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2월의 유세이 side는 일단 종료.
다음화는 사이카 side가 되겠습니다.
2월 중순 (유세이 side) 3
side 유세이
"앗, 그렇지 루나. 잊어버리기 전에 이거 돌려놓아둘게. 미즈호한테 빌렸었던 아사히의 사진."
"오옷!"
미나토가 넘긴 액자에 들어있는 나의 사진을, 루나님은 눈을 반짝이며 받아들었다.
……저 사진. 결국 처분하지 못했다.
파리에서 미즈호 님이 있었을 때, 넌지시 몇번이나 처분해주도록 부탁했지만, 루나님한테서 빌린 거라 말하며 처분해주지 않았다.
『만찬회』의 회장에서, 벽 한면에 펼쳐질 정도의 내 사진이 나왔다는 듯하지만, 여장 모습의 사진따위는 남겨두고 싶지 않다.
나와 같은 기분인건지,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도 험한 시선을 루나님의 손 안에 있는 사진에 보내고 있다.
일단은, 루나님에게 부탁해보자.
"저, 저기 루나님……. 부디 그 사진을 처분해주시면 안될까요?"
"싫어. 귀중한 아사히의 사진이야. 게다가 그렇게까지 슬퍼보이는 아사히의 사진따위, 내가 소지하고 있던 사진에도 없었다고. 오오쿠라 이온에게로의 분노는 잊지 않았지만, 이 사진은 소중히 보관할 셈이야."
……지금, 루나님은 뭐라 하신걸까?
엥? 사진이 달리 더 있어?
나라고나 할까, 사쿠라코우지 유세이가 『코쿠라 아사히』였을 적의 사진이?
무언으로 내가 고개를 향하자, 면목없다는 듯한 얼굴로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 나도 최근까지 몰랐었는데……. 루나가 보관하고 있었어."
"제일 마음에 드는건, 아사히가 자고 있을 때의 사진이야. 천진난만한 아사히의 잠자는 얼굴이 찍혀있는 사진은, 볼 때마다 나의 마음을 언제나 치유해주고 있지."
"……루나님. 부디 전부 처분해주세요. 솔직히, 그런 물건을 아드님이나 따님에게 보인다면,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과 제가 괴로워요."
"안되는 게 당연하잖아. 괜찮아. 아사히의 사진은 전부 앨범에 담아, 특수 주문한 금고 안에 넣어뒀으니까, 사이카나 아트레에게 보일 일은 없어."
그래도, 루나님은 보는거잖아요?
여장 모습의 사진따위, 남겨두고 싶지 않은데요.
……미즈호 님에게 언젠가 사진을 찍히는 것은, 입 다물고 있자. 나와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정신을 위해서.
"헌데, 미즈호가 의외로 간단히 되돌려줬군? 그만큼 양보해달라고 헐떡거렸는데?"
"아아, 그건 말이지."
"미나토 님. 부디 말씀하시지 말아주세요."
입 다물고 있을 셈이었는데, 보고하려고 하는 미나토에게, 나는 머리를 숙였다.
그렇지만, 나의 모습을 보고 뭔가 있는 것을 눈치챈 루나님이, 고개를 흔들며 미나토를 재촉했다.
부디 말하지 말아줘! 마음 속 깊이 나는 미나토에게 빌었으나, 미나토는 쓴웃음을 띄우며 말해버렸다.
"여름 쯤에 말야. 아사히가 미즈호를 만나러 하나노미야 가로 가게 되었어. 그 때에 개인적인 패션쇼를 하게 되었거든. 루나도 기억하고 있지? 학생 시대에 미즈호가, 아사히를 모델로 하려고 생각했던 디자인을."
"설마, 그 디자인인가!?"
"어머……. 미즈호 님. 드디어 그 디자인을 쓰시는거군요."
"엥? 무슨 이야기야?"
기억에 있는지 놀라는 루나님과 야치요 씨와 대조적으로,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남편이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그 디자인은, 1학년일 때 나의 디자인을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서 쓰기로 결정된 후, 미즈호가 비밀스레 그리고 있던 디자인이니 말이지."
"그립네요. 저도 벚꽃 저택에 있을 때, 의견을 물어오셨어요. 솔직히 말해서, 루나님이 그리신 디자인에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였어요."
"나도 마음에 들었었지. 미즈호가 그렸던 디자인은 취향이었거든."
