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아트레에겐 역시 이러저러한 영향이 나오고 말았습니다만, 어떻게 해도 필요했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4월의 두번째 날의 시작입니다.
4월 초 10
side 유세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고, 꿈이라 바로 알았다.
모두가 내 앞에서 웃고 있다.
……나도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모두와 지내고 있다.
벚꽃 저택. 내가 진심으로 행복함을 느낀 그 장소에서, 리소나, 미나토, 유르슈르 님, 나나이 씨, 호쿠토 씨, 사샤 씨, 야치요 씨, 나베시마 씨, 햐쿠타케 씨, 그 외의 메이드 여러분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는 행복한 꿈.
이제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두의 모습에, 꿈 속인데도 눈물을 흘리면서 미소를 띄우고 있다.
벚꽃 저택의 메이드복을 입은 코쿠라 아사히의 모습이지만, 상관없다. 나는 확실히 이 꿈에서 보고 있는 벚꽃 저택에서 지냈었으니까.
아아, 그래도, 모두의 안에 그 분이 없다. 꿈 속에서도 만나는걸 용서하지 못하는걸까?
……찾자.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며, 나는 꿈 속의 벚꽃 저택을 걸었다.
모두와 있던건 식당이었다. 그 분은 자신의 방에 있는걸까?
……없다. 그럼, 어디에?
나는 찾았다. 벚꽃 저택 안을 찾아다녔다.
엇갈렸나하고 생각해, 식당으로 돌아갔다. 야치요 씨가 『코쿠라 씨, 루나님은?』이라며 상냥하게 물어왔다.
『다시 한번 찾아볼게요』하고 나는 말하고, 다시 벚꽃 저택 안을 찾아다녔다.
응접실……. 없다.
루나님의 방……. 없다.
지하의 아틀리에……. 없다.
혹시나하고 생각해 내가 쓰고 있던 방에는……. 없다.
다른 방은……. 보이지 않는다. 그 분의 모습은……. 벚꽃 저택의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에도……. 이 꿈 속에서의 벚꽃 저택에 그 분의 모습은 없었다.
벚꽃 저택의 입구 앞에서, 그 사실에 다다른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아, 그런가. 나는 역시 그 분에게 용서받지 못하는건가.
그렇다. 뭘 잊어버리고 있었던걸까. 설령 아메리카에서 만난 루나님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해주어도, 나는 그 분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다.
……죄송해요. 사과해 용서받을 일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어요. 내가 당신이 그리워해줄 인간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꿈 속이라도 좋다. 한번만, 그 모습을……. 보여주세요.
"왜 그래?"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꿈이었는데도, 어째서인지 확실히 들렸다.
"뭘 울고 있는거야?"
그 목소리에, 나는 돌아보았다.
……있어줬다. 계단 위에 그 분이. 내가 진심으로 만나고 싶고, 사죄하고픈 그 분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나를 보고 있었다.
루나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걸 깨달았다. 일어나서 다가가 사죄하고 싶은데도……. 어째서인지 그 분과의 거리가 멀어져만 갔다.
꿈에서 깨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싫어! 꿈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죄만은 하고 싶어! 의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마디만이라도! ……그래도 나의 바람은 허무하게도, 빛이 시야를 메워갔다.
빛에 의해서, 루나님의 모습도 빛 속으로 사라져갔다.
루나님!
"아사히. 그게 아니잖아. 내가 알고 있는 너는……."
말은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무언가가 품에서 떨어지는 듯한 감각과 동시에, 나의 의식은 빛에 감싸였다.
눈이 뜨였다. 일어난 느낌은 꽤나 나빴다.
행복하지만, 동시에 슬픔을 느끼는 꿈. 눈물이 자연스레 흐르고 있었는지, 흘러내리는걸 느꼈다.
눈을 떠보니, 눈앞에서 리소나가 숨소리를 내고 있다. 나는 그런 리소나를……. 끌어안고 있어?
"윽!?"
