상을 입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그 외에도 총합부문이 있겠네요. 애초에 1학년이 이 부문에 참가하려면, 총학원장이나 다른 교사 몇명의 지지가 필요하지만요. 그 조건을 그 물러터진 놈이 채울 수 있을지 어떨지. 어쨌든, 마음만 먹으면 1학년이 최우수상을 2개 받는건 가능하다구요."
그런거였구나.
실수하고 있었다. 내가 있었을 적과 지금의 필리아 학원은 크게 다르구나. 확실히 이거라면, 최우수상을 2개, 아니, 마음만 먹으면 여러개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건 그 물러터진 놈도 모르는 일이지만요, 그 물러터진 놈의 모친은, 1학년 때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서 3벌의 의상을 발표하려고 했었어요. 게다가 같은 레벨의 의상을."
"대담한 사람! 그런건 꽤 좋아해. 승리를 반드시 얻어내겠다는 의사를 느낄 수 있으니까."
"그 물러터진 놈이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하겠네요. 어차피 패션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3년간 받으면, 모친을 뛰어넘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보통 생각하지도 않는 방식이니까 말이지. 역시 루나님이에요!
게다가, 잘 생각해보면 미나토는 어쨌든, 유르슈르 님이나 미즈호 님의 디자인에 이긴 3벌을 내려는 의견이었다.
나는 디자인을 보여주지도 못했지만, 분명 그 의상 이외의 3벌도 멋진 의상이었음이 틀림없다. 아버님이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할 정도였으니까.
……나중에 리소나에게 부탁하면, 보여줄까? 아니, 아버님을 화나게 할 것 같으니 그만두자.
"그래도, 시간이 될까? 확실히 복식 부문의 디자이너과는 문화제에서 다른 과의 의상을 제작하는게 과제였을텐데."
"자세하시네요."
"만약 사이카 씨가 부탁해오면, 조금 검토해볼까하고 생각해서."
"그건 첫사랑을 성취하기 위해서인가요?"
"아니. 말하는걸 잊어버렸는데, 나. 딱히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엥?"
"사이카 씨는 확실히 내 첫사랑. 가능하면 맺어지면 좋겠다고 생각은 해. 그래도, 그건 사이카 씨가 눈치채줬으면 좋겠어. 만약 눈치채주지 못하면, 사이카 씨가 여기를 떠날 때에 내가 이야기할 셈이야. 그러니까, 여기서의 이야기는 당신들만의 비밀로 해둬줘."
"……알겠어요."
요우카도 씨의 마음은 이해했다. 그렇다면, 내게 가능한건 그 의사를 존중하는 것뿐이다.
……이 사람의 마음은, 당사자가 아닌 우리들이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된다.
"저도 이야기할 마음은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조금 마음에 들었어요."
"고마워."
그 후, 나와 리소나는 카린 씨와 함께 방에서 나갔다.
요우카도 씨는 이후에도 사이카 님의 일은 비밀로 해주는 모양이다. 덧붙여서 스리슬쩍 여장 체크도 해준다는 모양이다.
"의외인 곳에서 그 물러터진 놈의 편이 있었네요."
"그러네요. 사이카 님에게도 좋은 인연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변태 인연이지만요."
그건 말하지 않아줬음 좋겠다. 그 기준으로 말하면, 나도 틀림없는 변태다.
게다가 학원을 졸업하면 여장을 그만둘 수 있는 사이카 님과 다르게, 할아버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나는 여장을 그만둘 수 없다.
……어느 쪽이 너무한 변태라고 물어본다면……. 분명 내 쪽이다.
무심코 벽에 손을 대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말았다.
"왜, 왜 그러세요?"
"……자신을 되돌아봤어요."
"아아."
리소나는 내가 침울해져있는 이유를 납득했다. 납득해버리고 마는거구나.
역시……. 나는 변태다.
"코쿠라 님. 전화예요."
언제나 변함없는 페이스인 카린 씨가 부럽다.
내밀어온 휴대전화를 받아들은 나는, 귀에 대고 상대와 대화를 했다.
"네. 코쿠라입니다."