"그런 의상이 있었구나. 어라? 그래도, 나는 들어본 적이 없어. 벚꽃 저택에서 지내던 때에, 한번도 미즈호 씨에게서 그 디자인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었고?"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의문에, 루나님과 야치요 씨는 나란히 곤란한 듯 얼굴을 마주보았다.
뭔가, 그 디자인을 쓸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걸까?
루나님이 절찬할 정도니까, 분명 굉장한 의상임은 틀림없겠지만.
"……실은 미즈호는 그 디자인의 의상을, 당시의 남편. 즉, 아사히에게 입히려고 했었어. 허나, 남편이 학원을 퇴학당해,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의 무대에 아사히로서 나오지 못하게 되었기에, 미즈호는 그 의상을 포기했지."
"그, 그랬구나."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는 기분은 잘 알아요.
솔직히,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의 무대 위에서, 여장 모습을 보일 용기는 내게는 없어요.
그래도, 아사히의 정체를 몰랐을 적의 미즈호 님은, 아사히로서의 나를 무대 위로 세우고 싶어했다.
그걸 위해 디자인을 그렸다. 아사히를 의상의 모델로 해서.
"본인은 2학년 때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었으나, 아사히가 퇴학당해 정체도 판명당하고서는, 역시 입어달라고 부탁하는건 어려웠겠지……. 나와 남편이 사랑에 빠진 사이가 된 일도 있었으니."
"어쩐지……. 미즈호 씨에게 미안하다고 느껴져."
"나는 딱히 상관없었지만, 미즈호는 나와 남편을 배려해, 그대로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말게 된거지."
"그립지. 나도 그 의상을 입은 아사히를 보고 싶었어. 그도 그럴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잘 어울릴 것 같았으니까."
거기까지 절찬할 정도의 미즈호 님의 의상.
대체 어떤 의상인걸까? 기대되어서 두근두근거리는 기분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는데……. 입는건 나였지.
그걸 생각하니 순수히 기뻐할 수 없다.
되도록 부끄럽지 않은 의상이기를 빌 수 밖에 없다.
"……그 의상. 정식으로 오오쿠라 가에서 만들도록 의뢰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는걸."
"엥?"
갑작스러운 스루가 씨의 말에, 나는 놀랐다.
다른 면면들도, 놀란 듯이 스루가 씨를 쳐다봤다.
"코쿠라 씨는 내년의 『만찬회』에는 반드시 출석해. 그 때의 의상으로, 은닉되었던 하나노미야 미즈호의 의상이 쓰였다는 것이 된다면, 전 당주 공도 놀라겠지. 그녀는 분명 기모노 디자이너로서 유명한 인물이야. 더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사쿠라코우지 씨도 절찬할 정도의 의상. 내년의 『만찬회』의 주역은 틀림없이 코쿠라 씨야. 그 코쿠라 씨가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고 간다면, 전 당주 공의 의상은 좋아지겠지."
"……저, 저기~, 나름대로 고급 수트를 입고 남장해서 가는건 안되나요?"
"안되겠지. 적어도 여장은 해둬야만 할테니……. 거기다 이온 자식이 허락할거라고 생각 못하겠는걸."
그랬었죠!
아버님이 허락할 리가 없겠죠! 그뿐만이 아니라 올해의 『만찬회』와 같이, 맡겨두면 뭘 저지를지 안 봐도 알 수 있다.
혹여나 미즈호 님의 의상 이상으로, 부끄러운 의상을 입혀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스루가 씨가 말하는대로, 의상만이라도 혼자서 정하는 편이 낫다.
나는 확인하기 위해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 얼굴을 향했다.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 알겠어요. 그저 미즈호 님에게 확인은 해볼게요."
의상 제작은 미즈호 님이 해주신다.
애초에, 미즈호 님의 개인적인 패션쇼를 위한 의상이다. 멋대로 정할 수는 없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알려준 미즈호 님의 전화번호에 연락을 했다.
"앗, 미즈호 님이신가요? 아사히예요. 실은 예의 의상 건말인데요……."
나는 미즈호 님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 고로, 예의 의상을 오오쿠라 가의 『만찬회』에서 입고 싶은데요……. 안되나요?"
『맡겨줘 아사히! 내 의상으로, 당신을 오오쿠라 가의 아이돌로 만들어줄게!』
"아뇨, 오오쿠라 가의 아이돌이 되고싶은게 아닌데요."
