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원작에서 말하는 오프닝까지 종료입니다.
유세이 side가 짧아진건 너무나도 아쉽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사이카 side를 진행시킬 수 밖에 없었어요. 정말로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덧붙여서 진짜로 과거 최장 길이의 문자수.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몰라서 그랬습니다.
4월 초 5
side 사이카
"방에 돌아가기 전에 학원 안을 한번 둘러보고 갈래? 보건실 위치라던가 알아두는 편이 좋을거라 생각하니까."
"괜찮네요. 그렇게 해요. 햇빛이 비치는 곳에는 갈 수 없지만요."
자기 소개나 내일부터 시작할 수업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첫날이 끝이 났다.
그렇지만 나와 에스트도 바로 방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는지, 그렇지 않으면 기분을 밝게 해주는 무언가를 바랐던 것인지, 왠지 모르게 학원 안을 탐색하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큰아버님과 총재 공이 학원 안에 남아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 사람들은 바쁜 사람들이니까, 분명 이미 학원에서 나와 다른 일을 하러 갔을거라 생각하고 싶다.
"코쿠라 씨도 권유했으면 좋았을텐데."
"저래서는 무리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해도 무리다.
HR가 끝난 후, 교실 안의 우리들을 제외한 여학생들이 단숨에 코쿠라 씨의 곁으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 조그마한 폭군. 저스틴 양의 폭거를 막은 코쿠라 씨는, 반 안에서는 영웅 취급이다. 상대의 위치를 생각해봐도, 오오쿠라 가에 관련이 있는 코쿠라 씨만이 저스틴 양에게 지금으로서는 대응할 수 있다.
코쿠라 씨의 다음으로 가문의 격이 높은 우메미야 이세야와 에스트로는, 아쉽지만 저스틴 양을 멈추는 것은 무리다. 상대는 구 백작 가의 인간이며, 프랑스 대사관의 서기관이 숙부인 상대이니까.
잘못하면 국가 문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꽤나 곤란해하는 모양이었지만 말야."
"그 분은, 그런 대응에 익숙하지 않으신거겠죠."
뭣보다 얼마 전까지 사용인이었던 사람이니까.
갑자기 많은 아가씨분들에게 의지를 받다니 경험해본적도 없는게 틀림없다. 도와주고는 싶지만, 지금의 내 입장은 일개 메이드다.
입장적으로도 에스트 쪽을 우선해야만 한다. 에스트도 아까 전의 교실 안에서의 대화 때문인지, 교실에는 남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그러고보니, 아사히 씨. 성을 불러도 괜찮아지지 않았어?"
"아무래도 쇼크가 너무 강했던 모양이라, 트라우마가 날아가버리고 만 것 같아요. 이것도 전부 코쿠라 님의 존재를 숨기고 있던 에스트 아가씨 덕분이에요. 감사해요, 상냥하신 에스트."
"우으, 미안해. 설마, 그런 일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빈정거리는 말을 들은 에스트는, 몸을 떨면서 사과했다.
교실 안에서 저스틴 양한테서 지켜주려고 한 것은 기뻤지만, 그거랑 코쿠라 씨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던건 다르다. 만약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부끄러움은 느껴도 기절까지는 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니까.
"그래도, 자기 소개 때는 교실에 있는 모두, 역시 놀랐었지."
"같은 이름인 인간이 두사람 반에 있는거니까요, 어쩔 수 없어요."
"그 사람, 어째서 오오쿠라의 성을 대지 못하는걸까? 아버님인 오오쿠라 이온 씨는 가정 사정이 있다고 했는데."
"……제게는 모르겠어요."
오오쿠라 가의 전 당주인 증조할아버님이 허가하지 않았으니까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이름이 두사람이나 반에 있다는건 조금 혼란이 올 것 같다. 아마도, 종자인 내 쪽이 이름으로 불리게 될거라 생각하지만 말야.
"생각한 것보다도 들어갈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되어있네요."
"보건실 장소같은건 알았는데, 달리 들어갈 수 있는 장소는 살롱같은 것뿐인 모양이고. 재미없네."
"첫날이니까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탐색 결과는 부진했다. 별 수입도 없는 채로, 우리들은 『벚꽃의 정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 통로로 가기로 했다.
"맞다, 아가씨. 모처럼이니까 학원 식당을 이용해보지 않으시겠어요? 마침 시간은 점심 때예요."
"와, 보고 싶어! 일본의 학생 식당은 시끌벅적하지?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으니까 기대되는걸."
필리아 학원의 식당은 학원 전체가 공통이며 『복식 부문의 동의 최상층과 2층』에 있다고 학원의 설명서에 쓰여있었다.
두개 식당이 있는건, 특별편성반과 일반학생으로 나누기 위해서, 당연히, 위치가 높은 최상층쪽이 특별편성반, 2층의 낮은쪽이 일반반.
이 구분으로 본다면, 세계 몇 없는 대부호의 딸인 루미 누나라도, 일반 시험으로 합격했기에 일반 식당으로 가야만 한다. 특별편성반의 학생과 일반반의 학생이 함께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모양이지만.
그 규모나 질로 말하자면, 일반 식당조차도 관계자가 아닌 근처 주민이 먹으러 올 정도. 사실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개방하지 않았지만 쫒아내거나는 하지 않는 모양이라, 인터넷에서 호평이 되어있을 정도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일반반의 식당뿐이다. 특별편성반의 식당에는 일반 사람들은 들어가는게 절대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반 쪽에도 근처 주민들이 올 정도로 맛있으니까, 특별편성반의 식당도 추측할 수 있다. 일식 양식 중식 요리가 갖춰진 뷔페 형식에, 그것도 일류 셰프의 손으로 준비되고 있다.
식사가 정말 맛있으면 에스트도 기쁘게 기운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입학식인 오늘은 최상층의 식당은 쉬는 날이었다.
일반 쪽은 첫날이라 무진장 만원. 식당 시스템조차 모르는 우리들은 식권조차 제대로 사지 못해, 바로 물러나는걸 강제당했다. 안되는 날에는 뭘해도 안되는 것이다.
"인간, 포기하는게 중요하네."
뭔가 깨달은 듯 중얼거리는 에스트의 목소리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한걸음 어른이 된 나의 주인.
그게 일본의 와비사비 (주. 일본의 미적관념, 문화적 전통 미의식을 일컫음.) 라는거야. 잘 성장했네 에스트. 주의를 줘도 지하 카페에 가서, 달달한 것을 숨어서 먹었던 너라고는 생각 못하겠어.
"아, 역시 기다려봐.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렀어."
전언철회. 그거야말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다. 결국 외국인에게, 일본의 심오함을 알게 하려는 것 자체가 무모했던건가. 깊은 슬픔을 나는 느꼈다.
나의 슬픔에 눈치채지 못한 에스트의 시선의 끝을 쫒아보니, 건물 밖에 향해있었다. 내가 걸어다닐 수 없는 태양광 아래에는, 본 적이 있는 얼굴이 나란히 있었다.