자신의 상태를 인식한 나는, 리소나를 깨우지 않도록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응. 괜찮아. 잠옷에 흐트러짐은 없다. 어젯밤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렇다기보다는, 있을리가 없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집에 돌아오고나서 저녁이나 목욕탕에 들어간 후, 리소나와 손을 잡고 잠들었었지.
"……루나님."
그런 꿈을 본건, 처음이 아니다.
벚꽃 저택에서 지냈을 적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봤다. 그리고 꿈에서 깰 때마다, 나는 울었다.
닿지 않는 장소를 생각하며, 나는 울고 말았다.
"최근에는 안 봤었는데."
오래간만에 행복하고 슬픈 꿈을 본걸로 흐른 눈물 흔적을 닦아내고,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꽤나 이른 시간에 눈을 뜨고 만 모양이다. 알람 시계가 울리는 시간까지, 아직 꽤나 남았다.
그래도, 잠이 들 것 같지 않다. 아침을 만들 시간까지, 아버님에게서 받은 과제를 해두자.
"어라?"
없다. 자기 전에 가슴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루나님에게로의 편지가……. 없어졌다.
"……침대에 떨어뜨리고 온걸까?"
무심코 리소나가 자고 있는 방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야. 나중에 찾으면 되고. 리소나라면 멋대로 보지 않을테니까.
지금은 아버님의 과제를 우선하자.
아틀리에로 향해, 행거에 걸려있는 벚꽃 저택의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었다.
복식을 할 때나 가사를 할 때는, 이 옷을 입고 있으면 진정된다. 갈아입는걸 마친 나는, 아버님의 과제를 해나갔다.
이번 달의 과제는 드레스 셔츠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려져 있는 드레스 셔츠에 가장 어울리는 패턴을 짜서, 그걸 아버님이 인정해줄지 어떨지다. 내 기량을 간파하고, 이 과제를 냈음이 틀림없다.
아버님이 준비해준 디자인으로 패턴을 짜 나갔다. 작은 실수라도 할 수 없다. 그 사람은 채점이 엄한 사람이다. 조그마한 뒤틀림이라도 감점 대상이 되어버린다. 신중히 해야지.
시간이 지나가며, 아틀리에 안에 있는 시계를 봐 보니, 슬슬 아침을 만들어야만 하는 시간이 되어있었다. 작업을 중단하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납득할 수 있는 패턴을 짜지 못했다. 다시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잡념이 섞여 집중하지 못한걸 나도 알 수 있었다. 이런 패턴으로는, 아버님은 인정해주지 않는다.
한심스러운 마음을 품고 정리를 하고 있자, 아틀리에의 안 책상 위에 놓아둔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한 사람은, 아버님.
"네."
『나다. 조금 기운이 없어보인다만.』
"……죄송해요."
『아트레의 건은, 네 종자에게서 들었다.』
"아버님. 부디 아트레 님을 혼내지 말아주세요. 아트레 님은 사이카 님의 일이 걱정인거예요."
『안심해라. 그 건은 나의 여동생에게서, 이번에는 못 본 체한다고 들었다. 아트레를 질책할 셈은 없다.』
"감사해요, 상냥한 아버님."
다행이다. 내 탓에 아트레 님이 슬퍼하는건 싫다.
그 분도 루나님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아이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미안했다.』
"아버님?"
한순간 들은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아버님이 지금……. 사과했다. 내게?
『이번 건은, 아트레의 심정을 생각하지 않았던 나의 실수이기도 하다. 아트레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반드시 자신의 편을 들어줄거라 생각했던 나의 여동생이, 적으로 돌아선다고는 생각도 못해봤겠지.』
리소나와 아트레 님은 정말로 사이가 좋았음이 틀림없다.
그 리소나가 아트레 님의 의사를 무시하고, 반드시 실행한다고 말했다.
나라는 존재가 나타난 탓에.
『아트레는 최악의 사태가 됐을 때도, 최종적으로는 리소나가 편을 들어줄거라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사이카의 편이 아닌, 자신의 편으로서. 허나, 그 생각이 뿌리부터 무너진 일로 인해 너에게로의 짜증을 참지 못했지.』
"……내가 불성실한건 사실이에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을 보고 자란 아트레 님이, 화를 내시는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아트레 님 입장에서 본다면, 갑자기 나타난 나의 존재는 이해할 수 없을 수 밖에 없겠죠."
