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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달에 다가가는 소녀의 작법 2 ~두 명의 코쿠라 아사히~

4월 초 3

by Horriblaze 2019. 7. 14.

 작가의 말



 여러분, 감상, 즐겨찾기 감사합니다!



 번역가의 말



 입학식만 앞으로 4화 정도 잡아먹는걸로 아는데 이게 된다고?



 4월 초 3



 side 사이카



 다시금 식의 목차를 봐보니 『총학원장 인사』의 항목이 있는걸 보고, 큰아버님에게서 받은 주의나, 학원의 방침같은걸 들었던걸 떠올렸다.

 큰아버님이 말씀하시기엔 라포레 한델스반켄은 자신조차 잃어버린 모양이다. 그런데도 학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대립을 조장해 경쟁하게 하려고 한건 대단한 발상이다. 어떤 얼굴인지 보는게 기대된다.

 "어라. 어쩐지 코쿠라 씨 기뻐보이는데, 왜 그래?"

 "실은 저, 장 피에르 스탠리의 팬이에요. 오늘 입학식의 인사를 하는 총학원장이, 그 분의 관계자라고 들어서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을지 기대돼서."

 어느 틈에 돌아온 에스트가, 내 너머로 코쿠라 씨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기뻐보이는 코쿠라 씨의 모습에, 속이 조금 울컥했다. 내리고 있던 얼굴을 들고, 코쿠라 씨와 에스트의 사이에 몸을 끼워넣었다.

 "아, 아사히 씨. 기운 되찾았네."

 "네. 아가씨.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해요, 코쿠라 아사히, 부활했어요."

 에스트에게 할 말을 다 마치고, 나는 천천히 코쿠라 씨에게 얼굴을 돌렸다.

 좋아. 보고 있어도 부끄러움이 솟아오르지 않는다. 쇼크가 너무 강했던 것과, 큰아버님을 떠올린걸로 나는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다시금 이름을 대도록 할게요. 제 이름은 코쿠라 아사히. 아일랜드의 자작 가의 넷째딸.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 님의 종자예요."

 "정중한 자기 소개 감사해요. 다시금 제 쪽도 자기 소개할게요. 제 이름은 코쿠라 아사히. 이렇게 동성동명의 분과 만날 수 있다니, 생각도 못해봤어요."

 "이, 이쪽이야말로요……. 당신과 같은 아름다운 분과 같은 이름이라니, 그, 그게…… 대단히 기뻐요!"

 "아름답다뇨……. 솔직히 자신이 없어서요. 제가 걸으면 다른 분들이 입을 다무시고 멀리서 보고만 계셨고, 에스트 씨 이외에 말을 걸어주신 분도 없었기에, 저, 이 학원에서 잘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산더미예요."

 ……그건 당신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누구도 말을 걸지 못한 것뿐이에요.

 이유를 알고 있는 나와 에스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울해져있는 코쿠라 씨를 쳐다보았다. 그저 예전과는 달리, 아름답다고 들어도 이상한 반응을 하는 일은 없어진 모양이다.

 헤어지고 나서부터 수개월 동안 코쿠라 씨의 자신에 대한 인식도 변한걸지도 모르겠다.

 그저 아까 전의 내게 말을 걸어온 두사람의 남성 일을 생각하면, 코쿠라 씨에게도 이후, 남자에게 말을 걸릴지도 모른다.

 ……조금 짜증이 났다. 아버님과 닮은 이 사람이, 남성에게 말을 걸리는걸 눈에 담기는 싫다.

 ……기다려봐, 그러고보니, 코쿠라 씨는 어떤 과에 다니는걸까?

 나와 같은걸 질문하려 생각했는지, 에스트가 코쿠라 씨에게 질문했다.

 "그러고보니, 코쿠라 씨. 당신은 어떤 과에 다녀? 예전에 들었을 때는, 복식 부문에 다닌다고밖에 못 들었어서."

 "앗, 제가 다니는건 디자이너과예요."