『앗, 코쿠라 씨.』
"에스트 씨! 벌써 병원에서 돌아오신건가요?"
『응. 걱정을 하게 해서 미안해. 아까 전까지 아사히 씨와 이야기하고 있었어.』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아무래도 밖은 이미 저녁이 된 모양이다. 요우카도 씨와 꽤나 긴 시간, 이야기를 했었구나.
『그래서 지금부터 감사 인사를 하고 싶으니까 만나고 싶은데, 지금 어디에 있어?』
"아뇨. 제 쪽에서 거기로 갈게요."
『엑, 민폐를 끼쳤으니까 이쪽에서 갈게?』
"아뇨. 지금 에스트 씨는 막 퇴원하셨잖아요. 그러시다면 제 쪽에서 가는 편이 안심이 돼요."
빠질 뻔했으니까, 몸을 소중히 해줬음 좋겠다.
리소나에게 시선을 돌리자, 일단 자신에게 손가락을 향하고, 그대로 위를 향해 움직이는 제스처를 했다.
아무래도 다시 아트레 님의 방으로 갈 셈인 모양이다. 그 증거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소나는 엘레베이터 쪽을 향해 걸어갔다.
카린 씨도 리소나를 따라갔다. 아무래도 나 혼자서 에스트 씨를 만나러 가도 괜찮은 모양이다.
『……응. 알았어. 그럼 방으로 와. 기다릴테니까.』
통화가 끝나자 휴대전화를 끊고, 나는 엘레베이터에 타서, 에스트 씨의 방이 있는 65층을 향했다.
"다시금 감사 인사를 하도록 할게. 코쿠라 씨. 도와줘서 고마워."
방에 들어온 직후에, 에스트 씨는 내게로의 감사 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정말로 후유증은 없는 모양이다. 정말로 무사해서 다행이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했었어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후유증같은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모양이야. 그저 몸을 소중히 하고, 내일 또 병원에 가야만 하지만."
"그게 나을거라 생각해요."
나중에 이상이 발견되는 일도 있으니까.
"그러고보니까 코쿠라 씨. 옷을 입고 풀에 뛰어들은 모양인데, 괜찮았어?"
"네. 뭐어, 교복은 흠뻑 젖어버렸지만요. 그 이외에 문제는 없어요."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옷을 입고 헤엄치는 것조차 어려운데, 코쿠라 씨는 나를 도와주기도 했으니까 대단한걸."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옛날에 특훈한 적이 있는 것뿐이니까요."
"오오쿠라 가는, 그런 일도 했었구나. 그럼, 루미네 씨도 할 수 있나?"
"그, 글쎄요."
무리예요. 옷을 입은 채로 헤엄치는 연습이라니, 과보호적인 할아버님이 허락할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
잘못하면, 빠져버리는 위험한 특훈이다. 내가 하게 됐을 때도, 알려주는 선생님이 딱 달라붙어서 옆에 있어줬다.
그런 위험한 행위를 루미네 씨는 한 적도 없겠지.
"그래서 이야기를 되돌릴텐데, 나중에 코쿠라 씨의 교복을 변상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딱히 교복 한벌 정도는 상관없어요. 예비 교복도 집에 있으니까요, 내일 등교에는 문제없어요."
"이건 내 성의 문제야. 민폐를 끼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못 있겠어."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제 종자가 사이즈를 알려드릴거예요."
"다행이다."
에스트 씨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상대가 성의를 내보이는데도,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실례다. 여기서는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하자.
방 안으로 안내받은 나는, 준비해준 의자에 앉았다.
"코쿠라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뭔가요?"
"……푸, 풀에서 나를 도와준, 남성분이 누, 누군지 알아?"
두근하고 심장이 뛰어올랐다.
풀에서 에스트 씨를 도와준 남성. 그 상대는 한명밖에 없다. 아니, 나도 있지만. 교복을 입은 채였으니까 내 일을 눈치채지는 못했을 터다.
야소시마 씨의 이야기로는 사이카 님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을텐데……. 설마 에스트 씨는 눈치채고 있는걸까?
"어, 어째서 그런 질문을 제게? 제가 오기 전에, 아사히 씨가 계셨으니까 그쪽에서 확인하지 않으셨었나요?"