그렇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나의 존재는 이해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받아들여주었기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후에도 나는 사이카 녀석들에 무언가를 부탁받으면 협력은 하겠다만, 그 중에 네게로 악영향이 가는 일이 있었을 경우, 그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
"아버님. 나보다도 사이카 님이나 아트레 님을 우선해……."
『나는 너나 아메리카의 나의 남동생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았다……. 이 이상, 내게 너에게서 무언가를 빼앗게 하지 마라.』
"……."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버님은 지금……. 나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을 통해서 보고 있지 않다. 나 자신을 보고 말해준거라고 생각하자, 불성실하지만 조금 기뻤다.
『전 당주에게 눈치채이지 않도록, 나와 스루가가 아놋츠 가를 제대로 된 길로 되돌려놓도록 작업을 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움직이면 곧바로라도 끝날 일이지만, 오오쿠라 가의 나와 스루가가 관련되어있다는게 알려지면, 무언가가 있다고 눈치챌 위험성이 있다. 간접적이 되어버리기에, 시간은 필요하다. 그 시간은, 올해 연말까지 걸리겠지.』
"그 일을 사이카 님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 사이카는 성장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뒤에서 우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걸 사이카 녀석들이 알면, 최종적으로는 자신들의 편을 들어준다며 다시 물러터진 생각을 품어버린다. 그런 생각으로, 올해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서 최우수상을 두개 받는다는건 불가능하지.』
"……심사위원으로 장을 부른건, 아버님이시죠. 내 일은……."
『크큭, 말했다.』
……역시 그랬다.
리소나가 말했던 일 속에, 장이 내 일을 알고 있는 듯한 말이 있었다.
『처음엔 녀석도 믿지 않았다만, 네놈의 사진을 보여주니 놀라면서도 납득했다. 옛날의, 보누에서 만났을 때의 너로 돌아간걸 한눈에 녀석은 알았다. 곧바로라도 만나고 싶다고 녀석은 말했지만, 녀석은 바쁜 몸이지. 상응하는 준비는 필요해진다.』
장. 나도……. 만나고 싶어.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다.
『올해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은, 작년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보다도 아득히 난이도와 주목도가 올라가겠지. 네가 다니던 필리아 여학원 때는, 막 창립해 1학년의 반밖에 없었다만, 지금의 필리아 학원은 수많은 학생이 있다. 그 중에서 최우수상의 영광을 1학년이면서 두개 받으면, 이 이상 없을 정도의 공적을 올린 것이 된다. 그 공적 앞에서는, 만에 하나 성별이 들킨다고 해도 이 정도의 재능이 있는 자를 학원이 놓쳐버리는건 아깝다 생각하겠지.』
즉, 사이카 님이 리소나가 지시한 조건을 달성하는 것만 가능하면 어떻게든 되는 모양이다.
반대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아메리카로 강제 송환이라는 식으로 사이카 님을 국외로 도망치게 한다.
아트레 님을 일본에 남기는건, 코쿠라 아사히와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님이 동일 인물이라 짐작하지 않게 하기 위한 처치라는걸까?
『당초의 리소나의 생각으로는 수개월 정도로, 아트레도 아메리카로 돌려보낼 예정이었다. 냉정해지면 아트레도 눈치챌거라고 생각한다만, 네 존재가 이야기를 어긋나게 한 모양이다.』
역시, 내 탓인가.
정말로 죄송해요, 아트레 님.
『네 종자의 보고로 보아, 아마도 리소나는 이번 건의 분노를 잊지 않겠지. 리소나와 아트레가 화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사이카가 지시한 조건을 달성했을 때뿐이다.』
그 이외에도 뭔가 방법이 없는걸까?
원인은 나다. 어떻게든 두사람의 사이를 돌려놓고 싶지만……. 아트레 님에게 나는 미움받고 있다. 섣불리 간섭해, 이번에야말로 두사람의 사이가 완전히 끊기는건 좋지 않다.
