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오래간만에 side가 붙었습니다.
이번화는 유세이 side로.
4월 초 (유세이 side) 6
side 유세이
"사이카 님. 일단, 이 타올로 머리를 닦아주세요. 그대로 있으면 몸에 지장이 생겨요."
나는 풀의 탈의실 안에서 찾은 타올을, 탈의실 안에 있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이카 님에게 내밀었다.
타올을 받은 사이카 님은 몸을 닦아갔다. 나도 일단 머리와 얼굴만 닦았다.
교복은 흠뻑 젖어서, 몸에 들러붙어 싫은 느낌이 들지만, 사이카 님의 앞에서 벗을 수는 없다.
카린 씨가 서둘러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온다고 말했으니까, 그게 올 때까지는 이대로 있을 수 밖에 없다.
"……코쿠라 씨."
"뭔가요, 사이카 님?"
"……죄송해요!"
뒤돌아봄과 동시에, 사이카 님이 머리를 숙였다.
"사과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게는……. 당신의 마음의 상처를 짓밟아버린 것에 대한 사죄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아요."
"……."
"당신이 말한대로였어요……. 에스트와 코쿠라 아사히로서 지내는 나날 동안, 내 속에서 에스트에 대한 신용과 신뢰가 생겨나가는 나날에 기쁨을 느꼈었어요. 그것과 동시에……. 아픔도 느꼈었어요. 에스트를 속이고 있는 죄악감이 흘러나오는걸 실감했어요. 그렇지만 어느 사이엔가 에스트와 즐거운 매일을 보내는 사이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잊어버리고 마셨죠?"
사이카 님은 얼굴을 어둡게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트 씨와 보내는 나날은, 사이카 님에게 있어 신선했겠지. 루나님과 같이, 사이카 님은 자유롭게 태양빛 아래로 나갈 수 없다.
사정은 다르지만, 나와 비슷하다. 나는 형님과 오오쿠라 가라는 새장 속에 있었어서, 처음 얻은 진짜 자유라 부를 수 있는 나날에 들떠 기뻐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그 나날이 줄곧 이어질거라 착각했었다. 얼만큼 자신이 위험하고 용서받지 못할 행위를 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리고.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사이카 님이 하고 계시는 일에 무슨 말을 할 자격은 없어요. 같은 일을 한 제게는, 사이카 님을 비난할 자격은 없어요. 그렇지만, 지금 입장을 빌려 이야기해드리겠어요. 저, 코쿠라 아사히는 필리아 학원의 이사장 오오쿠라 리소나 님의 명령에 따라, 학원 내에서의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이에요."
……지금, 살짝 탈의실 문이 움직인 느낌이 들었다.
"……역시."
사이카 님은 눈치채지 못했다.
슬며시 탈의실의 문 쪽을 봐보았다.
……그 사람이다. 그래도 들어오지 않는걸 보아하니, 상황을 살피는 모양이다.
그렇담,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겠어.
"조사원의 건은 아버님이 사전에 전하셨다고 들었어요. 그게 저라고는 전하시지 않은 모양이지만요."
아마도, 이 지시를 내린건 리소나라고 생각한다.
아버님은 사이카 님들에게 무르니까, 리소나가 못을 박아두는 의미도 포함해서 조사원이 나라는 것을 숨기게 했다.
정체를 모르는 조사원의 존재는, 사이카 님들에게 있어서 불안의 씨앗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전해뒀으면 하고 생각하지만, 지금 리소나는 사이카 님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만약 할아버님이 루미네 님이 하고 있는 일을 모르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서 사이카 님이 최우수상을 받는게 가능했다면, 리소나는 혼을 내도 분노까지는 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같은 일을 했으니까, 본래라면 리소나는, 불만은 있어도 분노까지 할리가 없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일은 사쿠라코우지 가나 오오쿠라 가만이 아니라, 무관계인 아놋츠 가마저 휘말릴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까 리소나는 분노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드디어 얻어낸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오오쿠라 가를 붕괴시키고,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행복을 뺏어갈 수도 있는 사이카 님들에게.
"이미 알고 계시다고 생각하지만, 리소나 씨는 사이카 님들이 하시려 하는 일을 전부 알고 계세요. 제가……. 파리에서 아는 한의 일들을 전부 이야기했어요. 죄송해요."
"……그 계기를 만든 것도, 우리들, 아니 나인거죠?"