"확인은 했는데, 아사히가 말하기에는."
어라? 씨를 붙여서 안 부르게 됐다.
아무래도 에스트 씨와 사이카 님의 관계는 진전된 모양이다. 황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코쿠라 아사히로서의 쪽이겠지만.
"안내원인 야소시마 씨를 내가, 남성으로 착각하고 말았다고 들었어."
야소시마 씨인가. 확실히 그 사람은 자칫 보면, 남성이라 착각할 정도지만, 엄연히 여성이다.
"들었을 때는, 착각해서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냉정해져서 떠올려보니까, 체격이 달랐던 기분이 들어. 나를 받들어준 남성은, 분명 슬렌더한 체격이었어. 그러니까, 또 한사람 그 자리에 누군가 있었던게 틀림없어."
……이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남성의 정체가 사이카 님이라고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에스트 씨는 분명 그 자리에 또 한사람 남성이 있던걸 인식하고 있다.
여장 자체가 들키지 않은건 다행이다. 여기서 내가 허튼 소리를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지금, 그 대응을 사이카 님이 생각하고 있을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분명히 그 자리에는 남성분이 계셨어요."
"그렇다면!"
"그렇지만, 죄송해요. 저는 그분을 몰라서요. 풀에서의 일이 끝난 후에는, 탈의실 안에서 갈아입을 옷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그 사이에 없어지셔서."
에스트 씨는 내가, 벚꽃 저택에서 사용인으로서 일하고 있었던걸 모른다.
속이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여기서는 모르는 상대라는걸로 해둘 수 밖에 없다.
내 발언에 에스트 씨는 아쉬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하면 사전에 상대를 알아두고 싶었거든. 남성분에게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고는 해도, 알몸에 가까운 몸을 보인게 부끄러워서."
그거라면 나도 아웃이겠죠. 죄송해요, 에스트 씨.
언젠가 정체를 밝힐 수 있게 된다면, 에스트 씨에게도 사죄를 해야만 한다. 점점 사죄해야만 하는 사람이 늘어만 간다.
유세이로 돌아갈 수 있게 됐을 때는, 대체 몇명에게 나는 사과해야만 하는걸까?
……일단, 이 생각은 지금은 제쳐두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두워질 것만 같으니까. 에스트 씨에게 의심받고 만다.
"그러고보니, 에스트 씨?"
"왜?"
"어쨰서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님을 싫어하시는건가요? 리소나 씨가 말하기에는, 두분은 아메리카에서 라이벌이었다고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내 질문에 에스트 씨는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건 역시 무슨 일이 있었다. 대체 사이카 님은 무슨 짓을 하신걸까?
"……저기, 코쿠라 씨. 만약, 만약 말인데 누군가의 작품을 자기의 작품이라 공표해 명성을 얻고 있다고 쳐. 그걸 서로가 동의해서 한 것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일반적으로 말하면 즉 도작이라는건가? 혹은 고스트.
그런가. 사이카 님은 아사히로서의 자신을, 사쿠라코우지 사이카의 고스트라고 에스트 씨에게 설명했구나.
서로 라이벌로 인식했었다면, 상대의 작품이 신경쓰여서 조사한다. 나도 장이나 아버님의 작품이 잡지에 실렸을 때는, 무아지경이 되면서 봤다.
그 중에 라이벌시하고 있던 상대의 작품이 다른 인물이 그린 작품이라고 알게 된 에스트 씨의 쇼크는, 꽤 상당한 것이었음이 틀림없다. 이건 확실히 미움받아도 어쩔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칭찬받을 일은 아니네요."
"여, 역시 그렇지."
"디자이너로서, 아뇨, 복식의 세게에서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는건 정말로 한순간이에요. 저도 디자이너를 목표로 하면서, 여러 상에 응모해본 적이 있어요."
"그 결과는?"
"한번도 상을 받지 못했어요. 재능이 없으니까 그만둬라라고까지 들었어요."
"……그랬구나. 미안해."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자기도 알고 있었던거니까요. 그래도, 그럼에도 저는 복식을 계속해나갈거예요."