『오늘 밤에라도 사이카에게는 연락을 해 의욕을 내게 할 셈이다.』
"괜찮을까요? 어제 본 한은, 사이카 님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는데요."
『친여동생의 문제다. 지금까지 어리광을 받아온만큼, 오빠로서 조금은 노력하게 놔둬라.』
친여동생의 문제라면, 나에게도 해당돼요.
어떻게든 할 수 없을까.
……어라? 어쩐지 어느 틈에 긍정적이 되어 있어?
이 아틀리에에 왔을 때는, 꿈 속 일도 있었으니까 침울해져 있었는데, 지금은 리소나와 아트레 님을 화해시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혹시 아버님과 이야기하는 사이에 기운을 되찾은거야?
『이야기를 되돌리겠다만……. 아트레에 관해서다만, 그 아이는 무엇보다도 사이카를 우선하는 점이 있다.』
그건 리소나에게서도 들었고, 나도 느꼈다. 아트레 님에게 있어서 우선대상은, 무엇보다도 사이카 님.
잘못하면, 친부모인 루나님이나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보다도, 사이카 님을 우선해버릴 것만 같다.
『그 부모의 아이다. 사이카와 같이 복식에 흥미를 처음에는 느꼈지만, 아쉽게도 사이카와 달리, 아트레는 제작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놀랐다. 그렇지만, 동시에 납득도 할 수 있었다.
이야기에 따르면, 사이카 님은 어릴 적부터 루나님과 같은 디자이너가 될 노력을 시작했다. 사이카 님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아트레 님도, 그 방면에서 힘이 되기 위해 복식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트레 님은 복식에 모든걸 쏟아붓고 싶다 생각할 정도의 관심을 품지 못했다.
내가 복식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된건 장이었지만, 해보니 재밌어서 무아지경이 되어있었다.
복식의 꽃인 디자이너를 목표로 했지만, 아쉽게도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되었다. 하지만, 루나님에게 재능이 있다고 들은 패턴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복식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도, 아트레 님은 애초에 복식에 관한 관심을 품을 수 없었다.
제작하는 측의 재미를 찾지 못하고 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이 길은 간단하지 않다. 아버님이나 장도, 성공할 때까지 노력을 거듭했음이 틀림없다.
사이카 님을 위해 힘이 되고 싶다고 바라고 있는 아트레 님에게 있어서는, 괴로운 일이었다고는 생각한다.
『관심을 애초부터 갖지 않았던 아트레로는, 어떻게 해도 복식의 세계에서 해나가는건 무리다. 아트레가 이제와서 그렇게까지 복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무리겠지. 그러니, 다른 식으로 사이카의 힘이 되었었다.』
그러니까, 아트레 님만은 여장해 필리아 학원에 다닌다고 사이카 님이 제안했을 때도, 반대도 하지 않고 승락했다.
오빠인 사이카 님이라면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도 생각했을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는 내가 있었다.
사이카 님의 생각이 실패했을 때에 일어나는 절망을 알고 있는 내가.
『총명한 아트레의 일이다. 내가 네게 집중하지 않고, 사이카의 제안만을 집중했었다면, 그렇게까지 문제는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겠지. 실제로 내가 사이카 녀석들의 쪽만 집중했었다면, 할배에게 들키지 않고 일을 끝마칠 수도 있었다. 허나, 그건 무른 생각이다.』
"아버님?"
『지금까지 나는 사이카와 아트레가 바라는 일을 이뤄줬었다. 그게 그 두사람의 성장을 막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이번 건은 확실히 비상사태다만, 아직 최악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만회는 충분히 가능한 범위에 있지. 허나, 사이카 녀석들이 뒤에서 나나 스루가가 하고 있는 일을 알면, 다시 어리광부릴테지. 그래서는 모처럼 보인 성장의 징조가 사라질테지. 고로 당분간은 비밀로 해둬라.』
"……감사해요, 아버님."