『여름에 반드시 집에 와! 그럼 지금 바로 의상 준비를 해야지! 그럼 또 봐!』
미즈호 님의 의욕이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괘, 괜찮은 것 같아요……. 미즈호 님은 대단히 의욕이 가득 차있으셨어요."
"크윽! 그 의상을 입은 아사히를 볼 수 있는건, 대단히 기쁘지만. 입는건, 아사히의 성이 정식으로 오오쿠라가 되어버리는 오오쿠라 가의 『만찬회』! ……야치요. 우리들도 여름에 하나노미야 가에……."
"사모님. 아쉽지만, 일본의 여름은 햇빛이 강하기에, 몸에 지장이 가셔요."
"『만찬회』까지 기다리자. 루나."
"그걸로는 아사히의 성이 오오쿠라가 되어버리잖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거야!?"
"……내년의 『만찬회』가 기대되는걸."
"이야~, 설마, 이런 일이 되어버리다니……. 미안, 아사히."
"……미나토 탓이 아니야. 아버님에게 맡겨두는 것보다는, 미즈호 님의 편이 아마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니까."
올해의 『만찬회』에서 한바탕 저지른 아버님에게 부탁할 바에야……. 미즈호 님의 의상을 입는 편이 낫다.
그렇게 생각하는걸로……. 나는 자신을 납득시켰다. 그래도, 미즈호 님.
……부디 프릴같은건 붙어있지 않는 의상으로 부탁드려요.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내가 방문하는 것으로, 저녁은 사쿠라코우지 가 쪽에서 준비해주었다.
……그저, 그 저녁을 만든 것이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이라는건 문제없는걸까?
"코쿠라 씨도 알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사모님은 그다지 식사에는 흥미가 없었던 분이에요. 그 사모님이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서방님의 요리기에."
"나는 남편의 요리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어. 다른 방문객이라면, 야치요의 지시에 따라 셰프를 부르지만, 아사히는 다르지. 남편의 요리를 만끽해줘."
"네, 네에."
솔직히 말해서 요리는 맛있다. 내 취향의 간이 제대로 되어있으니까.
……1년, 집안일에 열중했었지만, 지금의 나로는 만들 수 없는 맛이다.
역시 세월의 차는 크다. 이건 복식 쪽도 각오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기술을, 이 아메리카에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양식으로 삼아야지.
"그러고 보니……. 아사히."
"뭔가요?"
"『만찬회』때에 들었는데……. 사이카를 혼낸 듯하지?"
"네, 네에! 그 건에 관해서는 죄송합니다!"
"아냐, 질책하는게 아냐. 오히려 잘 혼내줬어."
"핫?"
어떻게 된 일일까?
틀림없이, 사이카 님을 혼낸 일로 주의를 받을거라 생각했는데.
"나도 남편도 사이카한테는, 조금 과보호라 말이지. 남편은 지금까지 사이카한테 그다지 강하게 혼낸 적이 없었거든. 그렇기는 커녕, 이번에 필리아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일본에 남겠다고 사이카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는, 남편은 자기도 일본에 가겠다고 말할 정도였지."
"엥?"
나는 무심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루나님이 말한 것이 옳았는지.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멋쩍은 듯이 웃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보호하는게 아닌가하고 생각해버렸다. 그래도, 나도 자신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소중히하려고 할거라 생각한다.
특히 사이카 님은 루나님과 같은 체질인 분이다. 그걸 걱정하고 있다면, 기분은 알지도 모르겠다.
"아사히. 너는 사이카와 아트레를 만났는데, 두사람과 만나서 어땠지?"
"……리소나 씨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저에게는 두사람이 자신의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확실히 혈연관계로 따지자면 부모이기는 하지만, 친척 사촌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뭐어, 그 정도겠지. 그러니, 사이카를 혼낼 수 있었던건가."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사쿠라코우지 씨도 유세이 군도 슬슬 간섭을 그만둘 때라고 생각해. 특히 이온 자식은 사이카 군과 아트레 씨를 너무 어리광부리게 하고 있어. 지난번에도 막 세워진 고층 맨션을 양도했다고 들었어."
아버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많이 주는 것은 아닌지?
고층 맨선이란건, 꽤나 액수가 들어갈 터.
그걸 간단히 양도하다니.