 ……지금 발언으로 확정이다.

 코쿠라 씨와 그 종자인 카린이, 내가 찾고 있던 조사원이다.

 그렇지만, 코쿠라 씨는 아군이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다. 한없이 아군에 가깝다고는 해도, 이 사람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진심으로 찬동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누구보다도 알고 있을테니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실패했을 경우의 결말을.

 무엇보다도 나는 이 사람의 마음의 상처를 짓밟아버렸다. 원래는 지금 바로라도 사죄해야만 한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지금의 나는 사쿠라코우지 가의 장남이 아닌,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의 종자인 코쿠라 아사히니까. 사죄하는 것도 설명하는 것도, 에스트와 헤어진 후에다.

 "디자이너과? 코쿠라 씨는 분명 패턴이 특기였을텐데?"

 "처음엔 디자이너를 동경했었어요. 그래서 아버님에게 부탁해 마지막 찬스라는 형식으로 디자이너과에."

 "그랬구나."

 아니다. 이 사람이 디자이너과에 들어오는건, 에스트와 나를 조사하기 위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민폐를 끼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이 사람은 디자인이 아니라, 패턴 쪽을 전공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슬슬 식이 시작하니까요, 조용히 하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해요."

 카린의 충고에, 우리들 세명은 입을 다물고 자리에 앉아 무대 위를 쳐다보았다.

 식이 진행되면서, 에스트가 졸린 듯 보였지만 잠들기 직전에 어깨를 흔드는걸로 깨웠다.

 평소에는 꼬집거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식 도중에 비명을 지르는건 좋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내 건으로 꽤나 눈에 띄고 있으니까.

 "그러면 다음으로, 일본교 총학원장인 라포레 한덴스반켄 씨께서 입학식 인사를 하시겠습니다."

 아, 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뒤의 좌석에 앉아있는 주변에서, 형형색색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코쿠라 씨와 만나기 전에 복도를 걷고 있던 내게 보내왔던 때와 같은 목소리다.

 여성밖에 없는 복식 부문에서 이만큼의 목소리가 난다는건, 그 나름대로의 미형이라는걸까? 인터넷 상에 사진이 없나하고 조사해봤지만, 해당하는 인물의 얼굴은 찾지 못했었다. 그럼, 어떤 인물이 나오는건지.

 "안녕, 일본인."

 나이 몇살이야?

 무대 옆에서 나온 아무리 봐도 20대 즈음의 남성의 모습에 놀랐다.

 큰아버님도 실 연령에 비교하면 젊게……. 아니, 그러고보니 모미지라는 예도 있고, 아버님과 어머님도 실 연령을 생각하면 젊게 보인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모두 태반이 실 연령보다 젊게 보인다. 그 최대의 예가 모미지니까, 이제와서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보기에는, 북유럽의 피가 섞여있어보인다. 나 정도는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미형이라 해도 된다. 여학생들이 소란을 떠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옆에 있는 코쿠라 씨는 어떨까?

 "저 사람이……. 장의."

 진지한 얼굴을 하며 총학원장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코쿠라 씨는, 그에게 여학생들과 같은 감정은 갖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내심 안도감을 품으면서, 다시금 총학원장에게 얼굴을 돌려봤다.

 주위의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불쾌한 모습도 보이지 않고, 슬렌더한 장신의 총학원장은, 웃으며 무대 앞쪽에 섰다.

 "제군, 입학 축하해. 긴장하고 있어? 나는 긴장하고 있어. 작년은 그다지 일본에 오질 못해서 말야. 일본어를 쓸 기회가 그렇게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단어를 틀리지 않았나, 여러분의 표정을 보면서 말하고 있어. 하지만, 오래간만에 온 이 나라는 멋져! 어제, 맛있는 일식 가게에 갔었거든. 그것만으로도 일본에 온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해. 그럼."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명백히 외국 호적인 외견을 한 학원장은, 유창한 일본어로 술술 말했다.