"그렇게 되겠네요. 파리에서 복식 공부를 하고 있는 도중에, 리소나 씨한테서 루미네 님이 뒷사회와 연결점이 있는 가문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루미네 님과 같이 있었던건 몇시간도 되지 않는 사이였지만, 그 분이 규칙을 소중히 하시는 분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분이 뒷사회와 연결점이 있는 가문과 접촉하는건 이상하다고 들어서, 뭔가 아는게 없냐고 물어왔었어요."
사실은 루미네 님의 건이 없었어도, 리소나는 조사원의 파견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일까지 사이카 님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한다. 내 정체를 알려질 수는 없으니까.
"죄송해요. 당신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아서."
"민폐라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리소나 님은 사이카 님의 건이 없었어도, 조사원으로서 저를 필리아 학원에 들여보낼 셈이셨어요."
"……엥?"
"원래 조사원의 이야기는 리소나 씨의 최후의 발버둥이기도 해요. 리소나 씨가 어떻게든 복식 부문의 남자부를 모양은 달라도, 남길 수 없을까 고민하셨어요. 그 방법이 공학화예요. 그저 그걸 위해서는 현재의 복식 부문의 여학생들의 심정을 확인해야만 하죠. 그 외에도 조사할 일은 있지만요. 리소나 씨는 복식에 돌아갈 결의를 굳힌 제게, 조금이라도 빨리 복식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해, 조사원의 이야기를 제안해주신거예요."
여장해서지만.
"……어째서 총재 공은 당신에게 그렇게까지."
"그 이유를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 저와 리소나 씨의 프라이베이트적인 이야기이기에……. 이야기를 되돌리겠지만, 만약 사이카 님이 주인인 에스트 씨를, 벚꽃 저택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이용해먹을 상대로만 보고 있었다면……. 사이카 님. 저는 당신을 학원에서 추방할 셈이었어요."
"……."
"그렇지만, 아까 전의 일이나 교실의 건으로, 사이카 님과 에스트 씨 사이에는 확실한 인연이 있다고 알았어요. 제 걱정은 쓸데없었어요. 사이카 님……. 다시금 말씀드릴게요. 어엿하셨어요."
나는 천천히 의자에 앉아있는 사이카 님의 어깨에 손을 두었다.
정말로 어엿하다고 생각했다. 몸 체질 상, 사이카 님은 분명 수영해본 적이 없을게 틀림없다.
그런데도, 성별이 들킬지도 모르는데도, 풀에 뛰어들어 에스트 씨를 구하려고 했다.
처음 물에 들어간걸로, 체력을 잃어버려 빠질 뻔했지만. 냉정히 판단을 내려 긴급 사태인 것을 알리고, 튜브를 던저 에스트 씨를 구하려 최선을 다했다.
야소시마 씨와 내가 늦지 않게 구할 수 있었던건, 틀림없이 사이카 님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이따가 리소나 씨와 이야기하게 되실거예요. 그 때까지는 부디 쉬어주세요.……. 루미네 님. 거기에 계시죠?"
부름과 동시에 탈의실의 문이 열리고,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을 한 루미네 님이 들어왔다.
"루미 누나."
"미안해. 훔쳐 듣는 것 같은 짓을 해서……. 저기, 코쿠라 씨?"
"뭔가요?"
"……나, 또 당신을 의심했었어. 그렇지만, 지금 사이카 씨와의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 당신을 의심할 셈은 없어."
"……사이카 님의 일을 부탁드릴게요."
"응. 알았어. 그거랑 코쿠라 씨. 나를 더 이상 님 자를 붙여서 부르지 않아도 되니까. 당신은 더 이상 사용인이 아니라, 오오쿠라 가의 일원이니까."
"알겠어요, 루미네 씨. 이걸로 괜찮을까요?"
루미네 씨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사이카 님을 데리고 탈의실에서 나갔다.
나는 그대로 탈의실에 구비되어있는 샤워실로 발을 옮겼다.
흠뻑 젖은 교복이 기분나쁘다. 야소시마 씨가 에스트 씨를 따라 나가기 전에, 부하분들에게 명령해 풀에는 얼마간 주민이 들어오지 않도록 지시를 내려줬을테니까, 교복을 벗어도 괜찮다.
……집에 예비 교복이 있었을테니까, 내일 등교에 문제는 없다.
샤워를 하면서, 아까 전의 광경을 떠올렸다.
