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4월편은 역시 길어질 것 같네요.
번역가의 말
이번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온과 사이카의 대화는 입학식 도중에 사이카가 과거 회상을 하는 장면입니다. 그 때, 큰아버님이 총학원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지하는 내용을 회상하는 장면인데 이번화의 내용이 흘러가는걸 보면서 이미 입학식이 끝나고 이온이 사이카를 불러낸 것 같은 혼동이 일어날 것 같아 미리 첨언합니다. 또한 번역 상태가 좋지 않아 죄송합니다. 나중에 전체적 수정 때 크게 손 좀 보겠습니다.
4월 초 2
side 유세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상황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나의 행동을 떠올려보자.
일단은 아버님과 리소나와 함께, 자동차에 타 필리아 학원에 찾아왔다. 응, 틀림없다.
찾아와서 주차장에서 자동차에서 내렸다. 응, 틀림없다.
학원의 이사장과 전 천재 패션 디자이너인 두사람과 함께 자동차에서 내린 것에, 주차장 내에 있던 다른 특별편성반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응, 울고 싶어졌었다. 여장 모습의 아사히로서의 내게 갑자기 주목이 모였기에.
피아노과의 입학식의 인사가 있다고 찾아온 교직원분에게 불린 리소나와는 거기서 헤어졌다.
……헤어질 때에 보였던 능글맞은 웃음은 잊어버리자.
그 후, 아버님과 카린 씨와 함께 필리아 학원 내로 이동했다. 응, 문제는 없었을 터다. 어쩐지 모두 나와 아버님에게 시선을 계속 보내왔지만, 분명 아버님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아버님은 전 천재 패션 디자이너고 그 오오쿠라 이온이니까. 그러니까, 무명인 내게 시선을 보내올리가 없다.
필리아 학원 내로 들어가, 보호자인 아버님과는 거기서 헤어졌다. 내심으로는 놓고 가지말라고 울었지만, 아버님은 미소를 띄우고 떠나갔다.
……응. 너무하잖아. 입학식에 참가하는거라면, 도중까지 같이 갈 수 있는데,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놓고 가버리는걸.
게다가 일부러 딸이라 말하고 떠나갔으니까, 점점 더 주위의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울고 싶어졌다. 화장이 지워지니까 울 수는 없었지만.
카린 씨는 『고생하시네요』하고 말하고, 나도 『고생하고 있어요』라 대답했다구.
……어쩐지, 이후에도 이 대화가 카린 씨와 나 사이에 정착할 것만 같아, 꽤나 슬퍼졌다.
덧붙여서 카린 씨는 오오쿠라 가의 메이드복을 착용하고 있다. 겉보기로는 필리아 학원의 교복을 입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본인이 거부했다. 실 연령을 생각하면, 학생 교복은 그야 거부하겠죠.
나도 가능하면 남자 교복을 입고 싶었지만……. 입고 있는건 그리운 필리아 학원의 내게 있어서는 새로운 여자 교복.
응……. 울음이 나올 것 같다. 울 수 없지만.
그 후, 긴장하면서도 카린 씨를 등 뒤에 두며 학원 내를 걸어다녔다. 이 시점에서, 내 속에서 루나님의 위대함이 더욱 증가했다. 루나님. 역시 당신은 위대하고 대단하신 분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사정이 있다고는 해도, 누군가를 따르게 하고 걸어다니는건 긴장했다. 심장이 뻐끔뻐끔거리고 있고, 여장이 들키지 않을까하고 떨기도 했다.
얼마만큼 예전의 필리아 여학원 안에서 내게 있어 루나님이,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는지 짧은 시간만에 뼈저리게 알게 됐다. 다음번에 아메리카에 가면, 루나님의 부탁을 들어줘 사쿠라코우지 가의 메이드복을 입어줘도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긴장과 불안에 휩싸이면서 필리아 학원에 들어가고 나서는……. 지옥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의 학생분들은 나를 보고 나서, 굳어버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그시 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여장이 들킨건가하고 불안해져,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말 것만 같아지는 얼굴을 들고 있는게 괴로웠다.
그런 와중에, 아는 사람. 에스트 씨에게 말을 걸린건, 굉장히 기뻤다!
무심코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기뻐해, 재회를 서로 기뻐했다.
그 등 뒤에 서서, 등을 돌리고 있는 필리아 학원의 여자 교복을 몸에 두르고 있는 상대. 틀림없이 사이카 님이라 바로 눈치챘다. 그도 그럴게, 루나님과 같은 아름다운 하얀 머리카락이 등까지 내려와있었으니까.
뒷모습만으로도 사이카 님이라고 바로 알았다.
당연히, 정체가 들킬 수는 없기에, 초대면을 가장해 인사를 했지만.
그 사이카 님이.