"말도 안돼애. 저 식당의 붐빔은 말도 안돼애. 이 학원은, 대체 전부 몇명 있는거야. 것보다 분명 학생이 아닌 사람도 있고. 각 동에 하나씩 식당이 있어도 좋을텐데."
"응 그래도 편의점 가까워서 다행이었지이. 마시써어. 라면 마시써어. 굶주린 마음과 몸에 스며드는 라면 마시써어. 츄릅츕츕."
"그래도 말야, 절대로, 저거 말야, 편의점도 말야. 오늘은 말야, 입학식이니까 비어있던거라구. 내일부터 가는게 늦으면 뜨거운 물이 없을거라구."
"하지만 말야, 그렇다면 말야, 조금 멀리 있는 편의점까지 가면 괜찮잖아. 뭐어 학교 안에서는 먹을 수 없게 되겠지만 말야, 도시니까 편의점 정도는 잔뜩 있잖아. 최악의 경우엔, 지하 통로를 지나서 그 지하 카페로 가면 되고."
"거기 비싸니까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아. 것보다 말야, 그거잖아. 도시라고나 할까 대도시의, 그것도 아마도, 일반적으로 부티나는 이 근처에서, 컵라면을 바닥에 주저앉아서 먹는건 우리 정도잖아."
"그래도 말야, 뭔가 말야. 반대로 간지난다고나 할까, 보통 하지 않는 일 하고 있으니까, 조금 다른 사람들은 못하는 일을 한 느낌이 있지."
여전히 유쾌한 두사람이다. 만나는건 오래간만이지만, 두사람의 일은 나는 잊지 않았어.
특히 긴죠 씨는 입학식에서 노래를 불렀으니까. 신입생 대표의 인사에서 노래 부르는걸 볼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었는걸.
"어쩐지 식사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손에 들고 있는건 뭘까?"
"과자가 아닐까요? 아, 그렇지만 젓가락을 쓰고 있어?"
두사람이 먹고 있는건 뭘까?
본 적도 없는 모양을 하고 있다. 형태로서는 컵에 가깝지만, 저렇게 손에 쥐고 젓가락을 들고 먹는건 나는 본 적이 없다.
"모처럼이니 말을 걸어볼까요."
"그러네, 이쪽에서 갈 수는 없으니까……. 하루코 씨, 큐우 씨!!"
"아?"
"아! 에스트갤럿하 씨랑 메이드 씨다! 팔코예요!"
우리들이 있는걸 눈치챈 긴죠 씨는 기운 좋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에 비해 옆에 앉아있는 이치마루 씨는, 당황한 듯이 우리들을 보고 있다.
"어, 어라……. 전에 지하에 있던 곳에서 만났던? 여기 학생이었어요?"
"뭐 글치."
"왜 팔코가 대답하는데?"
"아까 전 무대에 올라갔을 때, 두사람의 얼굴이 보였으니까. 아, 이 학교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했어. 그리고, 검은 머리인 사람도 옆에 앉아있었어."
"그 사람인가……. 뭐어, 그 사람은 말했었으니까 놀라지 않았지만, 이 두사람까지 이 학원 사람이었다니."
"우연도 참 대단한거얼."
신경이 쓰이는 대화를 하고 있다.
우리들의 옆에 앉아있던 검은 머리인 사람이란건……. 코쿠라 씨 밖에 없다. 그 사람, 긴죠 씨와 이치마루 씨와도 만났었구나.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주 나랑 만났던 사람이랑 만나는걸.
"우리들의 얼굴이 보이셨었군요. 인사, 굉장히 멋지셨어요."
"이야아 부끄러워요."
"응. 나도 자기 자리에서 보고나서 진짜로 부끄러웠어. 왜 그거 불렀어."
"아니 그게 말야. 한번, 원고 용지 잊어버린 채로 무대에 올라가보면 알거야. 뭔가 말해야지하고 초조해지고, 선생님도 재촉하고, 솔직히 도망치고 싶어지고, 그게 최대한이었다구요."
"절대로 찍혔을거라고 생각해. 얼마 동안은 얌전히……. 아, 무리다. 다음주 판매하는 잡지에 팔코의 스냅 사진이 실리니까, 또 눈에 띄겠네."
"불행하게도 타이밍이 너무 겹쳤슴다."
"아니, 찍는 사람들은 불행이라던가 타이밍이라던가 생각 안하니까."
"우히이."
긴죠 씨는 허망해하는 듯이 손 안에 있는걸 슬쩍슬쩍 먹었다.
……맛있다는 듯이 역시 먹고 있다. 신경이 쓰여서 어쩔 수가 없다.
"그 손에 들고 있는 음식은 뭔가요?"
"어, 컵라면……. 것보다, 그거 진심으로 물어보는, 건가요?"
"아, 그게 컵라면. 죄송해요, 처음 보는거라서요."
컵라면이라는 음식이 있다는건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몸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물건이라는 것 같아, 나는 먹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실물을 보는 것도 처음이다.
"저도예요. 이야기로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요, 진짜를 보는건 처음이에요."
아무래도 에스트도 컵라면을 보는건 처음인 모양이다.
"귀족 아가씨는 정말로 컵라면을 먹거나 하진 않는거군요. 이야아, 조금 꽤나 놀랐어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어떠세요."
"죄송해요. 저는 건강상의 이유가 있어서, 햇님 밑으로는 갈 수 없는 체질이에요."
"엑."
내 발언에 긴죠 씨가 놀라 움직임이 멈춘 순간, 우리들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거기 당신들! 학원 부지 안에서 땅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하다니…….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켁. 우와 이거 위험해. 첫날부터 완전 진심으로 혼날지도 모르겠어, 팔코, 가자!"
"어? 아, 어, 아, 네, 응."
교사가 우리들 등뒤에서 나타났기에, 긴죠 씨와 이치마루 씨는 다른 건물로 도망치고 말았다.
"응, 저 두사람과 이야기했더니 마음이 밝아지기 시작했어. 학원을 탐색하고 볼일이네."
"그러네요."
기분이 밝아진 우리들은, 드디어 방으로 돌아갈 기분이 됐다. 긴죠 씨와 이치마루 씨에게는 감사하다.
그건 그렇다치고, 그녀들은 일반반의 학생이었구나. 그것도 신입생 대표라는건, 긴죠 씨의 입학 시험의 성적은 1위. 한번, 그녀의 디자인을 보고 싶다.
서로 복식 부문의 학생이라고 알았으니, 다음에 만났을 때는 물어보자.
밝은 기분이 되면서, 나와 에스트는 지하 통로를 향해 갔다.
"어라?"
"왜 그러시나요?"
"저건, 코쿠라 씨와 카린 씨 아냐?"
"……아, 정말이네요."
필리아 학원과 『벚꽃의 정원』을 잇는 지하 통로의 입구 근처에, 반의 여학생들에게 말을 걸려 움직이지를 못했을 터인 코쿠라 씨와 카린 씨가 서 있었다.