……혹시 사이카 님의 입학을 위해서인걸까?
"스루가 씨가 말한대로, 저도 사이카 님과 아트레 님에 대한 오오쿠라 군의 행동에는 고민스러워하고 있어요. 두사람을 소중히 생각해주는건 알겠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도를 넘은 면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사이카 님의 졸업 선물이라고 하면서, 세계에 50대밖에 없는 차를 선물했다고 들었을 땐, 머리를 감싸안고 싶어졌었어요."
……정말로 무슨 짓을 하는건가요 아버님?
조카콘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해요.
"나도 너무 어리광부리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번 사이카와 아트레의 일본행에 납득한거야."
"그래도, 역시 걱정돼. 사이카가 무리하지 않을지."
"남편. 그런 점이 반항기의 원인인거야. 좀 더 강하게 말해야할 때는 말해야하는거야. 실제로 아사히가 혼냈더니, 사이카는 반성하고 있었다고. 그래서 말인데, 아사히?"
"네."
"넌 왜 사이카를 혼냈지?"
루나님의 질문에 나는 굳어버리고 말았다.
……마, 말할 수 있을리가 없어! 나와 같이 여장해 종자가 되어 필리아 학원에 다니려고 한다는걸, 지금 이 자리에서 절대로 말 못해!
말한다면 사이카 님이 하려고 하는 일을 그만두게 하려 할 터.
아니, 루나님이라면 재밌어보인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야치요 씨는 확실히 화낼테고,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기절할게 틀림없다.
나도 그 때는 정말로 눈물이 멈추질 않았으니까.
"사, 사이카 님의 사생활이기에 말씀드릴 수 없어요."
"사이카 님? 코쿠라 씨. 당신은, 사이카 님을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건가요?"
"엥?"
뭔가 이상했었나?
나는 사이카 님을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고 들었지만, 곤혹스러워하는 야치요 씨의 모습에서 보기에,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있는걸까?
"네, 네에. 사이카 님에게 이름으로 부르라고 들었기에."
"……놀랐어요. 사이카 님은 기본적으로 사용인에게는 이름이 아닌, 도련님이라 부르게 하고 있는데요."
"예외는 야치요 정도지. 옛날에는 분명 이름으로 부르게 했었는데, 지금 정도가 되어서는, 가족인 우리들 이외에는 도련님이라 부르게 하고 있지."
"그랬었나요……. 그래도, 아마도 그건 제가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과 닮아서 그런게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코쿠라 씨는 여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서방님이라 착각하신걸까요?"
……조금 가슴에 통증이 달려왔어요.
역시, 여성으로 보였었군요. 그것만이 아니라, 가슴에 달린 통증이 약해져있는 것에도 의기소침해졌다.
이미 여성 취급에 익숙해지고 말기 시작한걸까? 그거에 익숙해지면 끝인 것만같은 느낌도 들지만.
"뭐어, 사이카가 아사히를 마음에 들어했다는 거겠지. 다행이네, 남편. 사이카도 아사히를 마음에 들어한 것 같아."
"기쁘지 않다구, 루나."
슬픈 듯한 목소리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냈다.
그렇겠죠. 기쁘지 않죠.
아들이, 여장하고 있는 상대를 마음에 들어하다니. 거기다가 그 상대가, 과거의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상대같은건.
……진짜로 기쁘지 않을뿐더러, 슬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되돌리겠는데, 뭐가 원인으로 사이카를 혼낸거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다른 사람을 혼내다니 어지간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 나도 그건 신경쓰여. 사이카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어, 어쩌지!?
루나님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얼굴은,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얼굴이다.
내가 혼낸 내용이, 그 정도로 신경쓰이는거겠지.
다른 면면들도 둘러보았으나, 모두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야치요 씨는 분명, 사이카 님의 일을 걱정해서.
스루가 씨도 신경쓰이는지, 나를 보고있다.
미나토는……. 안되겠다. 식사와 함께 나온 와인을 마시고, 자고 있다.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에 잠기며, 그 때의 대화 중에서 진짜 화제를 돌릴 수 있는 것이 없는지 생각한다.
……그렇지! 이거라면!
"어~ 그게, 이야기하는건 상관없지만요, 사이카 님을 혼내지 말아주시겠어요? 제, 제가 혼냈던걸로 반성하고 있으신 것 같으니까요."