 겉보기에는 날카롭고, 엄해보이는 듯한 인상이지만, 이야기의 내용은 굉장히 친숙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식사는 실로 대단했지만, 아쉬웠던건 일본인의 복장이야. 걷고 있는 너희들의 동포를 보고, 나는 너무나도 패셔너블한 민족이라고 느꼈어. 이 나라에 있어서는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일본인은 세계적으로 봐서, 굉장히 좋은 옷을 입고 있어. 일본인은 복장에 신경쓰고 있지. 비싼 옷을 몇 종류나 사며, 조합하는 센스도 좋지. 20년 전은 10인 1색의 옷을 입고 있던 이 나라가, 지금은 1인 10색, 아니, 20색의 옷을 즐기고 있지. 이 높은 문화 레벨은 일본인이 자랑스러워해야할 것이라 생각해. 그렇기에 아쉽다고 생각한거야."

 총학원장은 푸른 눈과 고개를 움직이며, 마치 학생 한사람 한사람과 눈을 맞추는 듯이, 홀 내의 이런저런 것들에 시선을 향했다.

 그 시선이 보호자석 쪽에 옮겨진 순간, 총학원장의 얼굴에 명백한 동요가 떠올랐다.

 표정이 그의 내심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라는 느낌으로, 보호자석에 여유롭게 앉아있는 큰아버님을 보고 있다.

 단 한순간 험한 시선을 큰아버님에게 보냈지만, 총학원장은 바로 동요를 진정시켰다. 잘만 하면 본성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냉정함을 되찾은 모습으로 봐서는 무리겠지. 아쉽다.

 "너희들은, 처음부터 합격점을 얻을 수 있을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그만큼, 굳이 0인지 10인지 승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정받아 좋은걸 만들어낼 수 있어. 하지만 그 성숙기를 맞이했기 때문에, 이 나라의 패션 문화의 정체기가 찾아오고만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건, 지금부터 복식을 배울 인간에게 있어서 기쁜 일이야. 너희들은 행복한거야. 정체된 유행 속에서 태어난 천재는, 자신의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으니까."

 느긋한 말투이면서도,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와 같이 단어 하나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이건……. 뭐지? 조금 갑갑하게 느껴지지만, 솔직히 말해 총학원장은 좋은 녀석이 아닌가.

 큰아버님에게서 들은 인물상과 총재 공이 애먹고 있다는 사전 정보와의 차이에, 가볍게 망설임이 생길 정도다.

 좀 더 알기 쉽게 머리가 이상한, 연구 결과밖에 이야기하지 않는 과학자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옆에 있는 에스트는 감탄한 듯이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럼 옆의 코쿠라 씨는 어떤가하고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좋은 사람이야."

 ……어쩐지 즐거워보이는 듯 했다.

 ……이 사람. 혹시 사람을 의심한다던가 그런걸 못하는 사람 아냐? 괜찮은걸까, 조사원의 일 쪽은.

 그렇다고 해도, 나도 큰아버님의 정보와 충고가 없었다면, 손쉽게 좋은 사람과 만났다고 생각했겠지.

 "평소에 입는 옷이 좋고, 온리원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입어주는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것도 좋아. 이 나라는 레벨이 높아. 수많은 좋은 디자인을 탄생시켜줬으면 좋겠어. 그럼에도 내가 제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자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챌린지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 근원에 있는건 너희들의 의사야. 너희들에게 시대를 창조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언제나 그건 간단한 일이거든."

 응? 지금 말. 어딘가에서?

 "의사라구, 의사. 자기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바라는 의사. 세계도, 시대도, 언제나 바꿀 수 있는건 너희들의 의사거든. 의사가 희망을 낳고, 희망이 꿈을 키우지. 그리고 태어난 꿈이 세계를 바꾸는거야."

 그 말을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그가 입에 담은 순간, 많은 학생들이 공감을 느껴, 누구나가 빨려들어가듯 학원장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 순간에 용기를 받은 학생이 있었겠지. 어중간한 마음으로 입학해, 경기를 일으킨 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 뭣보다도, 말한 본인은 이 이상 없는 유열 속에 있을테지.