"큐우~……."
선 채로 얼굴을 붉히고, 눈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눈앞에서 기절해있었다.
……선 채로 기절한다는게 진짜로 있었구나. 그게 아니라!?
왜 기절하고 있는건가요!? 엥? 혹시 지금의 내 얼굴이, 기절할 정도로 심한거야!?
그러니까, 아까 전까지 주위 사람들은 목소리도 내지 않고 모두 나를 보고 있었던거야!?
……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는걸 느꼈다. 어쩐지 주위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지만, 그것도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부끄러움이 차올라왔다.
"어, 어라? 아, 아사히 씨? 어~이."
이상함에 눈치챈 에스트 씨가 말을 걸고 있지만, 사이카 님은 기절한 채다.
……그렇다기보다는, 아사히 씨?
설마…….
"저, 저기~, 에스트 씨? 그쪽 분의 성함은?"
"아아, 미안해. 코쿠라 씨는 놀랄거라 생각하는데, 내 종자의 이름도, 『코쿠라 아사히』 씨라고 하거든."
하필이면, 사이카 님이 여장할 때에 고른 이름이 그 이름!?
그럼, 긴죠 씨들이 말했던 코쿠라 아사히 씨도, 사이카 님이었어!?
……정신이 나갈 것만 같다. 그렇지 않아도 부모자식 2대로 같은 일을 하고, 이름까지 같은 『코쿠라 아사히』.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꽤나 세게 들어왔다. 아메리카에 있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이 알면, 나 이상으로 충격을 받을거라 생각한다.
……입학식 전에 이런 사태가 되다니.
"아사히 씨! 아사히 씨!"
에스트 씨가 사이카 님의 양어깨를 잡고 흔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체가 들켜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막아야만 한다.
"에스트 씨. 안돼요. 아무래도 완전히 기절한 모양이에요."
"에~, 어째서? 아까 전까지 웃는 얼굴로 주위 사람들의 환성을 듣고 있었는데."
이유를 모르겠는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보건실로 옮겨져 사이카 님의 정체가 들키고 만다.
설마, 입학식이 시작하기 전에 이런 일이 되다니!
"상처는 없어요. 정말로 기절한 것뿐인 모양이네요.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 그게, 당신은?"
"소개가 늦었네요. 코쿠라 아사히 님의 종자인 카린 보니린 크론메린이에요. 일이 일인만큼 가벼운 진찰 부류 정도는 할 수 있기에."
"카린 씨는, 오오쿠라 가에서 일하고 있는 메이드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르지만, 여긴 그렇게 해두는 편이 낫다.
나와 카린 씨의 설명에 에스트 씨는 고민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래도, 어쩌지. 이제 곧 입학식이 시작하는데, 이런 일이 되다니……. 의무실이 있는 장소는 모르고."
"그러시다면, 회장까지 옮기죠. 회장에는 이 학원의 교원분들도 있을테니까요."
"엥? 옮긴다니, 아사히 씨를?"
카린 씨의 제안에, 에스트 씨는 얼굴을 흐렸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사이카 님의 신장은 나와 같은 164cm. 체중도 꽤나 있을테니, 여성이 옮기는건 어렵겠지.
"그렇다면, 제가 도울까요?"
"나도 돕겠어!"
검은 셔츠를 입은 남성과 하얀 셔츠를 헤집어 입고 있는 금발벽안의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양쪽 다 본 적이 있다. 사전에 리소나한테서 사진을 봤기에, 얼굴은 알고 있다.
한사람은 스루가 씨의 남동생인 야마가타 다이에이 씨에, 오오쿠라 차남 가의 차남인 앤서니 씨 (나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의 아들인 오오쿠라 앤서니 Jr 씨다.
"상대가 여성이라고는 해도, 입학식 회장까지 옮기는건 어려울테니까 도울게요."
"곤란할 때는 서로 돕고 살아야지. 거기다 허니의 머리카락에 먼지라도 붙는다면, 못 참겠으니까 말야!"
두사람은 선의로 제안해준 것이겠지.
하지만, 사이카 님의 몸에 접촉해 정체가 들키는 것만큼은 막아야만 한다.
"아뇨. 이분이 결벽이 있는 분이셨다면, 나중에 남성에게 만져졌다고 알고 비명을 지르실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제가……. 옮기겠어요!"
"옮긴다니!?"
"와옷!"
"진짜냐고……."
어깨에 손을 두르고, 양무릎 뒤에 손을 둘러 나는 사이카 님을 들어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가볍다. 그다지 근육이 붙어있지 않은걸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사이카 님의 신체가 가벼운 원인은 거기가 아니다.
잘 얼굴을 봐보면, 이전에 뵀을 때보다도 명백하게 말라있다. 이 상태라면 식사를 필요한 최소량 정도만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체중이 가벼운건 그게 원인이다.