"알았어. 네가 벚꽃 저택을 나온건 4개월도 전이니 말야. 이제와서 그 때의 일을 긁어낼 셈은 없어."
"그저, 어떤 이유로 혼냈는지 신경쓰이는 것뿐이니까, 사이카를 혼낼 생각은 없어."
"그럼,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그, 그 때 사이카 님은, 필리아 학원의 남자부 폐지를 멈추기 위해서, 리소나 씨 대신에 오오쿠라 가 당주의 자리에 앉으려고 생각해……. 루미네 님에게 결혼을 신청하려고 하셨어요."
움찔하고, 야치요 씨가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건 아무리 그래도……."
스루가 씨도 곤란한 듯이 시선을 방황하고 있다.
"사, 사이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위, 위험하다구."
루나님은 입주변을 일그러뜨리고,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다행이다! 리소나에게 이야기했을 때에, 루미네 님이 할아버님이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시는지 들었으니까, 이거라면 얼버무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잘 됐어!
……냉정히 생각해보니, 이쪽도 이쪽대로 큰일이었는걸.
그 때의 나는, 루미네 님에 대한 할아버님의 과보호를 잘 몰랐으니까, 리소나 입장으로 보고서 짜증이 났었지만, 루미네 님과 결혼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말도 안되는 일이다.
사이카 님……. 조금 더 위기 의식을 가져주세요.
"코쿠라 씨."
"야, 야치요 씨?"
굳어있던 야치요 씨가 부활함과 동시에, 나의 손을 소중하다는 듯이 양손으로 잡았다.
"당신이 있어줘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만약 사이카 님이 멈추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면, 사쿠라코우지 가는 끝나버렸을거예요."
"저, 저기. 제가 멈추지 않았어도, 루미네 님 자신이 어이없어하셨으니까, 처음부터 무리였다고 생각해요."
"아뇨! 설령 막았다고 해도, 사이카 님은 그 건을 반성하지 않으셨겠죠. 당신이 혼내준 걸로, 사이카 님은 잘못을 깨달으신거예요! 정말로 감사해요!"
……진심을 담아 내게 감사의 인사를 바치는 야치요 씨에게, 굉장히 죄악감을 느꼈다.
죄송해요, 야치요 씨! 사실은 루미네 님과의 결혼 건이 아니라, 다른 건으로 나는 사이카 님을 혼낸거예요!
게다가, 그 건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어요. 정말로 죄송해요!
"아사히. 나도 감사 인사를 하지. 사이카를 막아줘서 고마워."
"루, 루나님?"
마음 속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이, 루나님이 내게 머리를 숙였다.
그만둬주세요! 당신에게 머리를 숙여지다니, 정말로 빡세다구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마음 속으로 나는 몇번이나 루나님에게 사죄했다.
"나도 정말로 고맙다고 인사할게. 사이카를 혼내준거. 정말로 고마워."
이제 그만해~~!!
죄악감이나 죄송스러움으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아요!
"응? 왜 그래, 아사히? 갑자기 얼굴을 가리고는."
"……서, 설마, 루나님에게……. 이, 이렇게나……. 사, 사이카 님을 혼낸걸로……. 가, 감사받을거라고는……. 새, 생각도 못했기에……. 누, 눈물이……."
"아니, 과장된 이야기가 아냐, 코쿠라 씨. 너는 틀림없이, 사쿠라코우지 가를 구한거야. 솔직히 사이카 군도 어떻게 그런 위험한 수를 쓰려고 했었는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말 이외에 표현할 말이 없네."
"……그, 그렇게까지나 인가요?"
"분하지만, 은퇴했음에도 아직도, 오오쿠라 니치긴의 힘은 절대적이야. 나도 사이카가 하려고 한 일이 알려졌을 경우,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남편에게는 다시 한번 『코쿠라 아사히』가 되어 분발해줘야할 필요가 있겠지."
"이런 모양새로 되고 싶지 않다구. 그렇다기 보다, 되더라도 지켜낼 수 있을지 정말로 모르겠어."
눈물을 흘리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모습에, 나는 상황에 맞지 않지만 안심했다.
다행이다!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루나님의 졸업 후에, 『코쿠라 아사히』가 되지 않았구나!
……아니, 기뻐할 상황이 아니라구!?
리소나도 말했지만, 사이카 님! 당신은 어쩜 이리 말도 안되는 일을 하려고 하신건가요!?