 나는 제대로 확신했다. 총학원장인 저 남자, 라포레 한데스발켄은 확정이다.

 아직 어렸을 때에, 같은 말을 나는 아버님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아버님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말이야』라며 기쁜 듯이 이야기하며, 나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래주었다.

 나의 아버님의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장 피에르 스탠리』. 광신자라 불리우는 총학원장의 신앙 대상을 생각하면, 원래는 누가 입에 담은 말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내게는 알 수 있다.

 그 날의 아버님은, 아들에게 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와 아버님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간접적으로 만나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지금 단상에 서있는 사람은, 자기가 자신의 신앙 대상이 되고 싶다는 것만으로, 아버님과 같은 말을 입에 담고 있다. 이 자리에 있는 학생 일따위, 아마도 한사람도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이 좋은 기분이 되고 싶을 뿐이기에, 그 말을 입에 담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니야."

 아무래도 코쿠라 씨도 깨달은 모양이다.

 곁눈질로 확인하니, 코쿠라 씨는 아까 전까지와는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총학원장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총학원장에게는 코쿠라 씨도 생각하는 바가 있는 모양이다.

 그는 식 인사를 끝나자 다시 한번 홀 내를 둘러보며, 단 한순간 나와 눈이 맞았다.

 그건 정말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조금 눈을 휘둥그레한 뒤에 띄웠다. 살짝 온도가 올라간 공격적인 미소를. 그렇지만, 곧바로 표정을 되돌리고 단상에서 떠나갔다.

 "눈독을 들여진 모양이네요, 고생하시네요."

 코쿠라 씨의 종자인 메이드 카린이, 코쿠라 씨에게 충고하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코쿠라 씨를 통해서 내게 충고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이 카린이라는 메이드. 보통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혹시나 조사원으로서 핵심적인 사람은 코쿠라 씨가 아니라, 이 카린이라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계속 앉아있으니까 엉덩이 아파."

 옆에서는 에스트가 엉덩이의 위치를 어긋나게 하고 있었다. 여전히 배짱이 두둑한 사람이다.

 재밌어서 못본 체할 것만 같지만, 결국 움찔움찔대는건 귀족답지 않아요하고 작은 목소리로 주의했다.

 이걸로 남은건 신입생 대표와 교사의 소개뿐……. 아니, 내게 있어서는 좀 더 두려운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찾아오겠지, 큰아버님과의 해후.

 한번에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혹여나 총재 공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은 피아노과의 입학식 인사가 있으니까, 교실에 가면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응?

 단상에 눈을 되돌려보니, 본 적이 있는 얼굴의 여성이 서있었다.

 교복은 개조했지만, 거기에 서있다는건, 그녀는 필리아 학원 복식 부문의 학생이라는거고……. 어째서 저 사람이?

 "어라? 저기에 서있는건 팔코 씨 아냐?"

 "그러, 네요. 제가 잘못 본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아가씨의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는건, 틀림없겠죠."

 "아, 두분도 역시 긴죠 씨와 아는 사이였군요."

 "코쿠라 씨도 그녀를?"

 "네. 우연히 필리아 학원의 교사를 보러왔을 때 만났어요. 그 때에 긴죠 씨가 말했던 코쿠라 아사히 씨가, 설마 아사히 씨였다고는 생각도 못해봤지만요."

 "하핫."

 메마른 웃음소리가 조금 새어나와버렸다.

 죄송해요, 코쿠라 씨. 눈에 띄고 싶지 않은 당신 입장에서 보면, 이름이 퍼지는건 싫겠죠.

 미안한 마음으로 한가득이지만, 이미 이름을 바꾸는건 무리예요. 정말로 죄송해요.

 "신입생 대표, 선서."

 우리들이 조그만 목소리로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모미지가 식을 진행시켰다.