"어째서?"
"정말 좋아하니까요. 복식에 관련되는 것 자체가. 이 길을 아직 걸어갈 수 있는걸."
나는 복식이 좋다. 재능이 없다고 형님에게 들어서, 복식의 수업을 전부 취소당해도……. 좋아한다는 마음만큼은 잃지 않았다.
그건 침울해져서, 복식을 버리려고 해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좋아한다는 마음만큼은 남아있었다. 리소나의 마음을 듣고,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열의가 돌아왔다.
"에스트 씨가 말했던 것과 같은 일을 해나가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거라면 언젠가 한계를 맞이하게 될거라 생각해요."
"한계?"
"본격적인 프로의 세계는, 공동 작업이 필요해지기 시작해요. 함께 작업을 해나가는 분들은, 디자인을 보고 이 의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작업을 해요. 그렇지만요, 디자인을 그린 분에게 기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다른 분이 그린 작품이라고 알았을 때는, 분명 그 분들은 침울해지고 말거라고 생각해요."
에스트 씨는 헛하는 얼굴을 하며,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걸까?
"물론 그걸로 납득하시는 분들이라면 문제는 없어요. 서브 디자이너라는 직종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몰랐는데, 나중에 사실을 알았을 때는 역시 쇼크를 받을거라고 생각해요. 이 복식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은, 특히 눈이 뛰어나신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을 속여가는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아버님이 특히 그렇다. 그 사람은 지금이야 취미로밖에 그리지 않지만, 그 눈은 녹슬지 않았다.
그 외에도 루나님이라면 간파할테고, 메릴 씨도 눈치채고 말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에스트 씨도 코쿠라 아사히로서의 작품을,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의 작품이라 꿰뚫어봤으니까.
실제로 나는 한사람. 디자인에 관해 고민하고 있는 분을 알고 있다. 지금의 필리아 학원의 총학원장인 라포레 씨다. 그 사람은 디자인을 꿰뚫어보는 눈을 갖는 분들로 인해, 고민하며 괴로움을 맛봤다.
에스트 씨는 눈을 가라앉히고 곰곰히 생각하며, 이윽고 답이 나왔는지 눈을 떴다.
"고마워, 코쿠라 씨. 조금 고민했던 일의 답이 나왔어."
"뭔가 고민하셨었나요?"
"응. 디자인에 관해서. 일본에서는 조금 지금까지와는 모양을 다르게 그리려고 생각했었어. 2개의 디자인을 그릴 수 있도록 되면 좋겠다하고."
"그건……"
어려울거라 생각한다. 디자인은 그 사람의 본질이 어떤 식으로든 나와버린다.
비슷한 디자인이 나와버리면, 그 중에서 좋은 쪽을 틀림없이 사람들은 고른다.
"어려운 일이라는건 알고 있어. 그래도, 조금만이지만 도전해보고 싶어……. 디자인에 관해서 고민했던 코쿠라 씨에게는 기분 좋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아뇨……. 무슨 일도 해보는 편이 나을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정말로 그게 가능하다면, 멋진 일이니까요. 2개의 디자인을 그리는 디자이너로서 유명해질거라구요, 에스트 씨. 열심히 해주세요!"
"……응. 열심히 해볼게?"
응? 뭐지, 조금이지만 에스트 씨의 얼굴에 그늘이 진 것 같은데?
"아가씨. 루미네 아가씨와 야소시마 씨를 데리고 왔어요."
"앗, 아사히다! 코쿠라 씨, 조금 기다려줘."
에스트 씨는 미소를 띄우며, 현관 쪽으로 달려갔다.
……기분 탓인걸까?
작가의 말
원작이라면 거의 틀림없이, 루미네는, 자신의 루트 이외에서 피아노를 확실히 관둘 것만 같죠. 요우카도 애프터에서 심심하다고 말했었구요.
에스트 엔딩 루트에서 생각하는건, 오히려 에스트가 사이카의 작품을 보고, 그게 분기한다던가 하는 편이 나았을거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프로로서 해나갈거라면, 에스트의 방식은 고난 밖에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이 작품에서는 어떤 답을 낼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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