이제와서지만 사이카 님이 하려고한 일에 공포를 느끼는 나에게, 팔짱을 끼고 있는 스루가 씨가 냉정히 분석했다.
"알려진 경우, 일단 사쿠라코우지 가의 거래처 전부에 오오쿠라 니치긴의 연락이 가, 거래가 끊기겠지. 아마도 그 때에는 아메리카 지부 담당인 내가 움직여지겠지. 나로서는 유세이 군 일가를 부수기는 싫으니까, 전 당주의 요청을 거절해버리겠지만. 그렇다면 다른 수라며, 다른 오오쿠라 가의 면면들에게 연락이 가겠지. 리소나 씨, 이온이나 앤서니도 듣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전 당주 공과 우리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버리겠지."
"큰일 정도의 소동이 아니에요. 모처럼 유세이 님이 단합시킨 오오쿠라 가가 붕괴해버려요."
"그것에 더해 원인이 된 사쿠라코우지 가는, 오오쿠라 가와 연결점이 있는 가문 전부를 적으로 돌리고 말지. 연결점이 일절 없어져버리면, 바로 어떻게 할 수도 없어져. 세계적 디자이너로서의 내 명성도 땅에 떨어지겠지."
"나는 이미 사쿠라코우지 가의 인간이니, 할아버님도 적이라고 생각해버릴지도 몰라. 지난번 때처럼은 흘러가지 않을거라 생각해."
……엄청나게 큰일난 사태가 되었다!
여기다 실은 사이카 님을 위해서, 루미네 님이 뒷사회와 연결점이 잇는 가문의 딸과 접촉하고 말았다는게 공공연해지면, 대체 어떻게 되는걸까?
……깊게 생각하지 말자. 이제 이왕 이렇게 된 거, 필리아 학원에 입학하고 여장해올 사이카 님을 전력으로 지켜봐야만 한다. 사이카 님의 정체가 들킬 것 같으면, 조사원의 권한을 사용해 원망을 받아도, 비밀리에 학원에서 추방시키자. 그 정도의 각오가 필요할게 틀림없다.
"……아사히가 혼내서 막아줘서 정말로 다행이야. 그저 남편. 이후로는 사이카를 혼내도록 하자. 과보호한 게 도를 넘친 결과, 하마터면 대참사가 될 뻔했어."
"으, 응. 그렇게 할게."
"정말로 부탁드릴게요, 사모님, 서방님."
……의기소침해지는 루나님,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야치요 씨의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실을 말 못해서, 죄송합니다!!
지쳤다. 정말로 이것저것 너무 많아서 지쳤다구.
저녁에 있었던 일이 끝나고, 나와 스루가 씨는 사쿠라코우지 가에서 나왔다.
루나님은 이미 늦었으니까 묵고 가면 된다고 말해주셨지만, 스루가 씨가 이후 아메리카에서 내가 살 장소가 될테니 안내해두어야한다고 말해, 사쿠라코우지 가에서 나왔다.
……분해하는 루나님과, 그걸 위로하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그리고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준 야치요 씨가,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미나토는 완전히 잠이 들어서, 그대로 사쿠라코우지 가에 묵는 일이 되었다. 지쳤겠지, 미나토도.
"코쿠라 씨. 여기야."
"엥? 여긴가요?"
차에 타서 스루가 씨가 안내해준 장소는, 고급이라고 한 눈에 알 수 있는 맨션이었다.
"저, 저기 저택같은게 아닌가요?"
"아메리카의 저택은 아버지가 살고 있어. 아버지는 미안하지만, 너를 환영하고 있지 않으니까, 만나면 어색해질거라 생각해."
"……그런가요."
역시, 오오쿠라 가 전체가 나를 환영하고 있는게 아니다.
여태까지 만났던 메릴 씨나 스루가 씨가 환영해준만큼, 조금 쓸쓸함을 느꼈다.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렇다기 보다는, 그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할 자격은 없으니까 말이지."
"어떻게 된 일인가요?"
"그 아버지……. 첩에게 아이를 낳게 했었거든."
"엥?"
"이름은, 『야마가타 다이에이』. 지금은 일본의 필리아 학원에 피아노과에 다니고 있어. 아버지는 인지할 생각도 없고, 모친 쪽도 놀고만 다니고 있으니까, 내가 데려왔어. 너와 같이 솔직한 아이니까, 리소나 씨는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몰랐어요. 리소나에게서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까요."