사이카 님의 어엿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그 분은 틀림없이 사쿠라코우지 루나님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아드님이다.
에스트 씨를 구하려고 한 사이카 님은 필사적이었다. 도중에 기도 확보도 하지 않고 인공호흡을 하려고 한 것은 당황했지만, 그건 에스트 씨를 조금이라도 빨리 도우려고 한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거엔 놀랐지만."
인공호흡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농밀한 키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외국에서 태어났지만 퍼스트 키스는 아직인데 말야. 상대도 없고, 지금 상황에서는 찾아낼 수도 없을 것 같으니까. 혹시나 사이카 님이 결혼하시는 것보다 내 연애는 나중 일이 되지 않을까하고, 별일 아닌 듯이 웃고 말았다.
샤워를 다 하고 나서, 타올로 몸을 닦고 있자, 탈의실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코쿠라 님. 입을 옷을 준비해 왔습니다."
"감사해요."
커다란 타올을 둘러 몸을 숨기며, 탈의실 문을 조금 열고, 거기에서 내밀어져 온 갈아입을 옷을 받아들었다.
……그 김에 화장 도구도 받고 말았다.
이건 화장을 하라는 의미인걸까?
정체가 들킬 수는 없으니까, 일단 화장을 옅게 하고, 받아들은 갈아입을 옷을 재빠르게 몸에 입혀갔다.
……그 중에 패드가 붙어있는 브라가 평범하게 있는건 머리가 아파질 것 같았지만.
아니, 어쩔 수가 없는건 알고 있지만……. 남자로서 입는 옷 전부가 여성옷이 되어있는건, 역시 생각하는 바가 좀 있다.
"코쿠라 님. 준비는 끝나셨나요?"
"네. 끝났어요."
젖은 머리카락도 타올로 닦고 말렸으니, 이제 괜찮겠지.
드라이어가 있으면 좋았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탈의실 안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아사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요?"
카린 씨를 데리고 탈의실에서 나오자, 아트레 님과 코노치요 씨와 함께 최상층의 방에 있던 리소나가 혼자서 찾아왔다.
뭔가 사건이 있었던건 알고 있었겠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한 모양이다.
카린 씨는 내 옷 준비로 바빴고, 야소시마 씨는 에스트 씨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으니까.
사이카 님은 루미네 씨의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테니, 리소나가 사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는건 나 밖에 없다.
통로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에, 카린 씨에게 다시 감시를 부탁하고 둘이서 풀의 탈의실 안으로 돌아왔다.
이 탈의실 안이라면, 말할 수 없는 일도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온다고 한다면, 사이카 님, 루미네 씨나 아트레 님과 코노치요 씨 정도다. 다른 사람은 야소시마 씨의 지시가 있으니까 들어올 수 없다.
내 정체를 들키지도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역시, 야소시마 씨는 좋은 사람이다.
"실은……."
아무도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한 나는, 리소나에게 풀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다 들은 리소나는 처음에는 허둥했지만, 사이카 님도 에스트 씨도 무사하다고 알고 나자 진심으로 안도했다.
역시, 리소나는 사이카 님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그 일이 기뻐서 무심코 웃음을 띄우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그 물러터진 놈의 정체는 들킨게 아닌가요?"
"응. 그건 나도 걱정이야."
교복을 입은 채의 나와 다르게, 사이카 님은 교복을 벗고 풀 속으로 들어갔다.
빠져있던 에스트 씨가 어디까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이카 님의 정체를 눈치챘을 가능성은 높다고 나도 생각한다.
목숨의 은인이라고 해도, 에스트 씨가 성별을 속이고 있던걸 용서할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특히 어떻게 된 일인지, 에스트 씨는 사이카 님에게 있어 꽤나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 대체 두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경쓰인다.
조금 이따 이야기할테니, 그 때라도 물어볼 수 있다면 물어보자.
"그렇다고나 할까, 당신도 무리하시네요. 교복을 입은 채로 물 속에 뛰어들다니."
"미안. 두사람이 빠져가는걸 보니까, 참지 못하겠어서."
"그대로 당신도 빠질 수도 있었는데도."
"그치만, 오오쿠라 가의 사용인의 교육을 받았을 때에 옷을 입은 채로 인명 구조를 하는 특훈도 받았으니까. 주인의 목숨을 제일로 생각하라고 들었었고. 옛날 일이지만."
