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이번화부터 2월편입니다!
꽤나 다난했습니다.
애프터애프터의 루나님으로 갈까, 아니면 소녀이론 쪽의 루나님으로 갈까 고민하다, 이런 모양으로 해보았습니다.
2월편
2월 초 (유세이 side) 1
side 유세이
프랑스의 파리.
예전에 이 땅을 떠날 때에는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떠나는 것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고작 1개월이지만, 파리에서의 생활은 즐거웠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나는 기뻤다.
"아사히 씨."
공항의 로비에서, 나는 1개월간, 아틀리에를 빌려준 메릴 씨와 작별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메릴 씨. 이것저것 감사했습니다. 어제까지의 메릴 씨와의 복식 공부는 정말로 즐거웠어요."
"이쪽이야말로 즐거운 매일이었답니다. 또, 파리에 왔을 때에는 와주세요."
"네. 파리에 왔을 때에, 반드시 메릴 씨의 가게에 들르도록 할게요."
나와 메릴 씨는 재회의 약속을 맺었다.
반드시 다시 파리에 오자. 그 때에 나의 복식 솜씨를, 다시 한번 이 사람에게 보여주도록 하자.
서로 미소를 띄우며 악수를 하고 있자, 미나토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리소나가 다가왔다.
"아사히. 아메리카에서는 조심해주세요."
"알고 있어요, 리소나 님."
"……이제는 좀, 저한테 님자 붙이는건 그만뒀음 하는데요. 당신은 이제 사용인이 아니라구요. 오오쿠라 가의 일원이라구요."
"죄, 죄송합니다. 어떻게 해도 버릇이 돼서 무심코."
"메릴 씨는 씨자 붙이면서, 어째서 저는 님자냐구요."
미안, 리소나.
아사히로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높은 사람 상대라고 생각하면 님자가 붙어버리고 말아.
메릴 씨한테서는 높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까 씨자를 붙여 부르고 있지만, 리소나에게는 사용인으로서 모셨던 적이 있었으니까. 유세이라면 편하게 부를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부르면, 그대로 어조가 유세이가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미안하지만 내가 익숙해질 때까지 감안해줘.
"미나톤에게도 부탁해두었지만요, 진짜로 긴장을 늦추지 말아달라구요. 솔직히 찜찜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괜찮다구요, 리소나……씨. 루나님은 저를 그대로 저택에 놔두려고 하지 않을거예요."
"무르다구요, 당신은. 루나춈의 아사히에의 집착심을 모르니까. 아~, 어째서일까요. 배고픈 호랑이의 굴에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 사슴을 보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미나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하핫……. 노, 노코멘트로 부탁해."
미나토, 그것만으로도 불안해진다구.
그렇게나 이 세계의 루나님의 아사히에의 집착심은 엄청난걸까?
그래도, 이전에 전화로 이야기했을 때는, 그런 느낌은 안 받았는데.
그 날, 그리운 사람들과 재회하여, 이 세계의 루나님과, 그리고 사쿠라코우지 유세이님과 대화한 때의 일을 나는 뇌리에 떠올렸다.
"……오래간만이네요, 루나님."
각오는 했을 셈이었다.
그렇지만, 목소리가 떨리는걸 숨기는 것은 할 수 없었다. 주위에 있는 미나토 일행도, 내 모습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설마하니 목소리만이 아니라, 몸도 떨리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사히. 나는 너와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이야.』
"……네, 루나님."
『……너의 사정은 사샤한테서 듣고, 이요에게 확인해 파악해뒀어.』
"루나님……. 야소시마 메이드장이 제 일을 숨기고 있었던건, 제가 부탁해서예요. 그러니까, 부디 그 건으로 야소시마 메이드장을 질책하는 것만큼은 그만둬주세요. 만약 벌이 필요하다고 말하신다면……. 제가 벌을 받겠어요."