뭐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여나 꽤나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얼른 『벚꽃의 정원』에 갔어야만 했다고 후회했다.
"……자아, 가죠."
"괜찮은거야, 코쿠라 씨? 그, 그 무겁지 않아? 아사히 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쪽 두사람에게 맡기면 어떨까?"
"깃털처럼 가벼우니까 괜찮아요."
"그렇구나……. 응, 알았어. 두사람 다 도와주려고 해서 고마워. 그렇지만, 여기는 코쿠라 씨의 호의에 기댈테니까. 그럼 가자."
"네."
"고생하시네요."
놀라고 있는 두사람을 두고, 나와 에스트 씨, 그리고 사이카 님의 가방을 주운 카린 씨는 입학식 회장으로 향해 걸어나갔다.
"……멋져."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니……. 오늘은 최고인 날이야."
"검은 머리카락의 여신이, 상냥하고 하얀 요정을 끌어안고 옮기다니……. 나, 이 광경을 못 잊어."
"아아……. 나, 저 검은 머리카락 분에게 사랑을 하고 말았어."
"올해의 인기 넘버원은 어느쪽이 될까…….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
어쩐지 등뒤에서 이것저것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신경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사이카 님의 정체가 들키는 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하니까.
"코쿠라 씨. 고마워."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곤란했을 때는 서로 돕고 살아야죠."
"우으, 주종 나란히 코쿠라 씨한테 도움받다니……. 부끄러워."
그 건에 관해서는 정말로 어떻게 된걸까?
에스트 씨의 때에는 정말로 우연이었지만, 사이카 님은 나의 얼굴을 보고 기절했다.
확실히 오늘 필리아 학원에서 만난건, 사전에 여기에 내가 올 것을 몰랐던 사이카 님 입장에서 보면 놀라겠지. 에스트 씨도 일부러 내 일을, 사이카 님에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으니까 입을 다물고 있었겠지.
"그래도, 정말로 왜 그런걸까, 아사히 씨? 코쿠라 씨의 얼굴을 보고 기절하다니……. 설마 코쿠라 씨, 어딘가에서 아사히 씨를 만난 적이 있는거야?"
"아뇨, 초대면이에요."
거짓말은 아니다. 내가 만난건 사쿠라코우지 사이카고, 코쿠라 아사히와는 초대면이다.
정말로 왜 기절따위를 한걸까?
혹여나 내 얼굴따위, 보고 싶지 않았던걸지도 모른다.
조금 침울해지지만, 이걸로 마음이 편해졌다. 역시 교실 내에서는, 거리를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입학식 회장에 들어가, 비어있는 자리에 기절해 있는 사이카 님을 앉히고, 다시금 카린 씨에게 진찰하게 했다.
회장 내에 있던 학생분들에게서 주목을 받았지만, 용서해줬음 한다.
기절한 사이카 님이 보건실로 옮겨져, 정체가 들키는 것만은 막아야만 했으니까.
그러니까, 아버님. 그렇게 무서운 시선을 보내지 말아주세요.
떨어진 곳에 있는 보호자석에 앉아있을텐데도, 아버님의 강한 힘이 담긴 시선이 찌릿찌릿 느껴진다. 상황이 된다면, 지금 바로라도 다가와 힐문했을거라 생각한다.
……입학식 전이라 정말 다행이다.
"괜찮아요. 의식 회복의 징조가 나오고 있어요. 이거라면, 앞으로 몇분 후에 눈을 뜨겠죠."
"다행이다."
"다행이네요, 에스트 씨."
"응……. 역시, 성으로 불리는게 괴로웠던걸까?"
"핫?"
"아사히 씨는 말이지, 성으로 불리면 허둥대버려. 그러니까, 부르지 말아달라고 들었었는데, 아까 코쿠라 씨를 부르는데에 성으로 불렀으니까."
"그건……. 곤란하네요."
어째서 그렇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곤란하다.
코쿠라 아사히는 지금은 나의 또 하나의 본명이다. 오오쿠라 유세이 쪽은 절대로 이름을 댈 수 없고, 오오쿠라 아사히의 이름을 대려 해도, 아직 전 당주님에게서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까 이름을 댄다는건 불가능하다.
이 건만큼은 사이카 님과 나중에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만날 때마다 기절하거나, 성 쪽으로 불렸을 때마다 허둥대는건 곤란하다.
일단, 지금은 사이카 님이 눈을 뜰 때까지 옆자리에 앉아 기다리자.
에스트 씨도 앉으면서 걱정스러운 듯이 사이카 님을 보고 있다.
……조금 불안했지만, 에스트 씨와 사이카 님의 사이에는 제대로 신뢰 관계가 생겨져 있는 모양이다.