……위험해. 또 코쿠라 씨에게, 『코쿠라 아사히』로서의 나를 보이는게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진정해. 진정하는거야. 옆에는 내 주인인 에스트가 있다. 하루에 두번이나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좋아. 어떻게든 부끄러움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코쿠라 씨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걸까? 이요를 만나러 『벚꽃의 정원』에 갈거라면, 여기에 서 있을 필요따윈 없는데. 설마,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걸까?
"코쿠라 씨!"
"아, 에스트 씨에……. 아, 아사히 씨."
……말하기 괴롭죠.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부르는건. 정말로 죄송해요.
내심 머리를 숙이면서 나와 에스트는, 코쿠라 씨와 카린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런 곳에서 뭐해?"
"실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서요."
"그거, 우리들은 아니지?"
"네. 제 가족이에요. 지금, 이 학원에 다니고 있는 친척분을 데리고 온다는 모양이라, 여기서 기다리라는 연락이 왔었어요."
심장이 튀어올랐다.
코쿠라 씨의 가족에, 친척분이라니……. 그런 상대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코쿠라 님. 오셨어요."
카린이 보고함과 동시에, 코쿠라 씨의 시선은 에스트에게서 우리들의 등뒤로 옮겨졌다.
에스트와 나도 그쪽에 시선을 향해보니.
"아사히. 기다렸죠. 꽤나 찾아내지를 못해서 곤란했다구요. 이 두사람에게는."
……잘못 본거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여기에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내 시야의 끝에는, 미소를 띄운 내가 유일하게 껄끄러워하는 여성이 서 있다.
나의 숙모이자 오오쿠라 가의 총재 공이, 등뒤에서 얼굴을 어둡게 하며 숙이고 있는, 마치 사형 집행 전의 사형수의 표정을 하고 있는 아트레와 코노치요를 동반하며 걸어왔다.
두사람을 잘 알고 있는 에스트는, 무심코 두사람이 내고 있는 분위기에 얼굴이 굳어져버렸다. 아마도, 내 얼굴도 똑같이 되어있을거라 생각한다.
코쿠라 씨도 한순간, 아트레와 코노치요의 모습에 입주변을 일그러뜨렸지만, 바로 표정을 되돌리고 총재 공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기다리지 않았으니까요, 안심해주세요, 리소나 씨."
"그건 다행이네요. 만약 당신을 기다리게 하는 꼴이 되버렸다면, 이야기할 일이 늘어버리고 말았을테니까요."
움찔하고 아트레와 코노치요의 어깨가 튀어오른 듯이 보였다.
이 모습을 보아하니, 지금까지 아트레와 코노치요는 총재 공에게서 도망치고 다녔던 모양이다. 나와 총재 공이 학원 안에서 만나는걸 막으려 해줬던 것이겠지만……. 미안해. 에스트와 학원 안을 탐색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남아있었어.
타이밍이 너무 나쁘다고 내심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자, 코쿠라 씨가 총재 공에게 에스트를 소개하고 있었다.
"리소나 씨. 이분이 제 클래스메이트인 에스트 씨예요."
"처음 뵙겠습니다,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예요."
"오오쿠라 리소나예요. 아사히의 일본에서의 보호자랍니다."
"오오쿠라 리소나!? 그 오오쿠라 가의 당주고,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고스로리 패션 브랜드를 경영하고, 필리아 학원의 이사장도 하고 있는 분인가요!?"
"뭐어 그러네요. 그저, 딱딱한건 싫기에 평소대로 대해도 상관없어요."
"아, 아사히 씨! 어, 어쩌지!? 오오쿠라 이온 씨만이 아니라, 오오쿠라 리소나 씨까지 하루 사이에 만나버리다니!?"
"아, 아가씨. 마음은 알겠지만, 진정해주세요."
"아사히?"
총재 공은 에스트의 날 부르는 호칭에,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쪽 분은 에스트 씨의 종자인, 코쿠라 아사히 씨라고……. 하는 모양이에요."
"핫?"
총재 공은 아연실색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죠.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상대인 코쿠라 씨의 이름을, 내가 쓰고 있는거니까.
아연실색함에서 제정신을 되찾은 총재 공은, 코쿠라 씨를 불러 가까이 오도록 손을 흔들며, 코쿠라 씨는 다가가 나와 에스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 큰오빠……. 숨기고 있었군요."
"처음에 들었을 때는, 저도 놀랐어요. 아버님의 맨처음 괴롭힘이라 생각해요."
"나중에 캐물어둘게요."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으니까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아마도 나의 이름에 관해서일거라 생각한다.
점점 더 총재 공의 인상이 나빠질거라 느끼고 있자, 이야기가 끝났는지, 총재 공은 아직도 동요하고 있는 에스트에게 얼굴을 돌렸다.
"분명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였죠?"
"네, 네에!"
"당신의 소문은 자주 들었다구요, 듣기로는 제 조카와는 아메리카에서 라이벌이라던가?"
"조카?"
"에스트 씨.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씨……의 일이에요. 리소나 씨의 둘째 오빠의 아들이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씨……라구요."
"그런 사람, 라이벌이 아니에요."
푸슉하고 에스트의 발언에 내 가슴을 꿰뚫었다.
……여,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그렇겠지.
에스트의 인식으로는, 나는 아사히를 이용해 명성을 올렸던 인간이니까.
코쿠라 씨와 총재 공은 에스트의 발언에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두사람 안에서는 에스트는 나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총재 공은 아마도 조사해서, 코쿠라 씨는 아메리카에 있었으니까, 아버님이나 어머님에게서 들었던건지도 모른다.
아버님은 나의 작품이 나온 잡지를 소중히 갖고 있고, 그 중에는 에스트의 작품도 실려있었을테니까.
총재 공의 시선이 내게 왔다.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대체 뭘 저지른거냐고 말하고 싶은거겠지.
한숨을 쉰 총재 공은, 천천히 에스트에게 얼굴을 돌렸다.
"아무래도 조카가 뭔가 저지른 모양이네요."
"아뇨, 괜찮아요."
"뭐어, 그 건은 조카를 만났을 때에라도 자세히 들을테니까요. 그럼, 아사히. 가도록 하죠. 거기 두사람도."
""……네.""
어둡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지금부터 기다리고 있는 아트레와 코노치요에게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지만, 총재 공이 엄한 시선을 내게 보내며 움직임을 제지하고 있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내 정체를 밝히지는 않는 모양이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 판단한 총재 공은 시선을 떼고, 코쿠라 씨들을 데리고 『벚꽃의 정원』을 향해 갔다.
……아트레, 코노치요. 도와주지 못하는 나를 용서해줘. 정말로 미안해.
"괘, 괜찮을까? 아트레 씨랑 코노치요 씨."
"……괜찮을거라고 바라죠. 에스트 아가씨."
side 유세이
지하 통로를 지나 『벚꽃의 정원』에 찾아온 우리들은, 그대로 최상층인 66층의 아트레 님의 방으로 가려 했다.