 신입생 대표라는건, 입학 시험에서 가장 성적이 좋았던 학생이 긴죠 하루코 씨?

 "네!"

 긴죠 씨는 손을 들고 기세 좋게 대답을 하고, 가디건의 주머니를 뒤적뒤적거렸다.

 다음으로 스커트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스웨터의 가슴 속 주머니도 들여다보았다. 마지막에는 엉덩이를 팡팡 쳤다.

 명백히 준비해둔 원고 용지를 잊어버렸다. 그녀가 웃으며 얼굴을 파랗게 질린 채 몇초가 지났다. 이 이상 없을 정도 가만히 있지 못할 것만 같은 수초간이었다. 보고 있는 이쪽이 가슴이 아파질 정도였다.

 이윽고 무대 옆에서 『뭐라도! 말하렴!』이라 재촉하는 모미지의 뜨거운 격려를 받고, 긴죠 씨는 결의한 듯이 앞을 봤다. 명백히 땀을 흘리고 있다고 알 수 있는 손바닥으로, 마이크를 꼬옥하고 세게 잡았다.

 "노래할게요! 입학 추우카해 지지이아나 우으리들 엄청 옷을 만들테니까아 학원장 선생님, 멋있었네요오오! 우리드을으은, 3년간 옷을 계속 만든다고 맹세해애요오! 원고 용지를 자리에 놓고와서어어어어, 죄애송해애요오오오."



 side 유세이



 긴죠 씨의 노래가 끝나고, 교사의 소개도 끝나고, 입학식은 끝이 났다.

 식이 끝나자 나와 카린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앉아있던 사이카 님과 에스트 씨와 함께 회장 밖으로 나왔다.

 서둘러 두사람에게서 떨어져야만 한다. 그도 그럴게, 내가 같이 있으면…….

 "크큭, 첫날부터 꽤나 유쾌한 일을 해준 모양이군, 나의 딸."

 ……오고 말았다. 반드시 올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역시 오셨군요, 아버님.

 "코쿠라 씨의 아버님이신가요?"

 "그 말대로다. 코쿠라 아사히의 아비, 오오쿠라 이온이다."

 "오오쿠라 이온!? 그 유명한!?"

 에스트 씨도 아버님 일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당연하다고 한다면, 당연하다.

 아버님은 그 오오쿠라 가의 일원으로서도 유명한 분이고, 복식계에서 전 천재 디자이너인 아버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라? 그래도, 성이?"

 "가정 사정으로, 딸은 아직 오오쿠라의 성을 대지 못하는 것뿐. 허나, 이미 오오쿠라 가의 태반에게 인정받았기에 오오쿠라라 이름대는건 그렇게 멀지 않았지."

 아버님은 여유롭게 말하는 듯이 에스트 씨에게 설명했다.

 ……가능하다면, 조금 더 목소리를 작게 내줬으면 좋겠다. 또, 주위에는 교실로 향하는 학생들이 있으니까 주목을 모으고 만다. 끝까지 내게 평온한 학원 생활을 보내게 하려는 셈은 없으신거군요, 아버님.

 "아, 실례했어요. 저는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 아일랜드의 자작 가의 딸이에요. 그리고 이쪽이, 제 종자인."

 "코, 코쿠라 아사히라고 합니다. 따, 따님분에게 부끄러운 꼴을 당하게 하고 말아, 죄송합니다!"

 "저도 사죄와 감사 인사를 드려요. 소중한 입학식인데도, 민폐를 끼치고 말아서 죄송해요. 그리고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확실히 처음엔 무슨 일인가하고 생각했으나, 이건 이것대로 나의 딸에게 주목이 모이기에 못본 체 하도록 하자. 아무래도 이 나의 딸이면서도, 그다지 눈에 뜨이려고 하지 않아 곤란했었다. 그게 이런 식으로라고는 해도 쾌청한 시작을 얻을 수 있어 기쁜 참이다."

 머리를 숙이는 에스트 씨와 사이카 님을, 아버님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이 보면서 사죄를 받아들였다.