성별을 속이고서의 관계지만……. 역시 가슴이 아프다.
만약 에스트 씨가 사이카 님의 정체를 안 때에, 어떤 반응을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왔다.
에스트 씨가 그 야치요 씨와 같이 분노를 사이카 님에게 향했을 때의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진다.
자신의 아이가 아닌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분은. 사쿠라코우지 사이카 님은, 사쿠라코우지 루나님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아이인거다.
그 두사람의 아이가 불행해지다니, 역시 괴롭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부디 사쿠라코우지 루나님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아이인 사이카 님과, 그 주인인 에스트 갤럿하 아놋츠 씨에게, 많은 행복이 담긴 학원 생활이 있기를 나는 바랐다.
side 사이카
"핫!?"
여기는 어디야!? 나는 누구야가 아니라!?
무, 무슨 일이 일어났지! 정신이 들고보니 수많은 의자가 나열되어있는 회장에 나는 앉아있다.
대, 대체 뭐가!? 직전까지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앗, 정신이 들었어, 아사히 씨."
"아, 아가씨……. 그, 그게 여기는?"
"입학식 회장. 아사히 씨, 회장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갑자기 의식이 없어져서 선 채로 기절했었다구."
"……엑?"
내가 선 채로 기절했어?
그건 또 드문 사태에 처했는걸. 아니, 그런 사태에 나 자신이 당한 경위가 떠오르질 않는다.
뭔가 굉장히 기쁜 일과 부끄러운 일이 동시에 일어난 듯한.
……기다려, 기절한 내가 어째서 입학식의 의자에 앉아있지? 설마, 에스트가 옮겨준걸까?
남자인 나를?
"아, 아가씨!? 대체 누가 저를 여기에!?"
"누구라니…….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니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구."
"여, 옆인가요."
누, 누구일까?
지금 내가 앉아있는 자리의 위치는, 홀 내의 앞 쪽으로 특별편성반의 자리가 있는 앞 쪽이다.
즉,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도 특별편성반의 누군가다. 게다가, 기절한 나를 여기에 데려와줬다는건, 내 정체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어쩌지? 설마, 첫날부터 정체를 누군가에게 들켜버리다니! 루미 누나들에게 뭐라고 말하면 좋지!
아니, 그것보다도 학생으로 숨어들어온 조사원에게 들켰을지도 모른다!
내심으로 머리를 감싸쥐면서도,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안녕하세요."
……만나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던 사람이 있었다.
……떠, 떠올랐다.
옆에 앉아있던 사람. 코쿠라 씨의 모습을 본 나는, 뭐가 있었는지 모든걸 떠올렸다.
나는 코쿠라 씨를 보고, 뭐가 있었는지 모든걸 떠올리고…….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왜 그러시나요. 또, 상태가 안 좋으신건가요?"
"아……아뇨……괘, 괜찮아요……. 도, 도와주신 것 같으셔서……가, 감사해요."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곤란할 때는 서로 돕고 사는거니까요."
"코쿠라 씨. 저도 다시금 감사 인사를 드릴게요. 제 종자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에스트 씨도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거기다 원래라면, 상태가 좋지 않다면 보건실로 옮겨야 했지만요."
"이 학원의 보건실 장소는 아쉽지만 몰라요. 거기다 보건 선생님도 입학식에 참가했을테니까요, 이쪽에 옮기는 편이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요. 애초에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요."
코쿠라 씨의 자리에 하나 더 옆에 앉아있는 메이드복을 입은 조그마한 금발의 여성이, 설명을 해주었다.
저 메이드복……. 오오쿠라 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메이드복이었을 터다. 그렇다는건 그녀는 오오쿠라 가의 관계자. 게다가,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는건, 특별편성반의 종자일지도 모른다.
"앗, 그러고보니 아직 자기 소개를 안했었네요. 이쪽은 제 종자를 해주시는."
"카린 보니린 크론메린이에요, 첫날부터 고생했네요."
무뚝뚝한 목소리로 카린이라는 인물은, 자기 소개를 했다.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적어도 오오쿠라 본가에서 그녀를 본 적이 없다.
총재 공이 코쿠라 씨를 위해서 준비한 종자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보다도 어째서 코쿠라 씨가 여기에!?
게다가 종자가 있다는건, 특별편성반에 들어온다는거지!? 그래도, 코쿠라 씨의 이름은 사전에 조사한 명부에는 실려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아니. 나는 알고 있다. 사전 조사로 조사해도 의미가 없는 상대가 특별편성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걸.
설마……. 코쿠라 씨는!?
"그, 그런데……. 아사히 씨."
"뭐, 뭔가요, 아가씨?"
"……나, 조금……오, 오줌."
"아일랜드 자작의 따님이신 아가씨가, 저속한 말을 쓰는건 그만둬주세요."