『아니, 벌을 줄 생각은 없어. 확실히 이요가 네 존재를 숨기고 있었던건 놀랐지……. 그리 말하기보다는 멍해졌었지만, 네 정신상태가 거기까지 내몰려있었기에 있었던 판단이야. 그녀에게 어느 처분도 내릴 예정은 없어.』
"감사합니다, 상냥한 루나님."
아아, 세계가 바뀌어도 이분의 상냥함은 변하지 않은 것에 안심감을 느꼈다.
실감이 솟아올라왔다. 지금, 나는 세계는 달라도 경애했던 루나님과 대화하고 있다는 실감이.
그렇지만, 이 실감에 젖어서는 안된다. 전화 너머의 루나님은, 내가 경애한 루나님과는 다른 사람이니까.
"그래서……. 오늘은 어떤 용건으로 전화를 주신건가요?"
『흠, 그럼, 솔직히 말하도록 할까. 아사히, 너와 직접 만나 이야기가 하고 싶어. 아메리카의 저택에 와주지 않겠어?』
"이야기……말인가요?"
『그래. 사샤나 이요에게서 사정은 들었지만, 역시 너와 직접 만나 다시금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알겠습니다."
나 자신도 한번 루나님에게, 만나야만한다고 생각했었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아사히를 둘러싸고 오오쿠라 가와 사쿠라코우지 가가 다툴 가능성이 있는 듯하다.
4월에는 필리아 학원에 입학해야만 한다. 사이카 님의 일도 있으니까, 그다지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말하기보다는, 돌고 돌아서 자칫 사이카 님이 여장해 필리아 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이 루나님이나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 알려지는 건 좋지 않다.
특히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내 건으로 상당히 정신적으로 괴로운 꼴을 당했다. 거기에 더해, 아들이 자신과 같이 여장해 학원에 입학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이번엔 기절로는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도 들었을 때에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으니까, 어느 정도 요양 기간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내 건으로 민폐를 엄청 끼친만큼 만나면 반드시 사죄하려고 생각했었으니까, 내쪽에서 만나러 가야하는 게 맞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에, 나는 놀랐다.
그렇게나 만나는 걸 두려워했었는데, 지금은 내쪽에서 만나러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렸으니까.
전화 너머에 있는 루나님도, 살짝 놀란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호오……. 과연, 영국의 때와는 다르게 우리들에게서 도망칠 생각은 없다는건가.』
"……그 때는 죄송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의 저로서는 분명 당신을 만나면 의지하고 말아버릴 것 같았어요. 그건 제가 경애하는 루나님과, 당신에게 대한 굴욕이라 생각했었어요."
『……확실히 나도 네 사정을 알기 전에는, 너와 나의 아사히를 혼동하고 있던 부분이 있었지. 그렇지만, 이번엔 새로이 관계를 맺고 싶다고 생각해. 그걸 위해서라도 아메리카에 오게 해서 이야기가 하고 싶어.』
"……가는건 상관없습니다만, 리소나 님의 휴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그, 그건 지금부터 얼마 정도지?』
"앞으로 20일 정도가 되겠네요."
『2, 20일인가……. 바로 만나고 싶지만……. 역시 그건 내 고집인가. 응, 알았어. 그 때까지 너를 맞이할 준비를 해두지.』
"감사합니다, 루나님."
마음 속 깊이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어떤 형태가 되던간에, 당신을 만날 기회가 있는거군요.
그러고 보니.
"저기……. 무례한 부탁입니다만, 거기에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있으신가요?"
『남편이라면 내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어. 야치요도 말이지.』
"……그럼, 유세이 님에게 전화를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알았어.』
전화 너머에서 전화기가 건네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정해. 솔직히 심장이 두근두근대고 있지만, 마주봐야만 하는 상대야.
『……어~그게, 처음 뵙겠습니다로 괜찮을까?』
영국에서도 들었던 목소리에, 숨이 턱 막힐 것 같아졌다.
지금, 전화 너머에는 틀림없이, 내가 뛰어넘으려고 했던, 이 세계의 나인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이 있다.
"그, 그러네요……. 이상한 느낌이긴 하지만요……. 처음 뵙겠습니다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저는……. 아뇨, 나는 오오쿠라 유세유. 다른 세계에서의 당신이에요."