『이야기는 끝이다. 이번 달 말에는 일본에 돌아간다. 그 때까지 과제를 끝내둬라.』
전화가 끊겼다.
그렇다. 과제도 있었지. 리소나와 아트레 님의 사이도 큰일이지만, 과제도 제대로 끝내놔야지.
……어라? 그러고보니 시간은?
시계를 쳐다보니, 아침을 서둘러 만들지 않으면 학원에 늦을 시간이 되어있었다.
"아아아! 서둘러야해!"
아틀리에에서 나는 뛰쳐나와, 주방으로 향해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쩐지 오늘 아침의 맛은 언제나와 다르네요."
"미안. 아버님과 전화로 이야기하고 있었더니, 시간이 아슬아슬해져서."
아침 시간이 되어 일어난 리소나의 평가에,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잔뜩이었다.
가능한 한 노력했지만, 살짝 너무 서두르고 말아서 맛이 허술해진걸 나도 느꼈다.
"충분히 맛있다고 생각하지만요."
함께 아침을 먹고 있는 카린 씨에게는, 나의 아침은 호평이었다.
카린 씨와는 함께 아침을 먹고 있다. 입학식 전에는, 일 상황 상 식사를 함께 하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상황이 좋지 않지 않는 한 함께 아침과 저녁을 먹을 예정이다.
그 이유 중에서는 나와 카린 씨의 사이가 좋아지기 위한 것도 있으나, 학생 이외의 또 하나의 우리들의 일인 조사원으로서의 회의를 위해서다.
"그럼, 오늘은 2교시 이후에는 피아노과의 분들의 조사를 제가 해도 되는거죠?"'
"리소나에게서 받은 다른 과의 시간표를 보면, 개별로 피아노의 수업을 하는건 그 시간대인 모양이니까요. 무슨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 때라고 생각해요."
"루미네 씨는 남에게 만져지는걸 껄끄러워하는 분이에요. 일반 입학 시험에서 합격했으니 특별 취급은 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남성 교사가 수업을 해요."
"남에게 만져지는게 껄끄러운데, 가르치는게 남성 교사인가요. 고생하시네요."
응. 아무리 생각해봐도 싫은 예감 밖에 안 든다.
"확인해보는건데, 리소나. 지금까지의 루미네 씨의 피아노 교사는."
"전원 여성 교사예요. 할아버님도 새로운 할머님도, 루미네 씨가 남성에게 접촉하는걸 싫어하셨으니까요. 뭐어, 새로운 할머님은 루미네 씨가 할아버님이 살아계시는 중에, 남성과 사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으니, 그쪽 방면으로 주의하고 있는거지만요."
'리소나. 루미네 씨의 어머님을 새로운 할머님이라고 부르는건 그만두자. 분명 그 분, 리소나보다 나이가 어리잖아. 불쌍하다구."
"나이에 관한건 말하지 말라고 주의해뒀는데, 이 오빠는……. 알겠어요. 루미네 씨의 어머님이라고 당신 앞에서는 불러드리겠어요. 이걸로 됐죠."
그걸로 됐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루미네 씨의 어머님의 연령을 들었을 때는 놀랐다. 설마, 리소나보다도 나이가 어린 사람이었다니.
게다가 재산 목적같은게 아니라, 정말로 할아버님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나이 차가 엄청난데도, 잘도 연애해 결혼했다고 반대로 감탄하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루미네 씨의 어머님은 이번 일을 알고 있어?"
"몰라요. 그 사람은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라, 사정을 알면 틀림없이 얼굴에 나와버리기에 비밀로 해두고 있어요. 필리아 학원에 할아버님이 하고 있는 일은 알고 있지만요, 그걸로 간섭할 사람도 아니고요."
즉, 그 분의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아보인다.
그렇지만, 이걸로 점점 더 리소나가 말하는 위험성이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사이카 님들은 분명, 루미네 씨에게 의상을 입혀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서 받아야만 하는 두개의 최우수상의 한쪽을 노릴 셈이다.
어제의 루미네 씨의 질문으로 봐서, 루미네 씨 자신도 그럴 셈이겠지만.