눈에 띄니까 발언에는 주의하자. 네게는 긍지높은 인물로 있어줘야만 한다.
특히 지금은 코쿠라 씨가 옆에 있으니까. 이 사람에게는 나의 주인도 어엿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에스트는 부끄러워하면서, 회장을 나갔다.
……기다려. 나도 함께 가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오래간만이에요."
작은 목소리지만 굳은 목소리였다. 아까 전까지의 초대면을 가장한 목소리가 아닌, 지금 이 사람은 나를……. 사쿠라코우지 사이카로서 보고 있다.
뭐라 대답하면 좋을지 몰라, 나는 스커트로 싸여있는 무릎 위에 양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에스트 씨와 함께 있는건 몇시까지인가요?"
"……오, 오후……8시예요."
"알겠어요. 그럼, 그 후에 이야기를 하도록 해요. 제 사정도 그 때에 이야기드릴테니, 그 때까지는 에스트 씨의 종자로서 부탁드릴게요."
"……네, 네에."
……최악이다. 설마, 이런 일이 되다니.
아니, 코쿠라 씨를 만나고는 싶었지만, 이런 식으로, 게다가 코쿠라 아사히로서의 모습으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구. 그렇다기보다도 이미 코쿠라 씨에게 도움을 받았다.
기절한 나를 여기까지 옮겨……. 기다려봐 어떻게 옮긴걸까?
"저, 저기~."
"뭔가요?"
"……어, 어떻게 저를……. 여기까지 옮기신건가요?"
"코쿠라 님이 기절한 당신의 어깨와 무릎에 손을 둘러 들어올려, 여기까지 옮기셨어요."
그건 공주님 안기이이이이이잇!?
어, 엄청나게 부끄럽다!! 남자인 내가 여성인 코쿠라 씨에게 공주님 안기로 옮겨지다니……. 내가 하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 우와~, 뭘 하고 있는거야 나는!?
정체가 들키지 않고 그친건 다행이지만, 이걸로 이 학원 내에서 첫 나의 평판은 기절해 입학식 회장으로 옮겨져 온 인물이란게 됐다.
……최악이다. 적어도 가족에게 보이지 않고 그친게 다행…….
"말하는걸 잊어버렸지만 보호자석에 오오쿠라 이온 님이 앉아계세요. 아까 전부터 무서운 시선을 보내고 계시기에, 뭔가 좋은 변명을 생각해두시는 편이 좋을거라 생각해요."
……끝났다.
이제 이걸로 큰아버님 속에서의 내 평판은, 꽤나 나쁜 것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기보다도, 이 카린이라는 메이드. 내 정체를 눈치채고 있는거지.
아니, 섣부르게 다른 누군가에게 진찰을 받으면 그 시점에서 끝이니까 살았다고는 생각해야겠지만.
이제 틀림없다. 내가 찾아내려고 했던 조사원은 옆에 있는 코쿠라 씨와 카린이 틀림없다.
그리고 큰아버님은 그 일을 알고 있었는데, 오늘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그렇다고 해도, 그 건으로 큰아버님을 질책하는건 무리다.
내가 어려워하는 총재 공의 의향일지도 모르니까.
……아주 힘껏 효과가 들었어요. 이 이상으로 없을 정도로 들어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끄러움과 기쁨으로 기절한다는 체험을 했다.
진심으로 부끄럽다! 게다가 코쿠라 씨한테 공주님 안기를 당한 나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였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도 흐를테니까……. 입학식 첫날부터 나의 필리아 학원 생활은, 꽤나 하드한 것이 됐다.
잘도 저질러주셨네요, 총재 공. 이 답례는 반드시 언젠가 돌려……. 무리다.
코쿠라 씨가 총재 공 측에 서있는 시점에서, 내게는 어떻게 해도 승산이 없어보인다.
아니, 그것보다도 지금은 큰아버님 쪽이다. 입학식이 끝난 후에, 큰아버님은 찾아온다. 코쿠라 아사히로서의 나와 큰아버님은 관계없지만, 분명 교실에 오기 전에 우연을 가장해 복도에서 마주치는 정도는 있을 것 같다.
그렇다기보다도 큰아버님은 복식계에서 유명한 분이니까, 에스트가 눈치챌지도 모른다.
……어두워질 것만 같다.
지난번, 벚꽃 저택에서 큰아버님과 만났을 때도 꽤나 힘들었다. 큰아버님의 또 하나의 얼굴을 안 것만으로도, 언제 변모할지 모른다고 생각해, 긴장이 됐다.
"……『전설의 7인』인가요?"
"그렇다."
다망함에도 상관없이, 큰아버님은 나를 다시금 벚꽃 저택으로 불러냈다.