그렇지만, 1층의 엔트런스에 도착했을 때, 리소나가.
"아사히는 카린 씨를 동반해, 그 거인 메이드인 사람을 만나러 가세요."
"괜찮은가요?"
야소시마 씨는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트레 님과 코노치요 씨 쪽이 먼저라 생각했었는데.
"당신 일이니까, 제가 혼내고 있는 도중에 너무한다고 생각해서 끼어들어올 것 같으니까요. 이번 건은 저도 완전 머리 끝까지 화났으니,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요."
라 들어서, 나와 카린 씨는 1층에서 내리게 됐다.
……엘레베이터가 닫히기 직전에 본 아트레 님과 코노치요 씨의 얼굴은, 더욱 어둡게 침울해져있었다.
도와주고 싶지만……. 이번만은 내가 뭘 말해도 리소나의 귀에 닿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리소나는 확실히 내 행복을 바라고 있다. 그래도, 그건 나만이 아니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도 같은 바람을 품고 있다. 이번 건은 잘못하면,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인생에도 영향이 나올 정도의 큰일이다.
설령 상대가 조카라도, 리소나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을 건드리고 말았으니까 분노를 품어도 어쩔 수가 없다.
아마도 나를 혼내는 자리에서 벗어나게 한건, 일을 저지르고 만 아트레 님이나 코노치요 씨를 감싸는걸 보고 싶지 않아서라 생각한다.
……혹은, 아트레 님이나 코노치요 씨의 입에서, 나를 상처입히는 말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두사람의 일은 걱정이지만, 지금부터 가보아도 리소나를 자극할 뿐이라 자신을 납득시키고, 나는 엔트런스로 향했다.
"저기요."
"네."
"안내원인 야소시마 씨를 만나고……."
"코쿠라 씨!?"
말이 끝나기 전에, 접수처 안쪽에서 야소시마 씨가 허둥지둥 찾아왔다.
……다행이다. 야소시마 씨가 건강해보여서.
아메리카에서 루나님에게서 이야기를 들고 조금 걱정이었지만, 나를 도와준 야소시마 씨는 건강했다.
"오래간만이에요, 야소시마 씨."
"앗……아아……. 되찾았구나……. 미소를."
"네…….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했어요."
"……됐어. 훌쩍……. 이렇게 기운을 되찾은 코쿠라 씨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 기뻐."
야소시마 씨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벚꽃 저택에 있었을 적에 보여주었던 미소를 내게 지어주었다.
이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분명 나는 오늘까지 살아있지 못했다.
갈 곳도 없이 거리를 헤메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임시지만, 벚꽃 저택에 있을 곳을 만들어준 이 사람에게는, 감사의 마음 밖에 없다.
그 사진 일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 자신도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야소시마 씨가 기운차려주려고 했던건 알고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엔트런스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야소시마 씨는, 종업원용의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배려를 해 카린 씨는,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뭔가 긴급한 용건이 있으면, 바로 전해줄 모양이다.
그리고 둘뿐이 된 나는, 야소시마 씨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래. 리소나 씨의 의상이 코쿠라 씨를 일으켜 세워준거였구나."
"네. 정말로 멋진 의상이었어요."
"나도 그렇게 했어야만 했어. 과거의 의상보다도, 지금의 의상을 보여줬으면, 그런 일로는……."
"아뇨 아니에요. 내가 복식에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은건, 리소나의 의상이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누구의 의상을 봐도, 지금의 루나님이 디자인한 의상을 봐도, 나는 분명……. 복식을 버렸을거라고 생각해요."
이것만큼은 틀림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 시절의 나는, 복식에 대해 어떻게 해야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계속해나가야만 할지, 만약 계속한다 하다라도 의미가 있는건가하고 줄곧 고민했었다. 그도 그럴게, 그렇다. 겉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자신의 재능에도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루나님에게 저지른 일이 용서받을 수 있는지 줄곧 고민했었다. 그 분의 인생에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입힐뻔한 내가, 복식을 계속해도 되는지 줄곧 고민했었다.
그러니까, 복식을 버린건 야소시마 씨의 탓이 아니다. 내 마음의 약함이 진짜 원인이다.
"후훗, 코쿠라 씨의 상냥함은 어느 때라도 변하지 않네. 거기다 코쿠라 씨……. 리소나 씨를 설득해줘서 고마워."
"대단한 일은 하지 않았어요. 거기다 리소나는 입으로는 불만을 토로했지만요, 사이카 님과 아트레 님의 일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필리아 학원에 다니는건 포기하게 될지도 몰랐지만, 사이카 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전력으로 지켜줬다고 생각해요."
이것도 틀림없다.
리소나는 싫어하는 상대에게는, 본심으로부터 우러나온 감정을 절대로 겉으로 내비치지 않는다. 그래도, 사이카 님들이 한 일을 알자 감정을 내비쳤었다. 이것만으로도, 리소나가 사이카 님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다.
물어봐도 본인은 절대로 본심을 말하지 않을테니까, 입에 담게 하진 않지만. 오히려 입에 담는 쪽이 무섭다.
부정하기 위해서 즉각 사이카 님을 아메리카로 되돌려보내는 정도는 할 것 같으니까 말야, 리소나는.
"그러고보니 코쿠라 씨. 설마하고 생각하는데, 이번 건은 아메리카의 서방님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기보다는, 뭐라 말하면 좋을까요? 부모자식 2대에 걸쳐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이 지금 알면 기절로는 그치지 않을거예요. 애초에 말했다면, 야치요 씨가 일본에 오셨을거예요."
"……그러네. 야마부키 메이드장이 왔었겠지."
"야치요 씨,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그리고 루나님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한건 괴로웠어요. 게다가 내가 혼낸걸 얼버무려서, 세분의 감사의 말을 듣을 때마다 괴로워서."
"미안해, 코쿠라 씨. 이제 말하지 않아도 돼……. 확실히 그건 괴로웠을거라고 생각해. 정말 고마워."
눈치채주었는지, 야소시마 씨는 눈물을 머금으며 내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놓아주었다.
정말로 괴로웠다. 루나님들이 정말로 감사하고 있다는걸 알기에, 몇번이나 괴로움으로 위가 아파졌는지 모른다.
"내년……. 나는 분명 야치요 씨에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빌게될거라고 생각해요."
"그 때에는 나도 함께 할게. 둘이서 사과하면, 야마부키 메이드장도……. 용서는 해주지 않겠지. 이건 이요이요 각오를 해둬야지! 근육만땅! 본!"
야소시마 씨는 갑자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해, 어떤 포즈를 취했다.
……그리운걸. 벚꽃 저택에 있었을 적에도, 때때로 이렇게 내게 기운을 차려주려고 해줬었다.
기쁜 마음으로 나는, 그 때와는 다르게 미소를 띄우고 야소시마 씨를 쳐다보았다.