"후훗, 기대하고 있던 루미네 씨가, 기대에 응하지 못하게 됐을 때의 물러터진 놈이나 아트레의 얼굴이 기대되네요."
"그런 소리를 하면 안된다구."
"작은오빠는 화나지도 않나요. 아트레는 하필이면, 당신에게 있어서의 금구를 말했다구요. 조금이라도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신의 실태를 재료로 삼아 물러터진 놈의 정상 참작을 부탁하려고 했다구요. 여동생, 진심으로 빡돌았어요."
……이건 그리 간단하게는 아트레 님과 화해할 것 같지 않다.
가능하다면, 내가 나타나기 전과 같이 사이좋게 지내줬음 좋겠다.
"나는 별로 상관없어. 아트레 님이 말한대로, 내가 불성실한건 사실이고, 나도 자각하고 있어."
'어제의 당신의 얼굴은, 상관없단 얼굴이 아니었어요……. 이 건은 이제 그만두죠. 이야기를 계속하면, 당신의 마음이 위험하니까요. 거기다 슬슬 집을 나가지 않으면 학원에 늦어요."
리소나는 이야기는 끝이라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오늘은 이 이상, 어제 일의 이야기는 무리라는걸 알았다.
아쉬운 마음이 되면서, 나는 가방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이미 교복은 입고 있고……. 카린 씨에게 화장을 받았으니까 문제는 없다. 없다는걸로 해두고 싶다. 마음이 아프지만.
아픔을 느끼면서도 기분을 전환해, 유세이에서 아사히로 말투를 바꿨다.
"그럼 리소나 씨. 다녀오겠습니다."
"……아사히."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생각하자, 리소나는 편지가 들어갈 정도의 봉투를 나를 향해 던져왔다.
허둥지둥 내가 그걸 손을 뻗어 받았다.
"저기, 리소나 씨. 이건 대체?"
"그 물러터진 놈에게 넘겨주세요. 사실은 어제 돌아가는 사이에 던져줄 생각이었지만요, 아트레 탓에 기회를 잃어버렸어요."
"사이카 님에게?"
"네, 내용물은 보지 말아주세요. 그 물러터진 놈에게도 절대로 학원 안에서는 열지 말라고 말해두세요. 알겠죠!"
"아, 알겠어요."
"이야기는 끝이에요. 카린 씨.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메일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코쿠라 님. 가시죠."
"네, 네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리소나에게서 받은 편지를 가방 속에 넣어두고, 나와 카린 씨는 집을 나와 학원으로 향했다.
side 사이카
울려퍼지는 알람 시계의 소리로 눈이 뜨였다.
……침대 주위에 준비해둔 11개의 알람 시계 중, 6개가 격파당해 있었다.
늦잠은 자지 않았지만……. 위험했다. 내일부터는 좀 더 수를 늘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결의가 강해졌기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가는 결의가 쓸모없어진다.
"……그건 그렇고 어제는."
코쿠라 씨와 총재 공이 돌아간 후, 아트레는 나와 루미 누나에게 사죄를 했다.
아무래도 아트레는 우리들이 없는 사이에, 어떻게든 총재 공을 설득하려고 말을 아끼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총재 공은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아무 말도 듣지 않겠다는 자세로, 총재 공은 아트레에게 나와 루미 누나에게도 말했던 내게서 떨어뜨려 놓는다는 벌을 주겠다고 단언했다. 그건 아트레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괴로운 벌이며, 이해자라고 생각했던 총재 공에게서 고해졌을 때의 모습은, 옆에서 듣고 있던 코노치요가 말하기에는 꽤나 침울해졌던 모양이다.
최우수상을 두개 받는 것만 가능하다면, 그 벌도 면제되지만. 이건 꽤나 어렵다고나 할까, 난이도가 장난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분들이 오는건 놀랐지만, 그 이상으로 놀란건 장 피에르 스탠리가 심사위원으로서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는 아버님이 동경하는 사람이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다.