연락이 있었을 때는, 또 뭔가를 저지르고 말았나하고 아트레들과 함께 허둥댔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내게로 이후의 학원 생활에 있어서 주의를 전해두려 온 모양이다.
"들어본 적은 있어요. 필리아 학원의 창설자인 장 피에르 스탠리 씨의 아래에서 일했던 천재적인 기술 직인 집단이라던가. 그저, 그렇게 부르는건……. 조금 딱해보이네요."
"지당한 말이다. 허나 얼마나 명칭이 딱하다 해도, 그들의 능력은 아득히 우월하며, 스탠리……. 장이 디자이너로서 성공한 것도 스탭의 힘이 있어서이다. 허나, 그 스탭도 지금은 은퇴해, 현재로는 현역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은 한사람밖에 없지."
"그 한사람이 필리아 학원 일본교의 현 총학원장이라는건가요?"
"그 말대로다."
어머님과 같은 세계적 디자이너 중 한사람인 장 피에르 스탠리의 개업을 지탱한 『전설의 7인』.
딱한 명칭이지만, 이미 당사자인 그들이 장 피에르 스탠리의 아래에 있던건, 20년 이상 옛날의 이야기다.
그 인물을 큰아버님이 알고 있다는건…….
"녀석과는 학생 시대에 책상을 나란히 한 사이지. 함께 의상을 만들며, 전광석화와 같은 시간을 달려나가며, 영광을 손에 거머쥔 기쁨을 나누었지. 맹우라 말할 수 있다. 그 재능은 학생일 적부터 비교할만한 것이 없었지. 디자인은 혁신적이며, 새로운 지식을 항상 흡수하려는 욕망이 있었다. 단순한 성적으로 말하면, 당시 우리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었다."
"큰아버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분인가요. 그래서 그 분의 성함은?"
"녀석의 이름은 『라포레』. 일찍이 유럽에서 수많은 상을 받으며, 장과 함께 브랜드를 설립한, 『전설의 7인』 필두라 불렸던 남자다."
"필두……. 인가요."
역시 어딘가 딱한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그런 일에 상관쓰지 않고 큰아버님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기술이나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라포레는 현장의 지휘를 포함해, 유럽에서도 톱 5 안에 들어갈 재능을 갖고 있었지. 디자이너로서 뛰어나다고는 해도, 의상 제작의 흐름을 파악해, 전체에 정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인간은 한정되어있다. 특히 기술자를 고용하는 것에는, 고용하는 상대가 유능한만큼, 지시하는 측에도 기술과 지식이 더욱 요구되지. 그게 가능한 인간은, 장의 스탭 중에서도, 라포레와 그리고 한명밖에 없었다. 그 다른 한사람의 쪽이 은퇴하고 나서는, 라포레가 실질적으로 회사를 관리하며, 지금에 와서는 부사장을 맡고 있지."
일본의 필리아 학원의 총학원장을 맡는 것만이 아니라, 세계적 디자이너 회사의 부사장.
복식 세계에서는 충분한 입지다. 그저 신경이 쓰이는건…….
"맡겨둬야만 하는건 알겠지만요, 경영과 현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인물의 존재는, 톱에 서있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위험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텐데요."
"그 말대로. 허나 라포레가 장을 배신할 가능성은 만에 하나라도 없다고 말해도 된다. 어째서냐면 녀석은, 장의 아래에서 일하는 것만이, 자신의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온?"
아무래도 그저 학원 생활에만 관련된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최종적으로는 나의 학원 생활에 관련된 일이겠지만, 그거와는 다른 부분에서 흥미가 조금 생겼다.
"아까 전 『순수한 성적으로 말하면 우리들 중에 단연 돋보였었다』고 말했지만, 그건 주로 감각적인 부분에 판단 기준을 두는 분야의 이야기다. 라포레의 디자인 재능은, 확실히 뛰어났었다. 허나 우리들과 같은 학년에는, 이윽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장이 있어, 그 재능이 그려나가는 세계는, 숫자나 계산으로 만드는 디자인과 비교할 수도 없다는걸, 녀석도 인정하는 점이었지. 의상 전체의 완성도는 높아, 콩쿠르에서 라포레가 우리들의 위를 가는 일도 있었다. 허나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녀석은 졸업할 때까지 장의 바로 아랫자리에서 만족했다. 허나, 장의 비범한 재능은, 라포레 자신도 인정하는 점도 있어, 그렇기에 장과 함께 브랜드를 세워 올릴 때도, 녀석은 뒷쪽을 자처해 자신의 친구를 메인 디자이너로 삼았다."
"그것만 들으면, 우정이 진하고, 겉으로 나오지도 않는, 회사 전체 일을 생각하는 어엿한 인간이 아닌가요."