"안내원 씨!! 60층의 풀에서 사람이 빠졌어! 얼른 가!!"
""엑!?""
문 밖에서 여성의 비명과 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나와 야소시마 씨는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갔다.
동시에 『벚꽃의 정원』 내에, 비상시 재해가 일어난걸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밖에는 카린 씨도 서 있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보이는 통로 쪽을 험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카린 씨. 지금 목소리는!?"
"사정은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급해보이는 모양이었어요. 아마도 사실일거라 생각해요."
"야소시마 씨!"
"응, 풀로 서둘러 가도록 하자!"
"카린 씨는 구급차의 수배를!"
"알겠습니다."
카린 씨에게 지시를 내리고, 나와 야소시마 씨는 뛰어나갔다.
……싫은 예감이 든다. 서둘러 가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싫은 예감을, 어째서인지 나는 느끼고 있었다.
side 사이카
"다녀왔어. 인사해도, 우리들 이외에 방에는 아무도 없지만 말야."
"그러네요. 저희들만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곁에 있어요. 다녀오셨어요, 에스트 아가씨."
"응, 다녀왔어."
『벚꽃의 정원』 65층에 있는 에스트의 방에, 우리들은 돌아왔다.
아트레와 코노치요 일은 걱정되지만, 코쿠라 씨도 곁에 있을테니까 아마도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그 사람의 상냥함에 어리광을 부리는건 미안하다고는 생각한다. 거기다, 총재 공도 아무리 그래도 손은 대지 않을 터다. 말로는 그거야말로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를 정도로 혼날거라고는 생각한다.
우리들이……. 정확히 말하면 내가 저지른 일은, 총재 공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행위다.
원래라면 에스트와 함께 방에 온다는 그런 여유는 없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에스트에게서 떨어지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절대로 여기서 헤어져서는 안된다고, 막연히 느꼈다.
줄곧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붙잡지 못했던 뭔가를 드디어 붙잡을 것만 같은 기분이…….
"응? 아사히 씨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자연스럽게 내 방까지 같이 와버렸는데."
"아가씨의 가방을 드는건, 종자인 제 역할이에요. 이렇게, 방까지 옮겨드리는건 당연해요."
"그것도 그런가. 그럼 이후에는 방으로 돌아가버리는거지. 아니면 아트레 씨들 쪽으로 가는거야?"
……그렇다. 자유롭게 행동해도 된다면, 지금 바로라도 아트레들 쪽으로.
그렇지만…….
"아뇨, 아가씨가 혼자가 되고 싶다고 하시지 않는 한……. 취침 시간까지 행동을 함께 할게요."
뭘 말하고 있는걸까 나는?
디자이너를 목표로 하고 있는 나와 에스트의 취침 시간은 늦다. 코쿠라 씨에게 에스트와 함께 있는건 8시쯤까지라고 말했었잖아. 그런데 어째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도망치려고 하고 있는걸까? 코쿠라 씨나 총재 공에게서. 그걸 위해서 에스트를 이용하려고 하고 있는거냐?
"이제부터 매일?"
"맞아요, 매일이에요."
"그래."
에스트는 지쳤는지, 침대에 앉았다.
나는 그녀의 가방을 후크에 걸고, 자신의 가방은 손에 든 채로 옆에서 기다렸다.
"아, 아사히 씨도 가방을 걸어놔. 그거랑, 서 있으면 지칠테니까, 의자에라도 앉아있어."
"감사해요, 상냥하신 에스트."
"지쳤어어."
"몸을 눕히시는거라면, 옷을 갈아입죠. 내일도 학원에 가는거니까요, 교복에 주름이 생기게 해서는 안돼요."
"좋아. 일어나자! 일어나자!"
"그러니까, 주름이 생기니까 뒹굴뒹굴하지 말아주세요. 일단은 상반신을 일으키죠."
"지구의 중력에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해."
"밧줄로 의자에 묶어버리면 중력에 거스를 수 있을까요."
"히이!"
밧줄을 찾기 위해 내가 허리를 들자, 에스트는 허둥지둥 벌떡하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응, 하면 되잖아.
"다행이다."
"뭐가 말인가요?"
"아사히 씨가 이제부터 매일 옆에 있어준다고 말해줘서."
"혼자는 싫으신가요?"
"으응, 뉴욕에서는 사용인을 고용하지 않고 지냈으니까, 혼자가 싫은건 아니야. 그래도 일본에서는, 아사히 씨가 있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건……. 뉴욕 때와는 달리, 주위에 있는 클래스메이트 전원이 일본인이니까 그런건가요."
"그럴지도 모르곘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네. 아가씨는 괜찮았었다고 생각해요."
교실에서 저스틴 양에게서의 말을 듣고, 대미지를 받기 전까지는.
에스트는, 정말로 괜찮았었다고 생각한다. 아트레나 루미 누나, 요우카도 사쿠리에게 둘러싸여도 즐거운 듯이 있었고, 일본에 오고나서 2개월하고 반 가깝게 지내면서, 이 나라의 풍토에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불안에 짓눌려버릴 것만 같았던 나를 도와주려고 했었던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괜찮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안심하고 있는게 아니다.
에스튼 나를 놀래켜주려고 했던 것도 있겠지만, 한번 밖에 만나지 않았을 터인 코쿠라 씨를 찾고 있었다. 그건 복식 부문이고, 나 이외의 아는 사이가 있다는걸 확인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입학식 후의 교실에서, 우메미야 이세야에게서 『달리 해외 사람이 교실에 있다』고 들었을 때에, 무심코 밝은 표정을 한 것을 보고 나는 눈치챘다. 무의식 속 어딘가에서는, 에스트는 자신과 같은 지역이 고향인 상대를 바라고 있었던거겠지.
그렇지만 그 상대는, 에스트 자신, 혹은 그 가족의 좋지 않은 사정을 아는 인간이었다.
같은 고향의 동지를 얻을 터였던 기쁨이, 그 크기만큼 낙담으로 바뀌어, 보이지 않도록 숨겨두었던 스트레스가, 기대의 크기만큼 마이너스의 마음이 되어, 에스트를 지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밝은 마음으로 있었던 그녀니까, 눈치채지 못했다.
원래라면 눈치챘어야만 하는데. 나는 에스트에게 몇번이나 구원받았다.
면접에서 채용해줬을 때. 현 상황을 알고 불안에 짓눌려버리고 말 것만 같아졌을 때. 그 외에도 그녀와 보내는 일상 속에서, 나는 구원받았었다.
필리아 학원에 다니는건 연말 쇼에 참가해, 일찍이 있던 열등감을 뿌리치고, 자신의 영광을 붙잡기 위해서였을 터였다.
그걸 위해서 한장이라도 많이 디자인을 그려야만 한다. 그런데도.
"아가씨."
"왜?"
"저는 아가씨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요."
"뭐든 해. 말해봐."
"감사해요."
그 때, 나는 기뻤다.