"우와~, 이제와서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던 우리 가문의 어둠. 그것도 그걸 별 탈 없이 해냈었던건가요."
"그 덕분에 사이카 님과 에스트 씨를 구할 수 있었으니까, 정말로 특훈해서 다행이야!"
"이 오빠는……. 뭐어, 정말로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렇지만 무리는 그만둬주세요. 여동생,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했으니까요."
"나만이 아니라 사이카 님도 걱정하지 않았어?"
"하아? 어째서 제가 그 물러터진 놈을……. 뭐어, 무사하다고 들어서 안도는 조금 했지만요."
솔직하지 못한걸, 리소나는.
끈질기게 물어보면 내가 아니라 사이카 님에게 불똥이 튈 것 같으니까 묻지 않도록 할게.
여기서는 이야기를 바꾸는 의미로 다른 화제를 내보자.
"그래서 리소나. 아트레 님과 코노치요 씨는 어떻게 됐어?"
"그 두사람말인가요……. 진심으로 혼내줬다구요. 평소에는 상냥하게 대해줬지만, 조만간은 아트레에게도 엄하게 갈거예요. 멈춰도 쓸데없으니까요."
"……구체적으로는?"
"아트레와 그 물러터진 놈을 최악의 경우엔, 떨어뜨려놓겠어요. 그 애에게는 이 이상 없을 정도의 벌이에요."
"……의미를 모르겠는데, 어째서 그게 아트레 님의 벌이 되는거야?"
"그 애는 저를 조금 닮은 부분이 있어서 말이죠. 그저 그 애의 경우에는 저보다도 심각하다고 해야 할까요. 설마, 그렇게까지 악화됐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무슨 소리야, 그건?"
"……당신에게는 조금 버거운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듣고 싶어. 으응. 듣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러니까, 이야기해줘 리소나."
"알겠어요……. 실은."
리소나에게서 들은 이야기에는 놀랐다.
아트레 님은 자신의 인생이 사이카 님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리소나와 닮았다. 그렇지만, 어째서 그런 생각이 그 행복한 사쿠라코우지 가 안에서 생겨나버린 것인지 내게는 알 수 없었다.
그 원인도 리소나는 알려주었다. 아트레 님의 생각의 근원에 있는건, 사이카 님과 자신과의 용모의 차이.
사이카 님과 다르게, 아트레 님은 일본인 비슷한, 정확히 말하자면 나나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과 비슷한 용모를 하고 있다.
그 일을 아트레 님은 『떠넘겨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릴 적, 사이카 님이 태양빛 아래로 나가지 못하거나, 겉모습으로 괴로워했던 일도 영향을 주어, 아트레 님의 속에서 쉽게 지울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당시의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아직 어린아이라 생각해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말았고, 야치요 씨도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을 취한 모양이지만, 아트레 님의 생각은 변하지 않을 뿐더러 더더욱 강한 쇠사슬과 같은 모양으로 완고해지고 말았다.
"그 물러터진 놈이 제가 인정할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하면, 아메리카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던 때에 무슨 말을 했다고 생각해요?"
"……모르겠어."
"그럼, 자기도 아메리카로 돌아간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구요. 친구들은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니, 오라버님 쪽이 더 소중하다고 들어서 머리가 아파졌어요."
무겁다. 너무나도 무겁다.
사이카 님이 들으면, 할 말을 잃어버리는게 아닐까? 그렇다기보다는, 어째서 그렇게 될 때까지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도 루나님도 방치하고 만 것일까.
이건 꽤나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그 애의 행복은 그 물러터진 놈의 도움이 되는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거야말로 그 물러터진 놈이 방구석 외톨이라도 된다면, 자기도 학원을 가지 않고 온종일 그 물러터진 놈의 곁에 있을 것 같아요."
"……어째서 그런 일이."
머리가 아프다. 아이 교육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아니, 아트레 님은 내 아이가 아니지만.
……그렇지만, 확실히 말한대로, 리소나에게 아트레 님은 닮았기는 했지만 결정적으로 리소나와 다른 점이 있다.
그건 리소나는 나와 어느 정도 떨어져도 있는 곳조차 알면 괜찮지만, 아트레 님은 있는 곳을 알고 있어도 사이카 님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다. 물론, 리소나도 불안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걸 참을 수 있다. 아트레 님에게는 그게 불가능하다.