아버님도 가능하다면 직접 나를 만나게 하고 싶었겠지만, 그는 다망한 사람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한사람인 어머님의 힘이 있어도, 간단히는 만날 수 없는 인물. 복식계에 있어서 틀림없이 최고봉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 작품은 나도 잡지에서 보고 있다. 멋진 작품들이라고, 나 자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그가 심사위원으로서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 찾아온다고 알게 되면, 학원 안의 학생들이 소란을 떨 것이다. 그에게 인정받는다는건, 그 자체가 일종의 스테이터스다.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이라는 브랜드에, 그의 평가까지 딸려온다고 한다면, 학원 안의 학생들의 의욕은 엄청나게 높아진다.
『광신자』라 불리우는 총학원장은, 틀림없이 그가 심사위원으로서 오는걸 굉장히 기뻐하며 이야기하겠지.
그런 상태 속에서, 최우수상을 두개 받는건 어렵다. 게다가 장 피에르 스탠리만 신경쓴다면, 총재 공이 말했던 다른 세사람의 심사위원에게 아픈 꼴을 볼 것이다.
"어쩌지."
디자인에 자신이 없는게 아니다.
에스트와의 나날은 틀림없이 나의 양분이 되어있었다. 불안한 나날이었지만, 디자인의 기술은 향상되고 있다.
문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는 사이인 분들의 앞에서, 여장한 내가 나타났을 때의 그녀들의 반응이다.
틀림없이, 입을 크게 벌릴 정도의 충격을 받을게 분명하다. 그렇다고나 할까, 그 자리에서 나의 정체를 폭로당해, 심사대상외가 될 수도 있다.
총재 공이 잘도 저질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심사위원으로서의 그녀들은 문제없다. 것보다, 야나가세 씨를 제외한 두사람은 복식계에서는 유명한 분들이고, 야나가세 씨 자신도 편하게 보면 아픈 꼴을 볼테지. 그 사람은 어머님의 회사의 영업부장이며, 어머님에게 의견을 낼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 자신의 디자인에 절대적인 자신을 갖고 있는 어머님이, 야나가세 씨의 의견을 묻고, 가볍게 악센트 정도를 추가할 정도다.
준비된 심사위원 분들은, 틀림없이 강적. 그것도 철벽이라 부를 수 있는 포진이다.
확실히 이 심사위원 분들에게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두개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적어도 학생 시절의 어머님을 뛰어넘는게 된다. 난이도가 높은게 어지간한게 아니란 일을 빼고 말이지만.
"그렇지. 루미 누나를 만나러 가야지."
뭘 위해서 일찍 일어났는지 떠올린 나는, 서둘러 준비를 했다.
에스트가 있는 곳에 가기 전에, 루미 누나와 상담을 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아트레의 일이다.
아트레는 사죄했지만, 그건 총재 공을 설득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다.
어제의 코쿠라 씨의 건에 대한 사죄는 없었다. 예전부터 코쿠라 씨에 대한 적의는 보였었지만, 아트레의 그 감정은 예상 이상으로 강했던 모양이다. 아니, 위험하다고는 느끼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기도 포함되어있다고 낙관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 감정은 평소의 아트레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 건에 관해서는 상담해야만 한다고, 루미 누나와 정해 아침에 약해도 상관없이, 나는 일찍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메일인가."
어젯밤, 에스트에게서 사쿠라코우지 사이카에 대한 감사의 메일이 왔다.
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역시 머리를 감싸쥐었다.
『안녕하세요 에스트예요. 오늘은 풀에서 빠질 뻔한 나를 도와줘서 고마워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결과, 대응이 신속했던 것도 있어, 지금 상황으로는 후유증이나, 체감되는 대미지는 없어요. 당신이 그 장소에 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무사히 있지 못했겠죠. 용기 있는 행동에는 감사해요.』
슬쩍 보면 솔직한 감사 인사의 내용이다. 거기에서 어렴풋이 분노를 느꼈지만, 잘 마무리 됐다고 느꼈었다. 다음 메일을 보기 전까지는.