"아마도, 리소나 씨는 지금의 오오쿠라 가의 뒷사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거라 생각해. 솔직히 유세이 군이 노력해주었는데도, 오오쿠라 가는 변하지 않은 부분도 아쉽지만 있어. 그저 우리 세대가 너를 환영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안심해줬음 좋겠어."
"감사합니다."
부드럽게 웃는 스루가 씨에게, 나는 머리를 숙였다.
"자아, 방으로 안내할게."
스루가 씨에게 안내받아, 나는 맨션 안에 발을 들였다.
안내받은 맨션의 방은, 넓었다. 리소나가 빌렸었던 방보다도 넓을지도 모르겠다.
놓여있는 가구도, 질이 좋은 고급품이다. 주방도 겸비되어있어, 조리도구도 벚꽃 저택에서 쓰고 있던 것에 뒤떨어지지 않는 물품들이 전부 구비되어있었다.
무엇보다 기쁜건, 미싱을 시작으로 해 복식 도구들이 구비되어있다.
"마음에 들었니?"
"네! 저를 위해서 이렇게 멋진 방을 준비해주셔서, 감사의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그러니. 기뻐해줘서 다행이야. 내 방은 옆이니까,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불러줘. 내일부터의 사쿠라코우지 가로 오고가는 것도 내가 할테니까. 그저 시간만큼은 지켜줬으면 좋겠어."
"네, 네에……. 저기?"
"뭐니?"
"저기……. 일쪽은 괜찮으신건가요? 사쿠라코우지 가의 장소는 알고 있으니까요, 저 혼자서 직접 가도 괜찮은데요."
"상관없어. 리소나 씨에게서 네 일을 부탁받았고, 당분간은 해외에 갈 예정도 없어."
"그렇지만……."
"만약 신경 쓰인다면……. 그렇지. 내일부터 아침이랑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엥? 아침이랑 도시락말인가요?"
"그래. 저녁은 사쿠라코우지 가에서 먹게 될 것 같으니까, 아침과 점심만으로 괜찮아."
"……알겠어요. 더욱 정성을 들여서 만들겠어요!"
이런 걸로 답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루가 씨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힘내자!
"뭔가 리퀘스트가 있으시면, 전날 알려주세요."
"내일은 네게 맡길게. 그럼, 또 내일 아침에 봐."
"안녕히 주무세요, 스루가 씨."
"잘 자."
방에서 스루가 씨는 나갔다.
그걸 배웅한 나는, 방 안에 놓여있던 침대에 이동해 쓰러졌다.
"……지, 지쳤어."
정말로 지쳤다.
이렇게 혼자가 되니 전신이 지쳐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기뻤다. 세계는 다르더라도, 루나님과 야치요 씨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다시는 그 두사람과는 직접 만나 이야기할 기회는 없을거라 생각했으니까.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과도 마주 보았다. 지금껏 죄송스러움은 느끼고 있지만, 약해져 있을 때 때때로 품었던 질투의 감정은 없어졌다. 지금은 오히려 얼른 그의 복식 기술을 보고 배우고 싶다.
스루가 씨와 같은 친절한 사람과도 만났다. 그에게는 아메리카에 있는 동안, 신세를 지게 될테니 식사 이외로도 무언가 답례를 하고 싶다. 뭔가 좋은게 없을까? 예전의 나였다면, 셔츠같은걸 꿰메었을테지만, 지금의 나로는 무리니까.
무언가 좋은 선물을 일본에 귀국하기 전에 생각해, 스루가 씨에게 선물하자.
그저……. 역시 사이카 님이 여장해 필리아 학원에 다니는 것은, 비밀로 해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파리에서의 리소나의 허둥대는 모습으로부터 예상은 했었지만, 루미네 님은 꽤나 오오쿠라 가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할아버님의 딸이니까 당연하지만, 그 과보호하는 모습을 나는 무르게 보고 있었다.
루나님 일행의 모습으로부터 생각하면, 만약에 루미네 님에게 무언가가 일어나면 할아버님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상황은, 리소나를 믿고 직접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지."
리소나에게서도 이 이상,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건 위험하다고 주의를 받았다.
다행이도 내가 사이카 님을 혼낸 건은, 얼버무릴 수 있었다.