 사정을 알고 있는데도, 이 사람은 참하고 생각 안하는건 아니지만,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아버님이라고 안도와 비슷한 마음도 생기니까 곤란하다.

 "그래서 딸. 대체 어떤 경위로, 그런 사태가 된거지?"

 "네. 제가 에스트 씨의 종자 분을 뵀을 때에, 갑자기 기절하시고 말았기에."

 "뭣이? 만나자마자 기절했다고?"

 "정말이에요. 저도 봤어요. 코쿠라 씨는 아무것도 안하셨어요."

 "……어째서, 그런 일이 됐지?"

 아버님은 얼굴을 붉히고 있는 사이카 님을 노려보듯이 질문했다.

 루나님과 같은 하얀 피부니까, 부끄러워하고 있는게 바로 보인다. 사이카 님은 아버님을 존경하고 있으니까, 추태를 보이고 만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는걸지 모른다.

 "그, 그게……. 긴장해서 무심고."

 "엥? 긴장? 직전까지 그만큼 떠받들여져서 기뻐했었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에스트 씨의 모습에, 나는 의문을 품었다.

 사이카 님이 기절한건 긴장이 아니야? 글머, 대체 뭐였던걸까?

 틀림없이 몸을 들어올렸을 때의 가벼움을 보고, 스트레스 때문에 온 긴장으로 인해 기절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버님은 사이카 님의 말과 모습을 음미하려 하면서, 사이카 님을 쳐다보았다.

 "……뭐어, 됐다. 첫날부터 나의 딸에게 연이 생겼다고 생가하면 될 일이다. 그럼, 예정도 있을테니 이걸로 실례하지."

 아버님은 우리들의 앞에서 떠나갔다.

 지금의 사이카 님의 설명으로 납득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내게 물어올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내게는 아까 전까지의 설명 밖에 못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내게도 서둘러야만 하는 일이 있다.

 "앗, 저, 조금 가야하는 곳이 있어서."

 "엥? 교실이 똑같은데, 같이 안 가?"

 "가기 전에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죄송하지만, 실례할게요."

 나는 카린 씨를 데리고, 에스트 씨와 사이카 님과 헤어졌다.

 아쉬운 듯이 두사람은 나를 보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교실에 가기 전에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복도를 오고가는 사람들을 헤쳐나가며, 나는 입학식 회장에서 본 그 사람을 찾는다.

 사실은 교실에 에스트 씨와 사이카 님과 함께 가서, 이제부터 1년간 함께 배울 사람들의 얼굴이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도 우선해야하는 일이 있다.

 ……있다. 저 사람이 리소나가 말했던 사람이 틀림없다.

 서둘러 인사를 해둬야지.

 "안녕하세요."

 "햣!"

 내가 찾고 있던 사람, 모미야마 모미지 씨는 놀랐다.

 이 모습으로 봐서, 틀림없이 이 사람은 『코쿠라 아사히』의 일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모미야마 선생님. 코쿠라 아사히라고 해요."

 "이,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요……. 어~ 음, 그게 당신은……. 정말로?"

 아무래도 내 사정을 그녀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인 내게, 모미야마 씨는 복도에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 아무도 없는 살롱으로 안내해줬다.

 그대로 열쇠를 걸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었다.

 "사정은 아시는 모양이시지만, 다시금 이름을 대도록 할게요. 내 이름은 오오쿠라 유세이예요."

 "저, 정말로 서, 서방님."

 "그쪽은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쪽이에요. 나는 그 분과는 다른 사람이에요."

 "그, 그건 알아요. 서방님이 이렇게 젊으실리가 없으니까요. 이요이요한테서 들었을 때는 놀랐지만요……. 아뇨, 이렇게 본인을 앞에 둬도 믿을 수 없는 마음은 아직 남아있어요."

 "혼란시켜 죄송해요. 교실에서 만나면, 동요하실거라고 생각해서요, 먼저 이렇게 만나러 와버렸어요. 그리고 소개할게요, 나의 종자 겸."