"그 말대로. 허나 그게 녀석의 불행의 시작이기도 했다."
큰아버님은 다리를 바꿔 꼬았다. 동작을 하나 넣었다는건, 여기부터가 내게 있어서 주제인 이야기가 되는 거겠지.
"장의 브랜드라 해도, 콜렉션에 의상이 어떻게 해도 시간에 맞추지 못할 상황이 오면, 메인 디자이너가 구두로 이미지를 전해, 서브 디자이너가 의상을 그리는 일도 있다."
"네. 제 부모님도 브랜드를 경영하고 계시니까, 그건 잘 알아요. 지금껏 모든 디자인을 혼자서 소화하고 계시는, 저의 어머님이 초인인 것뿐이에요."
어머님은 한번도 서브 디자이너를 의지한 적이 없다.
전부 자기 혼자서 디자인을 그리고 있다. 그걸 봐왔으니까, 나는 어머님을 존경하고 있는거다.
"네 모친, 사쿠라코우지는 손이 빠른 부류의 디자이너이기에 그렇다. 애초에 그것만이 아니지만 말이다, 크큭."
어째서인지 큰아버님은 즐거운 듯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걸까?
그렇지만, 큰아버님은 이야기를 계속 해나갔다.
"장은 재능은 궤를 벗어나 있지만, 발상이 떠오를 때까지 수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자주 있다. 그런 때에 디자인을 하는건 라포레다. 녀석은 장의 의사를 가장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도 좋다. 한없이 진짜와 가까운 작품을, 그것만으로도 보통이 아닌 재능으로 그려왔다. 허나 소비자인 손님에게는, 디자이너의 고생 따위는 관계없는 것이지. 정말로 한번 본걸로는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잘 만든 옷이기는 하다. 허나 어째서인지 팔리는건, 장이 디자인한 옷뿐이었다. 어째서인지 알겠나?"
"……아뇨, 모르겠어요."
모르겠다. 어째서 한번 본걸로는 차이가 없다는데도, 소비자인 사람들은 라포레의 작품이 아닌, 장 피에르 스탠리의 작품만을 고른 것일까?
"답은 작품에 담긴 의지다. 결국에는, 장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건 장 본인밖에 없다. 라포레는 그럼에도 장의 디자인에 다가서려고 온갖 노력을 계속했다. 허나, 내부 스탭도, 손님도, 디자인한 옷이 팔리지 않으면 그 대응은 식어만 가지. 이윽고 무관심한 사원이나, 디자인이 보는 눈이 있는 인간에게서, 녀석이 만드는 옷은 이렇게 불리게 됐다. 『저건 열화한 스탠리의 디자인이다』라고."
……이 이야기는, 학원 생활만이 아닌 이후에, 복식에 관련할 나의 장래에도 관련된 이야기라고 이해했다.
어느 틈엔가 무릎을 강하게 움켜쥐어서, 스커트가 땀으로 색을 물들였다.
"그 이후의 라포레는 『어떻게 하여 장이 상상하는 옷을 창조해낼까』로만 디자인을 그리게 됐다. 그것들은 결코 나쁜 일은 아니엇다. 허나 장의 작품이 아닌 이상, 그 디자인은 얼마나 진짜에 다가가도 99점밖에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녀석은 줄기차게 자신이 장 피에르 스탠리가 되려고 계속했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아주 사소한 차이가 일어나는 것만으로……. 모든게 끝나버리는 일도 있으니 말이다."
"엑?"
뭐지?
지금까지, 큰아버님은 라포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을 터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누군가를 의식한 듯이 보인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일까?
"라포레는 처음부터 장을 의식하지 말았어야 했다. 녀석 자신의 재능을 갖고서, 장의 이미지에서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었다면, 진짜를 뛰어넘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 남자는 『도달하지 못하는 남자의 디자인의 재현』에 구애되어, 그것은 『천재에 한없이 가까운 디자인을 그릴 수 있는건 자신뿐』이라는 일그러진 자부심으로 이어져, 완성할 일 없는 연구에 인생을 몰두했었……. 아니, 지금도 하고 있다. 초월함을 포기하며, 가능성을 포기하며, 독창성을 포기하며, 승리를 포기하며, 승부 그 자체를 포기하며, 자신조차도 포기했다. 대등하게 된 남자에게 자신을 겹쳐보는걸로, 언제까지나 열화한 진짜로 계속 존재해나간다……. 그 점으로 말하자면, 본래의 존재와는 달랐다고 해도, 녀석이 낸 답은 아직 나은 부류다."
또다. 큰아버님은 라포레 이외의 누군가를 의식하고 있다.
즉, 있는거다. 큰아버님에 관련된 누군가 중에, 라포레와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는 인물이.