만약 자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이카 님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초조해져서 진정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중증이다. 심각할 정도로 아트레 님의 마음은, 받는 상대에게 있어 괴로움을 느끼게 할 뿐이다. 다행이라고 말해야할지, 마음을 받고 있는 사이카 님은, 아트레 님의 마음의 깊이를 지금은 자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자각하면 그 무거움으로, 사이카 님은 짓눌렸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줄곧 아트레 님은 사이카 님의 곁에 있을 셈인거야?"
"본인이 말하기에는, 그 물러터진 놈의 인생이 반짝임과 축복에 감싸이고, 생애의 파트너를 찾아내, 항상 기쁨이 흘러넘치게 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었어요."
"……아트레 님의 생각은 틀림없이 선의로부터 온 것이다.
확실히 어엿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건 무엇보다도 사이카 님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리소나도 나를 우선하지만, 아트레 님 쪽은 훨씬 심각하다. 생각해보면, 사이카 님이 여장해 학원에 숨어들어간다고 제안했을 때, 아트레 님은 고민하는 일 없이 사이카 님의 제안을 승락했다. 아버님과 야소시마 씨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일도 있었으니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그 일을 모르는 아트레 님이 사이카 님의 제안을 자연스레 받아들인건 이런 것 때문이었던건가하고 이제와서 이해했다.
"여동생. 아트레를 보고, 아이 교육의 어려움을 다시금 알게 됐어요. 제게 아이가 생겼을 때에는, 제대로 키우고 싶다고 생각해요."
힘내서 좋은 사람을 찾아내렴, 리소나.
"일단 아트레 쪽은 혼냈기에, 남은건 물러터진 놈 쪽이지만요."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 오늘은 아무리 그래도 그만두자. 에스트 씨의 일도 걱정되니까, 조금 더 여기에 있을 셈이지만."
"저는 내일부터 일이 있으니까요……. 가능하면 오늘 중에 이야기를 해두고 싶네요. 뭐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그 물러터진 놈이 그 주인을 소중히 생각하는건 틀림없는 모양이니까요, 최악의 경우, 제가 사정을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정말이지……. 진짜로 곤란하게만 하네요."
"리소나."
"엑? ……뭔가요, 그 자기 아이의 성장을 기뻐하는 듯한 눈은. 그만둬주세요, 정말로."
"미안. 그랬지. 리소나의 성장을 본건,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이었었지."
"우옷! 이번엔 질투하는 듯한 눈을. 무후훗, 이런 눈을 해주다니, 여동생 기뻐요. 이것만으로도 기쁨을 느껴요."
또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 질투를 하고 말았다.
리소나 관련으로는 어떻게 해도 질투심이 솟아오르고 만다. 그 분에게 이런 감정을 품는건 해서는 안될 일인데도.
죄송해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총재 님, 코쿠라 님. 야소시마 님에게서 전화입니다."
통로에서 감시하고 있던 카린 씨가 문을 열고, 내 휴대전화를 내밀어왔다.
전엔 내가 가지고 있었지만, 휴대전화와 같은 연락 수단은 집 이외에서는 카린 씨에게 갖고 있도록 하라고 리소나와 아버님에게 들었었다. 덕분에 풀에 뛰어들어서, 휴대전화를 망가뜨릴 일도 없었다.
망가뜨렸다면 아버님에게도 설명해야만 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휴대전화를 받아들고 스피커폰으로 바꿔 리소나에게도 들리도록 했다.
"네, 코쿠라입니다."
『아아, 코쿠라 씨. 지금 전화해도 괜찮아?』
"괜찮아요, 야소시마 씨 덕분에 풀의 탈의실 쪽에는 사람은 오지 않으니까요. 리소나도 함께 있어요."
『그래. 총재 공도 있는거구나. 그러면 도련님에게도 이미 보고했는데, 에스트 아가씨에게는 문제는 없는 모양이에요. 의사한테서도 후유증이 남을 걱정은 없다고 들었어요.』
다행이다! 에스트 씨는 무사하구나!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야소시마 씨의 보고는, 정말로 기뻤다. 만약 후유증이 남기라도 한다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보고를 듣고 나니 진심으로 안도했다.
『그래서 에스트 아가씨에게서의 부탁으로, 가능하면 맨션으로 돌아갈 때까지 남아있어달라고 하셔요.』
응? 지금 야소시마 씨는 뭐라고 말한 것일까?
"엥? 저기, 병원에 입원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요?"