『……너의 일을 들었을 때는 놀랐는데, 너는?』
"네. 7월에 정체가 들키고 말아서, 나는 벚꽃 저택에서 쫒겨났어요."
『……괴로웠어? 아니 아니지. 괴로웠지.』
"네. 당신도 알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벚꽃 저택에서의 나날은 행복한 나날이었어요. 그 나날이 줄곧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죠. 그러니까, 그 나날을 계속 보내며, 루나님과 맺어진 당신의 일을 알았을 때는……. 질투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했어요."
처음에 대화하는 것이 전화라 다행이다.
직접 만났다면, 죄악감으로 분명 지금부터 말할 일을 전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사죄는 직접 만났을 때에.
지금은…….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서 루나님이 입었던 의상을 봤을 때, 나는……. 당신에게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말았어요. 나로서는 저런 의상 만들 수가 없어. 그러니까, 복식의 꿈도 버리고 코쿠라 아사히가 되는 것으로 도망쳤어요. 당신이랑 비교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
"그래도, 얼마전에 리소나에게 당신이 그 의상을 만들게 된 경위를 듣고……. 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도망쳤을 뿐인 저와 다르게, 당신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나갔어. 정말로 마음 속 깊이 분하다는 감정으로 한가득이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도전해서 뛰어넘으려고 생각해, 다시 복식을 시작하게 됐어요."
……자신이 말해두고서 이상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지금의 나의 거짓없는 감정이었다.
『……다행이다. 다시, 복식을 시작하는거구나? 정말로 다행이야.』
무심코 쓴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마음 속부터 안심하고 있다는 것이 알 수 있는 목소리와 기쁨이 넘쳐나고 있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사쿠라코우지 유세이라면, 아니, 나라면 분명 같은 말을 말했을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역시, 이상한 느낌이네요."
『응. 확실히……. 그래도, 너는 내가 아니야.』
"네, 당신은 내가 아니야."
같은 길을 나아갔음에도, 우리들의 길을 달랐다.
그 시점에서 사쿠라코우지 유세이로는 나는 될 수 없다. 분명 이후에도 때때로 그에게 질투를 하고 마는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더 이상 나는 도망치지 않아. 다시, 걸음을 멈출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아.
반드시 앞으로 보고 걸어가겠어.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을게.』
"그 때에는 죄송하지만……. 코쿠라 아사히로서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해요. 정말로 죄송하지만요."
이것만큼은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여장 모습의 자신은 흑역사의 한 종류겠지. 하지만, 나는 코쿠라 아사히를 당분간 그만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말로 직접 만났을 때는 반드시 사죄하자. 그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
『가, 각오는 해둘게……. 그리고, 듣고 싶은데, 『만찬회』에서 형님이 했던 일을 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몰랐어요……. 나중에 듣고 나서, 기절할 것만 같았어요."
『그, 그치. 형님도 참 사전에 알려줬음 좋았을텐데.』
"저, 저기 그다지……. 아버님에 대해서 화나지 말아줬음 좋겠어요. 그 때의 나는, 당신과 만날 용기가 없었기에……. 그걸 배려해준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마도지만요."
『아버님이라니……. 아아, 너는 그 시절의 7월 경까지의 형님밖에 몰랐지. 그럼.』
"네, 어떻게 해도 내가 알고 있는 형님과 그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서요. 입장도 있으니까, 이후에도 아버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
"아뇨. 그건 아버님이 나 자신을 봐줬을 때에 알려준다고 약속하셨으니까요. 그 때에 아버님 자신의 입에서 들을게요."
아버님이 변했던 사건의 당사자인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에게 물어보면, 당시의 일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버님의 입에서 듣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다. 그러니까, 그의 입에서 들을 생각은 없다.
『응. 알았어. 형님은 간단히 인정해주지 않을거라 생각하니까……. 힘내.』
"힘낼게요. 의욕 망고스틴이에요!"
우리들은 서로 웃었다.