신경은 쓰이지만, 큰아버님은 아마도 대답해주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아마도 큰아버님은 그 상대를 걱정하고 있는거다. 라포레와 똑같이 되버리는 것을.
그러니까, 무심코 흘러나오고 있는거다. 역시, 큰아버님은 내게 무르다고 느꼈다.
"『진짜』는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주지 않았던건가요? 친구잖아요?"
"어떻게 하면 구원할 수 있지. 우정으로는 사회 경영은 성립하지 않는다. 녀석이 디자인하지 않으면, 때로 필요한 의상을 완성하지 못한 채, 그 회사에 관련된 모든 인간이 불행해진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장소에 있는걸 고른건 라포레 자신의 의사다. 자신의 의사는 자신이 고른다. 그걸 할 수 없는 남자에게 내밀 구원의 손길따윈 없다. 그 내밀어진 손을 붙잡는 것도, 자신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확인해보았다.
존경하는 나의 어머님. 나는 그 사람을 뛰어넘기 위해. 잃어버린 부족한걸 되찾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지금의 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어머님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면……. 자신이 없다.
있었을 터인 자신은, 이미 조각조각으로 찢어진 것과 다름없어져있다. 나는 그만큼의 일을 저지르고 말았으니까.
그래도, 진짜로 조금만 더. 앞으로 한걸음만 나아가면 무언가를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도망치고 싶지는 않다.
이제 어릴 적과 같이 도망쳐 눈을 돌리는 것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사이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발로 걷지 마라. 더해서, 자신이 아닌 인간따위 되어서는 안된다."
큰아버님의 충고는 가슴에 와닿았다.
처음부터 그럴 셈은 없지만, 지금 품고 있는 불안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라면 편한 길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고 만다.
그도 그럴게 타인이 걸은 길은 편하다. 사람이 지나간 후라면 돌부리도 없을테니, 안전이 보장된다.
그렇지만 그 너머에 있을 터인 꿈도 없다. 자신의 길이 아니니까, 멈춰 서있는 수 밖에 없다.
이 충고를 해준 큰아버님에게는 감사하고 싶다. 만약 충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로서는 도망치고 말 것 같았으니까.
……혹은 나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라포레는 재능을 갈구하고 있다."
"엥?"
"녀석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신이 장이 될 수 없다는걸 이해하고 있다. 허나 그래서는 자신의 발로 서는 것조차 이룰 수 없기에, 뛰어난 재능을 길러내, 제 2의 장, 아니 그 이상의 천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는 공상을 계속 하고 있다."
그 대상에 내가 들어갈지도 모른다는건가.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이 많은데, 여기까지 와서 총학원장한테까지 감시당할 가능성이 높다니.
"지금의 나는 현 총학원장을 저지할 정도의 발언력은 없다. 녀석 자신이, 아무리 자신의 발로 걷는 것을 멈추었다고는 해도, 내게 필적할 정도의 재능과, 업계 내에서의 발언력을 갖고 있다. 이전에도 말했다만, 라포레는 그 총재 공마저 빈정거리는 말밖에 하지 못할 정도의 상대다."
그러고보니 그랬었죠.
더더욱 머리가 아파져왔다. 최근 스트레스 탓인지, 식사를 그다지 하지 못하게 됐는데.
소중한 어머님에게 물려받은 머리만큼은 스트레스로 푸석해지지 않도록, 케어만은 여느 때보다 신경쓰고 있지만.
"『전설의 7인』에게는, 제각각이 갖는 기술이나 성격을 잘 표현한 명칭이 붙어있다. 녀석의 명칭은, 『광신자』. 자신이 장을 만들어낸다는 이상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올지 모른다."
"……감사해요, 큰아버님. 충고를 가슴에 새기고, 학원 생활을 보내 보이겠어요."
"그러냐. 그럼."
큰아버님은 일어나, 응접실에서 나갔다.
"……푸하앗!"
안도의 숨을 힘껏 내뱉었다.
다행이다! 이번에는 큰아버님이 변모하는 일은 없었다!
정말로 언제, 그 큰아버님이 변하지 않을까하고 무서웠다구! 루미 누나, 아트레, 코노치요!
나 혼자서 힘냈어! 『벚꽃의 정원』에 돌아가면 칭찬해줘!
"그러고보니, 물어보는걸 잊어버렸었다만."
"네, 네에! 뭐, 뭔가요?"
안심하고 있었더니, 큰아버님이 돌아왔다. 심장에 좋지 않다.
"어째서 벚꽃 저택 안에서까지 메이드복을 입고 있지?"
"이대로 맨션에 돌아가니까요."
칭찬해주셔도 된다구요, 큰아버님.
……무리라고 생각하지만요.
작가의 말
덧붙여서 사이카는 리소나를 의심하고 있지만요, 본인도 설마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하아앗!?』하고 놀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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