아무리 구조됐다고 해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만약의 일을 생가개, 오늘은 병원에 입원할거라 생각했는데.
『도련님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의사의 진단을 받았어요. 경과를 진찰해보니, 걷는 것, 대화에 지장이 없어, 회복하고 있다고 판단하셨어요. 오늘은 방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하셨고요.』
"그럼에도 불안은 남아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거말인데요, 코쿠라 씨. 에스트 아가씨가 방에 돌아가려고 하는 이유는, 도련님에게 외출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예요.』
"사이카 님을 위해서 말인가요?"
『네. 자신이 입원해서는 도련님이 반드시 병원에 올거라 생각하셨나봐요. 그거랑…… 아무래도 에스트 아가씨는 도련님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신 모양이에요.』
"엥?"
『넌지시 확인해봤는데요, 아무래도 빠지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모양이신 것 같아서요. 남성에게 도움을 받은건 기억하고 계신 모양이지만, 그게 도련님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세요.』
이건…….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이카 님의 정체가 들키지 않은건 안도해야할 일이지만, 나 개인으로서는 판단이 어려워졌다.
나는……. 역시 사이카 님이 하시고 계신 일을 완전히 긍정하는 일만큼은 어떻게 해도 할 수 없다. 다른 모두는, 분명 리소나도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성공을 알고 있으니까, 사이카 님이 하려고 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보고 만다.
하지만 내게는 어떻게 해도 긍정해나갈 수가 없다. 지금도 이렇게 여장해 필리아 학원에 다니는걸 골랐지만, 그건 리소나가 말했던 그 말이 있기 때문이다.
『저를 위해서 필리아 학원에 다녀주세요.』
리소나 본인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그 말.
그게 나를 움직이고 있다. 만약 그 말이 없었다면, 나는 진실을 알게 되어도 필리아 학원에 다닐 일은 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리소나의 부탁이라면 뭐든 하고 싶다.
그러니까 트라우마가 되어있어도, 필리아 학원에 다닐 수 있다.
마음 속 깊이. 지금은 버텨내고 있는 죄악감. 그 죄의식이 문득 뒤돌아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건 잘못됐다고 고해온다.
전과 다르게 여성 호적을 갖고 있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는 없다는게 되어있지만……. 어떻게 해도 그 때의 일이 뇌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주 조금 전까지 친했던 사람이 변모해, 적의를 보내오는 공포.
……트라우마가 되어있는 자각은 있다.
『어쨌든 이제부터 에스트 아가씨와 『벚꽃의 정원』으로 돌아갈게요. 처음에는 도련님과 이야기하는 일이 될 것 같으니, 코쿠라 씨에게는 기다리게 되겠지만요.』
"상관없어요. 저도 에스트 씨의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요. 사이카 님과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 휴대전화에 연락을 하도록 전해주세요. 번호 쪽은 알려주셔도 상관없으니까요."
『알겠어요. 그럼 실례할게요.』
전화가 끊기고, 대화를 듣고 있던 리소나가 고민하듯 양손을 꼬고 움직이고 있다.
"이 경우, 정말로 알고 있는지, 알고 있는데도 얼버무리려는건지 판단하기 어렵네요."
"응. 그렇지만, 에스트 씨는 사이카 님을……. 아, 성별을 알아도 정체까지는 몰랐었지."
"애초에 대체 뭘 저지른건가요, 그 물러터진 놈은. 꽤나 적의를 갖고 있었다구요."
"그렇네."
에스트 씨가, 코쿠라 아사히가 아닌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님을 싫어하고 있는건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역시 나중에 이 건도 사이카 님들에게 확인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보고하는걸, 하나 잊고 있었어요."
카린 씨가 탈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보고? 뭘까?
나와 리소나는 그 보고를 듣고, 카린 씨에게 안내받아 『벚꽃의 정원』의 44층으로 향했다.
"이쪽이에요."
44층에 있는 방 앞에, 나와 리소나는 서 있었다.
이 방 안에 있는 인물이, 나와 야소시마 씨를 풀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준 사람인 모양이다.
어째서 카린 씨가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는지 묻는다면, 특징이 있는 머리카락을 한 모양이며, 또 그 인물도 유명한 인물인 모양이니까, 나와 야소시마 씨가 있던 종업원용의 방에 달려가는걸 『벚꽃의 정원』의 주민이 목격했었기 때문이다.