『그리고, 목숨까지 구해줬으니까, 직접 만나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데, 면회할 기회를 주지 않겠어요? 야소시마 씨한테 물어보니, 지금은 일본에 계신다는 모양이고요. 이쪽의 맨션으로 왔을 때라도 상관없으니, 장소를 지정해주면 내가 갈게요. 거절할 이유는 없을 터에요. 설마 내게 일방적으로 은혜만을 남기고, 감사 인사도 못하게 한 채로 있을 셈은 아니겠죠?』
있어요. 거절할 이유. 그러니, 답례는 됐다고 내심 생각하면서 마우스의 휠을 움직여보니.
『나는 아사히 씨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었던 건으로 굉장히 화났지만, 그런데도 목숨을 구해줘서 감사할 수 밖에 없어서, 분함과 초조함과 부끄러움으로, 어쨌든 얼굴을 보고 답례를 안 하면 기가 차지 않을 것 같아요. 됐으니까 만나게 해줘. 피하지 말라구. 나랑 면회하라구. 이번에 만나주지 않으면, 만약 언젠가 얼굴을 봤을 때는, 악수로 손을 짓눌러버리고, 몇번이나 박치기를 하면서 일본식 장례식을 치뤄줄테니까. 절대절대저어어어어얼대! 도망치지 말라구!』
도망치는게 당연하잖아요, 나의 주인님.
만나면 코쿠라 아사히 = 사쿠라코우지 사이카라고 들키고 만다. 직접 만난다거나 하면, 악수나 연속 박치기로는 그치지 않게 된다. 방도 재킷에다 방탄 재킷을 입고, 헬멧을 뒤집어써야 드디어 인사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잖아.
여기다 더해서 내가 저지를 일들을 알면, 얼굴을 본 순간, 날아차기를 맞아서 그대로 마운트 포지션을 당해 두들겨 맞는 미래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뭣보다 메일로 보내온 글은, 영어로 되어있어 호의적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올바른 번역을 하면, 마지막 쪽같은건.
『도망치지 말라고오. 도망치면 때리겠어. 아니 쏴버리겠어. 잘 알고 있게엤지, 오오? 아앙?』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변명은 안된다,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다』라는 인사 한줄만 보냈다.
그 후, 아버님에게서의 메일도 왔지만, 답장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풀에서의 사건으로 내 속에서의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변했지만, 그 일과 달리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코쿠라 씨를 찾고 있는걸 『만찬회』 때에 말했었는데, 코쿠라 씨가 아메리카의 친가에 체재하고 있던걸 알려주지 않았던 일이다. 바빴던 것도 있었겠지만, 한마디라도 보고해줬으면 여러가지로 상황은 변했을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아버님에게로의 답장은 일주일 후 정도로 해두려 생각하고 있다.
답장이 오지 않아 초조해 하는 아버님의 얼굴을 떠올리자, 조금이지만 즐거운 기분이 되었다.
……슬슬 눈을 돌리는걸 그만두자.
컴퓨터의 메일 수신 박스를 열어보았다. 에스트에게서의 답장이 와 있었다.
『인사만이냐. 이 치킨 자식!』
직접적인 답장이 와 있었다.
……에스트의 사쿠라코우지 사이카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마이너스에 달해 있는게 아닐까?
불안한 마음을 품으면서, 나는 등교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벚꽃의 정원』에 돌아오고나서, 요우카도 사쿠리를 만나지 않았다. 옥상의 정원에 가보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제는 에스트의 건이나 총재 공과 아트레의 건으로 바빠서 갈 틈이 없었다.
방을 나오는 시간은 루미 누나와 이야기를 항기 위해 평소의 등교 시간보다도 꽤나 빨랐다.
아무리 그래도 없겠지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방을 나왔다.
작가의 말
덧붙여서 아사히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일은 없습니다. (단언)
돌아가도 이미 늦어버린 상태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주로 오오쿠라 가가.
아트레와의 관계는 점차 회복시킬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트레에게는 재능이 없다기보다는, 사이카에게 집중해서 달리 관심이 없었던 것뿐인 느낌이 들거든요.
재능이 없는 인간이 천명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아사히 클럽』을 설립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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