사실은 그런 자격따윈 없는데도, 그녀가 교실에서 양손을 펼치고, 이 몸을 감싸준 때에, 나는 에스트를 위해서 진심으로 우러난 행위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향이 가까워 친밀함을 느끼는 인간을 상대로, 나의 긍지를 지켜주었다. 자신이 서 있는 장소의 고도를 알면서도, 그럼에도 입장이 위인 상대에게 맞서주었다.
같은 고도로 다툴 수 있는 코쿠라 씨에게 맡기면 됐을텐데도, 에스트는 맡겨두지 않고 자신의 몸을 던져 나를 지켜주었다.
은혜를 갚고 싶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나를 도와준 이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
그걸 위해서라면 코쿠라 씨나 총재 공의 인상이 나빠져도 상관없다.
"어째서 감사를 한거야?"
"교실에서 감싸주신 답례. 거기에……. 오늘까지 종자로서 보내게 해준 답례에요."
"엄살도 참.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야."
"사람을 지키는걸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당신의 곁에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 그거라면 조금 어리광부려도 돼? 어깨를 빌려줘."
어깨를 빌려준다. 그건 다가간다는 이야기다.
망설였다. 에스트가 말하고 싶은건 안다. 이게 아무런 사정이 없으면, 나는 에스트에게 어깨를 빌려줬을지도 모른다.
약해져있는 그녀를 조금이라도 안심시켜주기 위해서. 그렇지만, 내게는 거기까지의 일을 그녀에게 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여장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겉보기엔 연인이라 보일 것 같은 짓을 에스트에게 있어서 나따위가 해도 되는건가. 그도 그럴게, 나는 무관계인 그녀를 포함한 가족까지도 위험에 내몰아버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 그렇지! 나, 수영할까나."
내 망설임을 저항이라 생각했는지, 에스트는 아까 전의 바람을 철회했다.
또, 배려하게 만들었다. 미안, 에스트.
"수영하시는건가요?"
"그래. 아랫층에, 주민 전용 풀이 있었잖아. 수영하면 기분이 상쾌해질지도 모르겠어."
"저는 염소로 인한 눈과 피부로의 영향이 두렵기에, 함께 할 순 없지만요."
그 이외에도 수영복을 입으면, 성별이 들킬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마른 체형이었지만, 최근에는 식사를 하는 양이 적어서, 예전보다도 꽤나 마르고 말아 가슴이 얇아지고 말았다. 수영복따위를 입으면, 한방에 정체가 들킬거라 생각한다.
물론, 눈이나 피부 사정도 있다. 에스트와 함께 수영하고픈 기분은 조금 있지만.
"아사히 씨는 수영하지 않아도 돼. 풀 사이드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기뻐."
그렇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타올과 그녀의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60층으로 이동했다.
풀의 구조는 태양빛을 차단하듯 만들어져있었다. 설령 자기가 수영할 일은 없다고 알고 있었다고는 해도, 정말 다행이다.
『벚꽃의 정원』의 풀에 온건 오래간만이다. 관리 회사 사람과 함께 견학한 때 이래일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피부 사정이 있으니까, 나는 여기서 수영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에스트는 혼자서 와서, 때때로 수영했던 모양이다. 이 건물의 (진짜) 소유자인 나보다도 탈의실이나 샤워장에 빠삭해, 혼자서 준비를 마치고 뛰어들고 말았다.
이 시간대에 다른 주민은 없었다. 나는 풀 사이드에서 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물에 떠 잇는 에스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기분 좋아."
에스트는 초보자 눈으로 봐도 아름답다고 알 수 있는 폼으로, 끝에서 끝까지 왕복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물에 떠올라있었다.
나는 수영해본 적이 없기에 모르지만, 몸이란건 물에 가라앉지 않는구나. 연습한 경험도 없으니까 나는 수영하지 못하지만. 그저 아버님은 수영도 특기라나보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친구들이기도 한 야나가세 미나토 씨는, 친가가 있는 시가현의 호수를 왕복해 수영해서, 『시가의 캇파』라고 불렸다고 자랑했었다.
몸 사정만 없으면, 나도 연습해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해봤더니, 아버님과 어머님이 입을 모아 그만두라고 말했었었지하고 떠올렸다.
튜브를 사용하면 될거라 생각하지만, 꼴사나워서 싫다. 아름다운 에스트의 수영을 본 후라면 더더욱 그렇다.
풀 사이드에 놓여있는 튜브를 곁눈질하며 보면서, 의식을 물에 떠 있는 에스트에게로 되돌렸다.
"상쾌해지셨나요?"
"응."
"기운은 나실 것 같으세요?"
"조금 더 있으면."
"내일은 오늘 아침과 똑같이 등교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문제없다고 생각해."
넓은 공간에서 둘이서만 대화를 하는건 즐겁다. 별 볼일 없는 내용이라도, 때때로 에스트는 질문을 해와서, 그 대답을 즐겼다.
그렇다고는 해도 즐기고만 있을 수는 없다. 중요한 질문도 해야만 한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그녀가 대미지를 받은 원인을 물어둬야만 한다.
"아가씨.'
"응, 왜?"
"저스틴이라는 분이 말하셨던, 아가씨의 친가에 대한 말은, 무슨 뜻인가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일로 해둬야 한다.
에스트도, 자신의 집 사정을 어째서 알고 있지하고 의문으로 생각할테니까.
"제가 알 필요가 없으면, 거듭해 질문은 하지 않을게요."
"으응. 아사히 씨가 듣고 싶으면 이야기할게.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입에 담은대로, 내 친가는 범죄와 같은 행위를 해서, 어떻게든 가명을 지키고 있어. 그 말대로의 일이야. 나도, 파파나 그 부하가,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친 돈으로 생활해, 이렇게 학원에 다니고 있어. 사치스러운 생활도 하고 있어. 그거에 대해서 비난받으면 아무런 말도 못해. 아, 그래도, 아사히 씨에게 주고 있는 급료만큼은, 사정을 이야기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오빠한테서 빌렸어. 그러니까 당신이 신경을 쓸 필요는 전혀 없어."
"오라버님만이 아닌, 친가에서 보내온 돈도, 언젠가 되돌려 줄 셈으로 있으신거잖아요?"
"응. 그러네."
"비싼 방에서 사는 것도, 친가가 그걸 바라기 때문이죠?"
집의 격식이 높으면 높은만큼, 그것에 맞은 격식을 갖는 방을 써야만하게 된다.
상류 계급의 세계는, 가볍게 보이면 거기서 끝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얼마나 괴로워도 격식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가문이 있다.
에스트의 친가도 그 부류 중 하나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주저하지 않는다는거다. 칭찬할 일은 아닌건 확실하지만.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 부모님을, 딸이 질책하지 않고 있는거죠?'
"과자도 먹고 있어. 좋은 옷도 입고 있고."