그렇게나 대화하는 것이 무서웠는데, 이렇게 전화 너머라고는 해도,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이런 기분을 품게 되도록 해준 리소나에게는, 감사의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럼 아메리카에서.』
"반드시 만나도록 해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다시 루나님이 바꿨다.
『그럼, 아사히. 나도 아메리카에서 너를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을게.』
"네, 루나님. 반드시 갈게요."
『응. 그럼.』
전화가 끊겼다. 동시에 기분좋은 만족감이 가슴에 솟아올라왔다.
갑작스러운 모양새였지만, 루나님과, 그리고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과 대화하는 것이 가능했었던 게 즐거웠다.
조금 전의 나였다면 분명 무리였겠지. 그래도, 지금은 그분들과 마주 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확신이 솟아올라왔다.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에 젖고 있자, 미즈호 님이 내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잡아주었다.
"미즈호 님?"
"미안해, 아사히. 나, 당신을 마음 한켠에서, 내가 알고 있는 아사히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어."
"저, 저기 미즈호 님? 저를 만져도 괜찮으신건가요?"
"응. 이제 그 시절과 다르게 남자한테 만져져도 괜찮아."
"다행이에요."
"그래서 아사히. 나도 이제부터는 당신 자체를 보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요. 나와 친구가 되어줘."
"아, 아뇨, 저기 지위가 다르니까요."
"아니야. 지금의 당신은 사용인이 아니니까. 나와 친구가 되는건 애초부터 할 수 있어."
"아……."
듣고보니 깨달았다.
확실히 나는 더 이상 사용인이 아니다. 아사히로서도 말이다. 오오쿠라 이온의 아이라는 입장에, 지금의 나는 있는거니까.
하나노미야 가의 미즈호 님과 친구가 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것 봐, 이것만으로도 내가 아는 아사히와는 다르잖아. 그러니까, 아사히."
"……감사합니다, 미즈호 님."
"님자는 필요없는데."
"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감안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지금 바로 미즈호 님을 가볍게 부르는건, 내게는 무리다.
루나님 정도는 아니지만, 내게는 미즈호 아가씨한테도 속이고 있었다는 죄악감이 있으니까.
"가, 가능한 한, 빨리 부를 수 있도록 할테니까요."
"응!"
미즈호 님은 기쁜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역시 이분이 내가 아는 미즈호 아가씨가 성장한 모습이라고 느꼈다.
천천히 미즈호 님에게 이끌려, 나는 마루에서 일어났다.
"미즈호 님이 인정하셨다면, 내가 뭐라고 할건 없지."
"호쿠토 씨."
"그저, 나는 거짓말을 싫어해서 말야. 사정이 있다고는 해도, 이후에도 성별을 속여야만 하는 너를 친구로서 인정할 순 없어."
"……네."
각오는 하고 있었다.
나의 정체를 알고 받아들여준 사람도 있겠지. 그리고 받아들여주지 못한 사람도.
호쿠토 씨는 받아들여주지 않은 쪽이었다.
……슬프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럼에도 나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달라고 부탁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결의해 입을 열려고 했다.
"호쿠토 씨, 뻔뻔한 말이지만……."
"뭣보다 너의 지금 입장은 오오쿠라 이온의 딸이라는 입장이기도 하니까, 나따위 종자가 친구로 있는건 좋지 않지."
"……엥?"
"네가 그 더러운 문명인과 같은 입장이 되어버린 건 아쉽지만, 너도 좋아서 거짓말을 말하는 건 아니잖아?"
"네, 네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를 자르고 남자로, 유세이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지만, 오오쿠라 가의 분들에게 아사히로서 오오쿠라 가의 일원으로서 인정받아버린 탓에, 유세이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있을 곳을 만들어준 아버님에게는 감사의 말밖에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남자로 소개해줬음 했다.
"네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여장을 했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어. 그러니까, 나도 네 지금의 입장으로 대하는 편이 나을거라고 생각해."
"호쿠토는 여전히 성실하다니까."
"아뇨, 기뻐요."