 "조사원 중 한명, 카린 보니린 크론메린입니다. 바로 말이지만요, 하나 확인받도록 할게요.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님 쪽에, 특별편성반의 명부를 흘리셨죠?"

 "죄, 죄송해요!!"

 "……역시나군요. 본래라면 당신이 사쿠라코우지의 아드님 쪽 분들에게 흘린 정보 건도 조사 대상이 되지만."

 "카, 카린 씨! 겁주지 마세요."

 겁을 먹은 모미야마 씨의 모습에, 나는 감싸듯 말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카린 씨는 진지한 얼굴을 하며 모미야마 씨와 나를 쳐다봤다.

 "그녀를 감싸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본래라면 정보 유출은 무거운 죄에 해당해요. 확실히 그녀가 넘긴 정보는 조사하면 알 일이라고 해도,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님이 하시고 계신 일은 범죄 행위에 이어지니까요, 그녀는 공범이라는 위치에 놓여요."

 "그, 그건……. 그 말대로지만요."

 그 점을 말하면 아무런 말도 못한다.

 사이카 님이 하고 있는 일은, 틀림없이 범죄 행위니까. 모미야마 씨가 한 일은 틀림없이 공범이 될 행위다.

 같은 일을 했던 내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카린 씨는 말할 수 있기에 모미야마 씨에게 주의했다.

 "예전에 일하던 저택의 아드님이라고 해도, 본래는 못본 체할 수 없어요. 이번은 이사장도 사전에 알고 있어서 책망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셨어요. 그렇기에 벌은 없지만, 이후에는 주의해주세요."

 "죄, 죄송해요."

 모미야마 씨는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목소리를 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 사람. 대체 진짜 나이는 몇살인걸까? 아무리 봐도 10대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래도, 『코쿠라 아사히』가 있었을 적에 일하고 있었으니까, 최저라도 30대는 됐을거라 생각한다.

 여성에게 연령을 묻는건 해서는 안될 일이니까, 묻지 않겠지만 말야.

 "그, 그거랑, 어~ 그게."

 "이름을 부를 때는, 코쿠라 아사히 쪽으로 부탁드릴게요. 내 호적은 지금은 그렇게 되어있으니까요."

 "……알겠어요. 그래서 코쿠라 씨는 어째서 이 학원에? 아뇨, 조사원 일은 도련님들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요."

 "네, 실은."

 나는 모미야마 씨에게 짧게 학원에 다니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다지 시간이 없으니까, 정말로 경위만 이야기했지만, 다 들은 모미야마 씨는 나의 손을 잡았다.

 "이요이요가 말했던대로였어요. 역시 코쿠라 씨는, 세계다 다르더라도 변함없이 상냥한 분이시네요."

 "아뇨, 아니에요. 나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과는 달라요. 그 분은 이루어냈어요. 나는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했어요."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나는 그 분이 아니다.

 그 분으로 보길 바라지 않는다. 아직 안된다. 나를 통해 그 분을 보는 시선은……. 역시 괴롭다.

 눈치채준 것인지, 모미야마 씨는 미안한 듯한 얼굴을 했다.

 "……죄송해요. 이요이요에게도 들었었는데도, 당신과 서방님을 똑같이 보고 말아서."

 "……이 이야기는 그만하죠. 어쨌든, 나와 카린 씨는 지금은 사이카 님의 정체를 밝히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밝히면, 그 피해는 다른 곳까지 영향을 끼치고 마니까요. 이사장도 그 건을 생각해 못본 체하고 있어요."

 "……저기, 만약 상황이 최악으로 변했을 경우에는, 도련님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사이카 님의 학원 추방도 나와 카린 씨는 생각하고 있어요."

 모미야마 씨는 나의 발언에 숨을 삼켰다.

 어디까지나 이 수단은 최악의 사태가 됐으면 하는거지만, 설령 원한을 받아도 최악의 사태가 됐다면 나는 사이카 님을 학원에서 추방한다.