"뭣보다 부모님에게 돌려줄 의사가 있다면, 저는 당신이 친가가 한 일로 질책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에스트가 교실에게 굉장히 낙담한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본국에 있으면 뭐가 행해지고 있는지 그 눈에 비치고, 부모님의 험담도 귀에 들어와요. 그걸 버티지 못해, 뉴욕, 그리고 일본에 유학하신거군요. 뉴욕에서는, 친가 일이 주위에 알려지고 말았었나요?"
"응. 맞아."
역시 그런가. 아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게, 나도 뉴욕에 있는 시점에서 에스트의 친가의 검은 소문을 들었다.
에스트는 뉴욕에서, 디자인으로 유명해졌다.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그 인물의 일을 자세히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게 사람이다. 나도 그렇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에스트의 일을 알고 싶어서 조사해, 친가의 검은 소문을 듣고 말았다. 나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녀는 일본에 왔다.
"그래서 일본에 오신거군요. 친가의 일이 알려지기 어렵고, 유명한 복식 학원이 있는 나라에. 언제나 당신은 밝았어. 저도 그것에 구원받은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고향 일을 아는 인간이 나타나고 말았죠. 신천지에서 기대를 하고 있던 당신에게는 괴로웠겠죠. 이제 일본에는 있을 수 없겠나요?"
오늘의 HR 중이나 방과 후의 일이 스쳐지나갔는지, 에스트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가씨의 대답이 있기 전에, 제 의사를 전할게요……. 저는 아직 이 나라에서, 당신과 함께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어. 제가 여기에 있고 싶은 것도 있지만요…….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아가씨와 함께 복식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아가씨는 저를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셨어요. 저도 그걸 부정하지 않아요.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때, 아가씨는 제게 손을 내밀어주려고 하셨어요. 손을 잡지는 못했지만요, 그 상냥함이 제게는 기뻤어."
……아아, 그런가. 어째서 내가 에스트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는지 드디어 알았다.
마음의 아픔을 느끼고 있는 에스트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던거다.
"아가씨. 예전부터 제게는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응. 기억해."
"저는……. 그 사람에게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말았어요. 괴로워하고 있었던걸 알고 있었는데도, 저는 그 사람의 마음을 짓밟아버리고 말았어요. 사과해도 용서해줄지 알 수가 없었어요. 설령 용서해준다고 해도, 저 자신이 그 사람에게 한 일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가씨. 만약 당신의 사정을 알고, 당신의 생활을 부정하는 자가 나타나도, 저는 아가씨의 의사를 존중할게요. 저는 당신이 지금 있는 이 장소를 전부 긍정해요."
자실은 나만이 아니라, 루미 누나도, 아트레도, 내 성별을 알고 있는 관계자는, 에스트의 가문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코쿠라 씨도 분명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타산과는 관계없이 에스트와 사이좋아져 있었다. 그 증거로 저스틴 양이 말한 후에 만나도, 그 사람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었다.
내가 보는 한, 친가가 어쨌든간, 에스트 자신을 부정하는 인간에게는 지금으로서는 만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이후에도, 이 나라에서 부디 저랑 함께 배워주세요."
진실을 고할 그 때까지는.
"응."
에스트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걸로 괜찮다. 만약 저스틴 양이 또 에스트의 사정을 밝힌다고 해도, 그걸로 동요하거나, 좌절할 일은 없을 터다. 그녀는 나따위보다도 훨씬 강한 사람이다.
부디 에스트에게는 3년 후에 『일본에서 배워서 다행이야』라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 말을 나는 들을 수 없겠지만.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이 끝난 후, 내가 학원을 떠나고 나서도 부디 그녀에게 즐거운 학원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빌었다.
……아무리 그래도 슬슬 풀 안에 너무 오래 있는게 아닐까. 대화를 해 따뜻한 기분이 되기는 했지만, 솔직하게 기분을 부딪히는 행위는, 의외로 정신을 소모한다.
한목소리를 걸어서, 방에서 쉬자고 에스트에게 진언하기 위해 모습을 살펴보았다.
"어푸."
……어라?
"아가씨?"
"어풋! 으극!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더니, 발이 저려서……. 어푸!"
빠졌어!?
인간의 몸은 뜨는게 아니었던건가!?
진정해. 동요하면 냉정한 행동도 할 수 없다.
에스트는 얼굴과 손을 버둥대며 수면에 내밀면서 버둥대고 있다. 신속하게, 그러면서도 정확한 행동을 선택해야할 필요가 있다.
일단은 이요에게 연락이다! 수영할 수 없는 내가 풀에 들어가서, 2차 피해를 일으키거나 한다면, 누구도 도와주러 오지 못하게 된다.
벽에 걸린 전화를 들고, 바로 응급 사태인 것을 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연락이 되질 않는다.
타이밍이 나쁘게 다른 용무로 엔트런스에서 벗어나 있는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재해시용의 긴급 버튼을 눌렀다. 그렇지만 이걸로는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
지금 그야말로 빠져있는 에스트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튜브다!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 도중, 나는 급하게 주워올려, 에스트가 있는 장소에 던졌다.
그렇지만 꼴사납게도, 에스트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지점에 튜브가 떨어졌따. 구조선을 보내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거냐 나는!?
에스트도 눈치채고 있지만, 발을 움직일 수 없는지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다. 앞으로 조금만 더 거리만 있다면하고 생각한 순간, 나는 입고 있던 교복을 벗어버렸다.
여성용 속옷뿐의 모습이라는 꼴사나운 모습인 것에도 상관없이, 뒷일도 신경쓰지 않고 나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머릿속에 있는 만큼의 엉망진창인 폼의 버둥거리는 발로 나아갔다. 처음이라 꽤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손은 닿았다.
"에스트! 붙잡아!"
나 자신, 필사적으로 튜브를 붙잡으면서, 그녀가 뻗은 손을 힘껏 끌었다.
에스트의 손이 튜브에 닿자, 그녀는 자신의 의사로 커다란 비닐 위로 몸을 태웠다. 그걸 확인한 나는, 어쨌든 최악의 위기는 벗어났다고 안심할 수 있었다.
"엥? 어풋!"
안심함과 동시에 몸에서 힘이 빠져, 내 몸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
괴로워! 어째서!?
의문이 뇌리에 스쳤다. 그렇지만, 그런 일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괴로웠다.
붙잡고 있는 에스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걸 느꼈다. 이대로라면 에스트도 다시 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내가 손을 놓으려고 한 순간.
"도련님!?"
이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괴로워하며 버둥대는 나의 귀에, 누군가가 풀 속으로 뛰어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내가 에스트가 있는 곳에 도달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도달해 나를 끌어올리고, 에스트도 떨어뜨리지 않도록 튜브를 지탱해주고 있다.
누구인걸까? 어쩐지 그리운 따뜻함을 느낀다.
처음 느낀 괴로움으로 의식이 분명하지 않았다.
"야소시마 씨! 얼른 AED를!"
"알겠어! 일단, 도련님! 이걸! 후처리를 부탁할게요!"
"네!"