지금의 내 입장을 생각해 행동해주는 호쿠토 씨에게는 감사의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저 그 위치를 생각하니 굉장히 고민이 된다.
그다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지금의 내 입장은 아버님의 딸이란 말이지.
지금까지 사용인으로서밖에 사람과 접촉하지 않아본 내게, 루나님이나 리소나와 같은 아가씨 연기가 가능할까?
아냐, 그것보다도 무엇보다 나는 남잔데.
갑자기 고민하기 시작하는 내게, 호쿠토 씨가 이야기를 재개했다.
"지금부터 계속 고민할 네게, 이 말을 바치지. 『분노는 힘을 낳는다. 허나 그 힘으로는 버팔로를 쓰러뜨릴 수 없다. 용서는 자신의 의지를 굽힌다. 허나, 그 힘은 대지도 흔들 수 있다』."
"좋은 말이네요."
"그리고 이 춤도 바치도록 하지. 아와와와와와와! 포우!"
"멋진 춤이네요."
춤을 추기 시작한 호쿠토 씨를 나와 미즈호 님은, 즐겁게 지켜봤다.
그런 나의 어깨를, 미나토가 두드려왔다.
"아하하하핫, 아사히……. 나는 조금 기다려줘. 가능한 한 아사히와 유우쵸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고 싶으니까."
"미나토……."
쓴웃음을 짓는 미나토의 모습에서, 나는 눈치챘다.
그렇다. 미나토는 내가 좋다고 말했었다. 그래도,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루나님과 결혼했다.
즉, 미나토는…….
"앗, 그 면목이 없다는 듯한 눈은 그만하라구. 루나와 유우쵸 일은, 나도 제대로 납득했고, 지금은 좋은 추억이 되어있으니까."
"미, 미안!"
"뭐어, 아사히도 알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응, 나 차여버렸어. 아, 그치만, 그 감정을 아사히한테 향하진 않을거니까. 유우쵸는 유우쵸. 아사히는 아사히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할테니까……. 그러니까, 자."
미나토는 내게 손을 내밀어왔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 잘 부탁해, 아사히."
"고마워……. 미나토."
내밀어온 손을 나는 마주 잡았다.
정말로 벚꽃 저택에 있던 사람들은, 세계가 달라도 좋은 사람들뿐이다.
……응?
"미나토 님과 손을 마주 잡고 있어? 역시 오오쿠라 유세이는 나나이의 적? 아냐, 아직 몰라. 그래도, 미나토 님에게 불순한 행위를 하려 한다면……. 각오는 되어있겠지? 오늘은 기절시켜서 옮기는 걸로 그쳤지만, 다음엔 기절로는 그치지 않는다고 이 찌질아!"
이 사람만큼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다.
파리에 미나토가 있는 사이에는, 그다지 만지거나 하는 접촉은 삼가자.
미나토가 먼저 그렇게 할 것 같아서 무섭지만!
"그, 그러고 보니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역시 저를 찾아냈으니까 돌아가시는건가요?"
"아니, 그게 말야. 설마, 이렇게나 빨리 찾아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기간이 아직 남아있단 말이지. 나중에 루나한테 확인해보겠지만, 아마도 아사히를 데려오라고 들을테니까, 이쪽에 아직 남을거라 생각해."
"나도. 지금은 진정됐으니까, 파리에 남아서 아사히와 우정을 깊게 다질 수 있어."
"조아써! 그럼, 내일은 모두 다 같이 파리를 관광하자구!"
"즐기고 오세요."
"아사히도 가는거야!"
"……죄송해요, 미나토 님. 정말로 지금의 저에게는 관광을 즐기고 있을 여유따윈 없어요."
"후에,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어두워진 내게, 미나토가 질문해왔다.
나는 자신의 현재의 복식 기량을 설명했다. 방 안에 있던 전원이,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 진짜야?"
"……네. 리소나 님한테서도, 필리아 학원에 입학했을 적의 미나토 님보다는 낫다고 들었지만, 자신이 봐도 너무하고 볼품없어졌어요."