 사이카 님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는 은혜를 원수로 갚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나는 할 각오를 굳혀뒀다.

 "물론, 이 수단은 쓰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것만큼은 납득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이카 님을 모미야마 씨가 소중히 생각하고 계신건 알지만요, 일은 이미 개인 레벨의 문제로는 그치지 않을 정도가 되어있어요."

 "현재는, 이사장의 설득으로 전 당주님은 설득당하셨어요. 이대로 조사원으로서의 실적도 올려,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 님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판단이, 완전히 신용받게 되면 위기는 회피할 수 있겟죠. 그 후에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님이 실수를 범하지 안혹, 이사장이 납득하실 결과를 내면, 내년 이후에도 여장해서지만, 다니는 것을 허가하신다는 모양이에요."

 "정말인가요!?"

 "네, 정말이에요……. 여장해서지만요."

 "앗……."

 침울해진 내 모습에, 눈치챈 모양인지 모미야마 씨는 미안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조사의 결과에 따라서는, 공학화의 가능성도 있지만 이건 꽤나 희박한 희망이라 생각한다. 그만큼의 여학생들 중에, 남자가 들어가는건 꽤나 용기가 필요하다.

 나와 사이카 님은 여장해 들어왔지만, 남자로서 들어오는거라면 다른 용기는 확실히 필요하다.

 "그러고보니, 코쿠라 씨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도련님은 알곘지만, 코쿠라 씨도 그……."

 모미야마 씨가 말하고 싶은 일은 잘 안다.

 사이카 님과 똑같이 나도 여장해 필리아 학원에 와있다. 그렇지만, 나와 사이카 님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받아들이기는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명분이 내게는 있다.

 "……나, 스위스 국적이 있어서, 저쪽에서는 여성으로서 인지되고 있어요. 그……. 『코쿠라 아사히』가 있었을 적의 벚꽃 저택에 계셨으니 아실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샤 씨와 저는 지금 같은 입장에 있어요. 즉 남성이라 들켜도, 저쪽 사정을 이야기하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모양이에요."

 "……아아, 그런 일이군요."

 사샤 씨의 사정을 알고 있는지 모미야마 씨는 딱딱하게 굳은 미소를 띄웠다.

 마음은 알아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 그 건을 이야기했더니, 굉장히 침울해하셨으니까. 이제 되돌아갈 수 없기에, 나는 포기에 가까운 상태지만.

 "어쨌든, 이걸로 이 교사와의 이야기는 끝났어요."

 냉정한 카린 씨가 부럽다.

 확실히 슬슬 교실에 가지 않으면 위험하다. 서둘러 가지 않으면, 사이카 님과 에스트 씨가 걱정할지도 모른다.

 모미야마 씨도 교실에 가야만 하곘지.

 "그러면 모미야마 선생님. 오늘부터 잘 부탁드려요."

 "네. 이상한 느낌이지만,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나와 모미야마 씨는 악수를 했다.

 이걸로 리소나가 말했던 쪽의 문제는 해결했다. 나머지는 일반반 쪽 사람이지만, 오늘은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나중에 만나자고 생각해, 모미야마 씨와 헤어져 나는 카린 씨와 함께 교실에 서둘러 향했다.

 "저기, 거기 흑발 일본인. 당신, 특별편성반의 디자이너과 교실이 어디 있는지 알아?"



 작가의 말



 마지막에 나온건, 어디 사는 프랑스인일까요.

 덧붙여서 아사히가 입학식을 즐기고 있었던건, 언젠가 형님이 했던 공개 처형이 트라우마가 되어있기에, 평범한 입학식이 기뻤기 때문입니다. 라포레의 말을 듣고, 장이 말했던 때의 인상의 차이는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이카는 부끄러움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일시적인 질투로 잊어버린 것뿐이기에, 냉정해지거나 아사히와 헤어진 후에 재회하면 다시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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