이 목소리는?
……아버님? 젊으셨을 적의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려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리가 없을텐데도. 확실히 들려온 기분이 들었다.
눈이 아프다. 염소의 영향이 조금 나오고 있는건지, 흐리멍텅하게 보이고 만다.
그래도,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에스트의 가슴에 손을 대고 구명 처리를 하고 있다.
……에스트. 무사히 있어줘. 에스트.
나는 네게 사과하고 싶어. 네게 나는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어. 그러니까, 부디 무사히 있어줘!
"에스트."
"……괜찮아요. 반드시 살려내보이겠어요."
지금 목소리는 코쿠라 씨?
코쿠라 씨였던건가. 아까 전 나와 에스트를 도와준건.
아버님이 아니었다. 내가 잘못 들은 모양이다.
그래도, 지금은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다.
에스트의 무사가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이 몸을 내보인 시점에서, 에스트에게는 성별을 숨길 셈은 없다.
그럼에도 네가 용서해준다면, 막 맺었을 뿐인 약속을 지키고 싶다. 너와 함께 필리아 학원에서 배우고 싶다. 아직 이 나라에서 너와 디자인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나는 너를.
지탱하고 싶어!!
……아아, 그런가. 그랬던거구나.
나는 분명 이 답을 찾고 있었던거다. 그렇지만, 이 답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눈앞에 줄곧 있었는데도 붙잡지 못하고, 아니 붙잡는걸 마음 속 깊이에서 거부하고 있었다.
이 답을 줄곧 나는 부정하고 있었으니까.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고조차 생각했던 답이니까,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쿨럭!"
내 귀에 에스트의 입에서 물이 토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에스트 씨! 정신차려주세요! 괴로우시겠지만, 조금 더 힘내요!"
코쿠라 씨는 더더욱 힘을 담아 에스트의 가슴을 누르며, 물을 토해내도록 하려 했다.
"우윽, 우으……아, 앗……아사히."
"에스트?"
목 안쪽에 들어간 물로 괴로워하면서, 그럼에도 에스트는 말을 내뱉었다.
부른건 코쿠라 씨가 아닌, 나였다. 에스트는 코쿠라 씨를 성으로 부르니까, 아사히라고 부르는 상대는 나밖에 없다.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는 장면에서, 나를 불러주었다.
이 나라의 생활 중에서, 의지할 상대라 인정해줬다.
"에스트……. 무사해줘, 나는, 여기에 있어!"
이제 아무것도 필요없다. 네가 산다면, 그것만으로 됐어!
에스트의 손을 강하게 잡고 기도하는 듯한 마음으로, 나는 빌었다.
코쿠라 씨가 힘내서 구명 처리를 하고 있지만, 목 안쪽에 들어간 물이 괴로운지, 에스트는 몇번이나 소리를 내며 목이 메어있었다.
물을……. 목 안쪽에 있는 물을 빨아올릴 수만 있다면.
"윽!? 뭘 하시는!?"
코쿠라 씨가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에스트의 괴로움을 없애주고 싶었던 나는, 에스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응!"
"으움!"
인공 호흡의 경험따윈 없다. 지식은 있어도, 연습을 한 경험도 없다.
그러니, 나는 그녀가 토하려고 하고 있는 물을 힘껏 체액 째로 들이마셨다.
"응, 으응!"
"으음! 응! 츄웁."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하고, 나는 전력으로 물을 빨아들였다.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구명 행위일 셈이었는데, 에스트이 혀가 얽혀와서 점점 무아지경이.
"안돼애애애애애애!!"
"커흐윽!"
"사이카 님은 초보자시니까 인공 호흡같은건 안돼요!"
"코쿠라 씨! AED를 가져왔어! 구급차도 도착해서, 지금 카린 씨가 안내해줘서 오는 모양인가봐!"
"알겠어요!"
코쿠라 씨의 손으로 확 뒤로 넘어간 내 옆에서, 이요와 코쿠라 씨가 에스트의 처치를 하고 있는 행위가 들렸다.
"도련님. 일단 교복을 입어주세요. 이제 곧 구급대가 오니까요, 그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요."
"아, 응."
"도련님?"
"괜찮아. 잠깐 탈의실 쪽으로 이동할테니까."
"……알겠어요."
그 후, 두사람의 처치로 의식을 되찾은 에스트는, 나중에 달려온 구급대에게 옮겨져, 병원으로 송치됐다.
나는 탈의실 쪽으로 이동해, 그 모습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에스트에게 입맞춤을 한 순간, 지금까지 눈을 돌리고 있던 감정을 더더욱 자각했다.
도와주고 싶다. 무사히 있어줬으면 좋겠다.
사과하고 싶다. 속죄하고 싶다. 빚을 돌려주고 싶다.
헌신하고 싶다. 성의를 보여주고 싶다. 바치고 싶다. 사랑스럽다.
온갖가지의 감정이 소용돌이쳤지만, 결국 단 하나의 장소로 귀결했다.
그녀의, 에스트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
그 마음을 자각한 순간, 줄곧 공감하지 못한 채였던 아버님의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위하는건 어엿한 일』.
말하는건 올바르더라도, 내가 목표하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의 발상은 어머님를 중심으로 해 살고 있는 종속된 인간의 발상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머님과 같은 왕이 되는 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게는, 아버님의 말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무엇보다도, 그게 창조의 세계로 이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그런건 관계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하는 일은, 고귀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진심으로 실감했다.
줄곧……. 그거야말로 자신을 잃기 전부터 손에 닿지 않았던 것의 일말에 접촉한 기분이 들었다.
"사이카 님."
불려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서 있던건 코쿠라 씨였다. 전신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교복을 벗은 나와 다르게, 코쿠라 씨는 교복인 채로 풀에 뛰어들었는지, 교복도 젖어있었다.
옷을 입은 채로 물 속에 뛰어들다니, 위험한데도 이 사람은 분명 망설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에스트 씨. 무사히 구급차로 옮겨졌어요. 자세한 일은 검사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요, 후유증이 남을 두려움은 없는 모양이에요. 힘내셨네요, 사이카 님. 어엿하셔요."
"……히끅,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앗!!"
들은 말이 기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 사람은 다르다는걸 알고 있는데도, 기뻐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사람에게, 아버님에게 인정받은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얼마 동안 계속 울었다.
코쿠라 씨는 그런 나를 부드럽게, 마치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눈으로 조용히 쳐다봐주었다.
작가의 말
원작에 있는걸로 생각해봤는데요, 잘도 사이카는 처음 수영했는데도 에스트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구나하고 생각해요. 보통 수영하지 못하고 들어간 시점에서 빠져버리는데.
덧붙여서 아사히가 옷을 입고 수영한건, 그 오오쿠라 가라면 옷을 입고 주인을 구하라고 가르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옷을 입은 채로 수영하는 연습을 당했다는 설정입니다. 정말로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유세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오오쿠라 가라면요.
그리고, 사이카에게는 정체를 들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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