"아사히가 그런 일이 되어버렸었다니."
"어쩔 수 없습니다 미즈호 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고생하지만, 반대로 잃는 건 빠른 겁니다. 특히 아사히는 지금 다르지만, 약해져 있을 때는 진심으로 복식을 버릴 셈이었겠죠."
"대신에 능숙해진 게, 여장의 솜씨라니. 진짜 기분나빠."
모두에게 한마디 들은 나는, 방 끝편에 이동해 그대로 무릎을 끌어안고 주저앉아버렸다.
"역시, 나따윈……."
"어두웟!? 엥? 정말로 이게 유우쵸와 이야기하고 있었던 때의 아사히? 의욕 망고스틴이라고 말했었지?"
"아직도 정신이 불안정한 부분이 있는 거겠죠. 자신감이 붙으면 회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아사히. 내일부터 나도 복식 공부를 도와줄게!"
주저앉아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며, 미즈호 님이 미소를 띄우며 말해왔다.
"그, 그렇지만, 미즈호 님. 모처럼 일이 마무리되었는데, 느긋히 휴가를 즐기시는 편이 나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친구가 곤란해하고 잇는데, 관광따위 못해. 아사히에게는 활기차게 있어줬음 하고."
"그럼, 나도 도울게. 소품같은건 특기기도 하고."
……설마, 미나토에게 복식을 배울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두사람의 협력은 도움이 된다. 메릴 씨도 가르쳐주고는 계시지만, 아무래도 메릴 씨는 자신의 이미지를 상대에게 전하는 것이 껄끄러운 것 같다.
들은 이미지와 메릴 씨가 전하고 싶은 이미지가 다른 일이 있어서, 곤란했던 적도 있었다. 기술이 녹슬기 전의 나였다면, 메릴 씨의 이미지를 캐치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로는 무리다.
리소나는 디자인이 전문이라는 듯해, 패턴같은건 기초밖에 가르쳐주지 않았다. 거기다 얼마나 고스로리로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있어도, 리소나의 본업은 오오쿠라 가 쪽이다.
그래도, 눈앞에 있는 두사람은 다르다. 미즈호 님은 지금은 기모노 디자이너로서 활약하는 듯하다. 미나토도 루나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미즈호 님은 말할 것도 없고, 미나토도 적지 않게 복식에 지금도 관련되어있을테지.
미즈호 님과 미나토도 협력해준다면, 빨리 나도 복식의 솜씨를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두분. 이 답례는 반드시 하겠습니다."
"그럼, 나는 아사히의 수제 요리와, 내가 그린 디자인의 모델을 부탁해도 될까?"
"요, 요리는 어찌 됐든……. 모델인가요?"
"응. 실은 학생이었을 적에, 어떻게 해서든 아사히한테 입혀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린 작품이 있어. 하지만, 루나 일도 있었으니까 부탁하기 어려워서."
"앗! 그 작품 말하는거지! 미즈호, 아직 소중히 갖고 있었구나!"
"응! 그도 그럴게, 그건 아사히한테 입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옷이니까!"
"……알겠어요. 어, 어떤 옷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미즈호 님이 그걸 바라신다면……. 이, 입어볼게요."
"정말!?"
눈을 반짝이면서 미즈호 님은 내 손을 붙잡았다.
그렇게나 나라고나 할까, 아사히에게 입혀보고 싶었던걸까?
노출이 적고, 부끄럽다고 생각할 것만 같은 의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래도, 미즈호 님은 분명, 아이돌을 좋아하는 분이셨으니까. 불안한걸.
"저기, 그래도 입는건 미즈호 님 앞에서만으로 부탁드려요. 아무리 그래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부끄러우니까요."
"물론이야! 사실은 많은 사람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지만, 아사히에게도 사정이 있는건 아니까. 그래도, 사진만은 찍게 해줘?"
"……네."
"에~, 나도 보고 싶은데. 그럼, 내게로의 답례는 그거랑, 미즈호랑 같이 아사히의 수제 요리로 부탁해."