카린 씨 자신도, 그 목소리가 들려온 때에 특징적인 머리카락을 목격한 모양이다.
……정말로 우수한 사람이다. 입장적으로 내가 주인이지만, 나중에 복식 부문을 조사할 때를 위해서, 조언을 들어두자.
그래도, 지금은 그것보다도 우선해 확인해야만하는 일이 있다.
"리소나 씨."
"괜찮다구요."
"그럼."
인터폰을 눌렀다. 방에는 틀림없이 있는 모양이다.
『누구신가요?』
"코쿠라 아사히라고 해요."
『코쿠라 아사히 씨? 이상한걸. 내가 알고 있는 아사히 씨와는 목소리가 다른데.』
"그 분과 저는 다른 사람이에요……. 할 이야기가 있어요. 풀에서의 일이라고 하면 아시겠나요."
『풀에서의 일? 무슨 일 말하는걸까?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나는 아무것도 몰…….』
"제 종자가 당신을 목격했어요."
『……알았어. 문을 열테니까, 조금 기다려줘.』
아무래도 승락해준 모양이다.
조금 기다리고 있자 방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특징적인 푸른 빛이 도는 보라색 머리카락을 한 여성이 사복으로 나왔다.
……과연. 확실히 카린 씨가 말한대로, 특징적인 머리카락을 하고 있다.
본연의 머리카락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 탈색한 머리색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처음 보네, 나, 요우카도 사쿠리."
"코쿠라 아사히라고 해요."
"와옷! 루미네 씨가 말했던대로, 정말로 흑발의 코쿠라 아사히 씨가 있었구나. 곤란한걸. 정말로 곤란해."
"뭐가 말인가요?"
뭔가 내 이름으로 곤란한 일이, 그녀에게는 있는걸까?
"그도 그럴게, 내 최근 밤에 달아오르는걸 유지했던건, 백발의 코쿠라 아사히 씨가 있었으니까야. 그런데 흑발의 코쿠라 아사히가 눈앞에 나타난 덕분에, 이후의 밤에 달아오르는걸 유지하지 못할 것 같아."
"밤에 달아올라요? ……아아, 혹시나 뭔가 밤에 아사히 씨와 식사라도 만드셨나요?"
"엥?"
"어떤 식사를 만드시고 계신건가요? 밤에 달아오른다는건, 혹시나 매일 두분이서 식사를 만들어……."
"거짓말, 싫어라. 설마, 정말로 이 사람도 모르는거야? 루미네 씨에 이어서 상상 이상으로 순수 배양인 사람."
"뭐가 말인가요?"
둘이서 식사를 함께 만들고 있는게 아닌걸까?
밤에 여성과 둘이서만 함께 있다는건, 사이카 님의 사정을 생각하면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만큼 두분이 사이가 좋다는게 아닌걸까?
의문스레 생각하고 있자, 내 옆에서 리소나가 한걸음 앞으로 나와, 나와 요우카도 씨의 사이로 끼어들어왔다.
"이 애에게 그 부류의 농담은 그만둬주세요. 정말로 모르니까요."
"정말로!?"
"정말이에요. 그래서, 슬슬 연기는 그만둬주면 좋겠네요."
"엑?"
연기? 무슨 말을 하는걸까 리소나는?
그렇지만, 리소나의 발언을 들은 요우카도 씨는 아까 전까지 여유로워보이는 분위기였는데, 떫은 얼굴을 했다.
"미안해……. 나, 솔직히 말해서 본모습으로는, 당신과는 이야기 못할 것 같아. 그래도, 내 연기를 간파하다니……. 역시나 오오쿠라 가의 총재 공이네. 꽤나 본심도 들어가 있었는데."
"경력이 다르다구요. 이쪽은 미소로 본성을 감추고 접근해오는 상대와 긴 시간 마주보고 있었으니까요."
"연기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자신을 조금 잃어버렸어……. 방에 들어와. 누군가가 들으면 좋지 않은 이야기. 당신의 조카.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씨의 이야기니까."
작가의 말
원작에서는 아트레에게 무르다는 리소나지만, 이 작품에서는 공범 중 한명이기에, 사이카와 똑같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사이카에게 있어서 최종 보스가 있습니다. 다음 중 누구일까요?
1. 라포레
2. 오오쿠라 이온
3. 야마부키 야치요
4. 오오쿠라 리소나
5. 사쿠라코우지 루나
자아, 대체 누구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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