이 다음에는 내가 입 밖에 내지 않으면, 이대로 숨겨둘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어째서 사이카 님은 나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이라고 착각한걸까?"
이제와서지만 신경쓰였다.
오늘의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말로부터 생각하자면, 틀림없이 루나님이 졸업하시고 나서부터는 『코쿠라 아사히』가 되지 않았을 터다. 그렇다기 보다는, 나와 달리 될 필요성이 없다.
"그런데도, 사이카 님은 확실히 나를 『아버님』이라고 불렀어. 아트레 님이나 코노치요 씨는, 아니라고 말했었는데……. 뭘까?"
혹시나 사이카 님은 감이 날카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다면, 필리아 학원에서 만나도 거리를 벌려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내 탓으로, 모처럼 여장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들킨다면,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 면목이 없다.
가뜩이나 『만찬회』에서의 사건이나, 아사히의 모습인 내 탓에 꽤나 심려가 가득할 테니까, 이제부터 복식을 가르침받는 몸이다. 이 이상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좋아! 필리아 학원에서는 사이카 님과 거리를 두자!"
조금 쓸쓸하지만, 그게 서로를 위한 것이 틀림없어!
자아, 내일부터는 사쿠라코우지 가에서 복식 공부가 있으니까, 목욕탕에 들어간 다음 자야지.
내일부터 시작되는 1개월이 기대되는걸.
작가의 말
덧붙이자면 본편에서 말하는 미즈호의 의상이라는 건, 미즈호 루트에서 미즈호가 입었던 의상입니다.
그 의상을 입은 아사히를,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는, 요리로는 유세이가 한 걸음 리드하고 있으나, 그 이외의 집안일에서는 아사히 쪽이 위입니다.
번외
『루나님의 야망』
"완전히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어."
아사히가 드디어 와줬는데, 나와의 인연을 쌓을 기회가 적다.
"이것도 저것도 남편에 야치요. 그리고 오오쿠라 가 탓이야. 아사히의 메이드복 모습을 얼마나 내가 기대했다고 생각하는거야!"
젊은 아사히의 메이드 모습이란건, 보고 싶은게 당연한건데!
아니, 남편의 밤 메이드 모습도 최고이긴 하지만, 그 여성스러움이 늘어난 아사히도 최고야!
그렇기에, 메이드 모습을 보고 싶은데! 물론, 지금의 여성의 모습도 그건 그것대로 멋지지만.
"역시 아사히라 함은 메이드복이라고! 그런데, 그 메이드복 모습을 볼 수 없다니! ……이렇게 된 참에, 어쩔 수 없지."
나는 집무실의 책장 앞에 이동해, 한 권의 책을 들었다.
그 안에 숨겨두었던 스위치를 눌렀다.
동시에 책장이 움직여, 숨겨진 금고가 나타났다.
"……소중한 추억이지만, 그 아사히라면."
금고 안에 있는 것은, 남편에게도 비밀로 찍어두었던 아사히의 사진이 담겨진 앨범.
오옷! 역시, 이 앨범을 보니 마음이 떨린다. 오늘 밤에라도 남편을 귀여워해주고 싶어지지 않은가!
아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앨범이 아닌, 금고 안에 앨범과 함께 들어있는 트렁크 쪽이다.
"……좋아. 손을 봐두었으니 해지지는 않았군."
남편도 야치요도, 이것은 모를 터다.
"나나이의 보고대로라면, 그 아사히는 메이드복을 입지 않으면 복식을 할 때 진정하지 못할테지. 그렇다면, 이걸 넘겨주면."
요는, 내가 아사히에게 입히려고 하니까 문제인 것이다.
그렇담, 반대로 아사히 자신으로부터 입으면 문제는 없어진다.
정말 사랑하는 남편과, 정말 사랑하는 애인이 한번에 손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이 찬스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아사히는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겠어.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어 보이겠어."
노리고 있는 상대는 많다.
적어도 리소나와 오오쿠라 스루가는 틀림없이 노리고 있다.
달리 노리는 자가 나타나겠지. 뭣보다 아사히는 천연스레 사람을 유혹하는 사람이다.
유혹당한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걸 입게 하겠어. 기뻐해줘, 아사히."
이것을 입는 아사히를 머릿속에 띄우면서, 나는 트렁크 속을 쳐다보았다.
남편이 『코쿠라 아사히』로서 입고 있던, 벚꽃 저택의 메이드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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