여기까지 왔으면 각오를 다지자.
이 이상 보는 사람이 늘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문득 무언가 중대한 일을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뭔가 중대한 일을. 잊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 나는 사태가 되어버릴지도 모를 정도로 소중한 일이, 내게는 있었을 터다.
대체 뭔가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
표시된 번호를 본 나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떠올렸다.
머뭇머뭇 버튼을 누르고, 휴대전화를 귀에 댔다.
"여, 여보세요?"
『……작은오빠. 각오는 되어있겠죠?』
나의 여동생은, 엄청나게 화가 나있었다.
그 후엔 큰일이었다. 화난 리소나의 기분을 어떻게든 풀고, 사정을 설명하고, 아메리카 행을 설득했다.
당초에, 나의 아메리카 행을 리소나는 완고히 반대했었으나, 일본에 돌아가면 함께 사는걸로 허락해주었다.
오오쿠라 본가의 저택에 살게 될지도하고 각오했었으나, 함께 살게 해주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 리소나가, 필리아 학원 근처의 맨션에 살 수 있게 수배를 하는 일이 되었다. 저택은 어떤지하고 물어보니, 리소나가 말하기엔, 거기는 자신의 집이라는 느낌이 없는 듯하다.
실제로, 본가의 저택에는 할아버님과 새로운 할머님, 그리고 루미네 씨가 살고 있다. 현 당주라고는 해도, 리소나로부터 보자면 다른 사람 집에 살고 있는 듯이 느껴졌겠지.
그 후로부터의 매일도 즐거웠다. 미나토, 미즈호 님, 호쿠토 씨, 나나이 씨도 더해 메릴 씨의 아틀리에에서의 복식 공부는 즐거웠고, 도중에 유르슈르 님과 사샤 씨가 만나러 와주었다.
아무래도 미즈호 님이 연락하신 듯, 나를 보고 엄청 놀랐었다.
사샤 씨한테서 듣지 않았냐고 의문스러워 했지만, 아무래도 내 일은 숨겨주고 있었던 듯하다.
본인은, 유르슈르 님의 놀라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역시 모두 지금의 생활이 있다. 미즈호 님과 호쿠토 씨는 1주일이 지나자 일본에 귀국하고, 나나이 씨도 아메리카에 돌아갔다.
……돌아갈 때에 감정이 없는 눈동자로, 『미나토 님에게 손을 대면 죽인다』고 들었을 때는 정말로 무서웠다.
미나토만큼은, 루나님에게서의 지시로 나를 아메리카에 데려가기 위해, 파리에 남았다.
"뭐어, 괜찮을거라고 생각해, 리소나. 저쪽의 아사히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야치요가 지휘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
"그 사람인가요. 뭐어, 루나춈이 지휘하는 것보다는 신뢰할 수 있겠네요. 아사히의 숙박처도, 아메리카에 있는 오오쿠라 가의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을 했으니까요."
"어라? 사쿠라코우지 가가 아닌건가요?"
"그러니까, 그거야말로 배고픈 호랑이에게 새끼 사슴을 주는 것과 같은거라구요. 뭐어, 그 사람도 그 사람대로 걱정되는 면은 있지만요, 아사히가 아메리카에 온다면 부디 집에 와줬음 좋겠다고 말했었거든요."
"어떤 분이신가요?"
"옛날에는 오오쿠라 가 내에서의 큰오빠의 라이벌이었지만요, 지금은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에요. 적어도 루나춈에게 아사히를 넘겨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와 동의견이니까 신뢰는 할 수 있어요."
"오오쿠라 가 내에서의 아버님의 옛날 라이벌……."
그런 사람이 있었구나. 어떤 사람일까?
그러고 보니, 나는 결국, 지금껏 오오쿠라 가의 사람들 중 얼굴을 알고 있는건 메릴 씨와 루미네 님뿐이다.
이렇게 될 거였다면, 리소나에게 부탁해서 오오쿠라 가의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라도 보여달라고 할 걸 그랬다.
후회하고 있자, 비행기의 승선 시간의 어나운스가 흘러나왔다.
나는 발밑에 두었던 짐을 주워들고, 메릴 씨와 리소나한테서 돌아섰다.
"그러면은 메릴 씨, 리소나 씨. 다녀오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또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정말로 조심해주세요. 저는 일본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반드시 돌아와달라구요."
"네. 그럼 미나토 님."
"응. 갈까."
나와 미나토는 나란히 걸어가, 비행기의 승선구로 향했다.
승선구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메릴 씨와 리소나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두사람도 흔들어주었다. 가슴 속에 따뜻한 것이 채워졌다.
이 감정이 있다면, 나는 더 이상 그분에게서 도망칠 일은 없다.
가자. 그분이, 이 세계의 루나님이 살고있는 나라. 아메리카로.
작가의 말
다음화는 드디어 그분의 정체 (다 들켰지만) 이 판명!
번외
『아사히와의 대화 후의 아메리카의 사쿠라코우지 가』
"후우, 아무래도 코쿠라 씨는 활기를 되찾아준 것 같네요. 한때는 어찌될까하고 생각했어요."
"야치요 씨. 걱정하셨으니까요."
"걱정이라고나 할까, 정신적인 피로라고나 할까……. 사샤 씨한테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로 놀랐어요. 저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코쿠라 씨가 자살이라도 하면 어쩌지하고, 정말로 정신이 없어져서……. 정말로 활기를 되찾아서 다행이에요."
"……."
"왜 그래, 루나?"
"아니……. 조금 복잡해서 말야. 그 아사히가 활기차게 된 것은, 리소나 덕분이지.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도와주고 싶었어."
"그건……."
"알고 있어, 남편. 분명 나한테는 무리였지. 배알이 꼬인지만, 오오쿠라 이온의 수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형님의 양자 들이기를 인정하는거구나!"
"그거랑 이거는 다른거야."
"엥?"
"아사히의 성이 오오쿠라가 되는 것따위, 역시 인정 못해. 지금이라도 사쿠라코우지 아사히로 할 수 없는지, 설득해야해. 상황에 따라서는, 남편이 숨겨둔 아이로 인정시키는 것도 생각해……."
"사모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인정할 수 없어요. 지금도 오오쿠라 가의 분들 중에는, 용모의 건으로 코쿠라 씨와 서방님의 관계를 의심하는 분도 있으시잖아요. 사쿠라코우지 가의 이름에 상처가 나는 일은, 이 야마부키 야치요가 용서할 수 없어요!"
"허나, 야치요!"
"허나가 아니에요! 오오쿠라 군에게 연락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무리되는대로 코쿠라 씨와 서방님과는 일절 무관계라 오오쿠라 가의 분들에게 전해두도록 부탁해두었어요!"
"그럴수가!? ……그렇게 되면 아사히를 당가로 맞이하는게 불가능해지잖아!?"
"하아~, 역시 그런 일을 생각하고 계셨군요. 코쿠라 씨의 숙박처도 당가가 아닌, 오오쿠라 가의 분이 하도록 수배해두겠어요. 그리고, 코쿠라 씨가 와도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으라고 부탁해서는 안되니까요."
"야치요! 나를 어디까지 슬퍼하게 하는거야! 아사히의 메이드 모습을 볼 수 있는걸, 얼마만큼 내가 기대했을거라고 생각해……."
"야치요 씨."
"남편! 함께 부탁해줘……."
"감사합니다! 저도 협력할게요!"
"네, 서방님도 진짜로 부탁드릴게요. 머리가 아파지지만요, 코쿠라 씨는 오오쿠라 가에서 확실하게 신변이 보증되어있으니까요. 그런 분에게 메이드복을 입혀 사용인으로서 취급했다는게 알려진다면, 정말로 큰일이 되어버려요. 사모님의 폭주를 둘이서 막도록 해요."
"네!"
굳게 야치요와 사쿠라코우지 유세이는 맹세했다.
그 바로 옆에서, 사쿠라코우지 루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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