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오래간만에 후기에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용은……. 아마도 신경쓰이실 그녀에 관해서입니다.
번역가의 말
작가의 말에는 저렇게 쓰여있지만 내용이 너무 길어져 외전으로 분리되었습니다. 이 다음 2개 화는 정체를 들켜 쫒겨난 오오쿠라 유세이 세계선의 혼자 남겨진 [리소나의 일기] 전편과 후편으로 뵙겠습니다.
4월 초 12
side 사이카
둘쨋날부터, 혼자서 등교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학원에 도착해……. 중대한 사실을 떠올리고는 머리를 감싸쥐고 싶어졌다.
잊고 있던 중대한 사실. 나는 아직…….
코쿠라 씨에게 여장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극복하지 못했었다!?
주인인 에스트가 곁에 있으면, 지금의 나라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에스트는 오늘은 없다. 즉, 나는 혼자서 코쿠라 씨를 만나야만 한다.
……무리다.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또 기절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코쿠라 씨가 오기 전에 교실에 갈 수 밖에 없다. 다른 동급생들이 있으면, 다소는 부끄러움에 정신이 팔리지 않고 그칠 터다.
에스트의 평판에도 이어지니까 달리거나 하진 않겠지만, 조금 빠른 발걸음으로 교실로 가자.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하얀 고양이 쨩! 굿모닝 좋은 아침, 미용사과 1학년, 오오쿠라 앤서니 Jr야!"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와 같이 멋진 밝은 기운이시네요."
아침부터 혈연과 만나다니 운이 없다. 게다가 급하게 가는 도중인데.
"응? 오늘은 어제의 주인님과 함께가 아니네. 분명, 언제나 둘이서 활동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했었어. 뭐어 목욕탕이나 화장실에서는 주인님과 함께라도, 연인과의 시간만큼은 따로 행동해야지. 키스 한번도 하질 못하게 되니까 말이야 HAHAHA! 펜실베니아(아메리칸 조크)!"
"아가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오늘은 수업을 쉬고 휴식하고 계세요."
자세한 일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보다는, 얼른 이야기를 끊어야지.
"그건 큰일이네. 당당해보였는데, 아직 일본 공기에는 익숙해지지 못한걸지도 모르겠는걸. 그녀는 유학생인거지?"
응, 에스트의 걱정을 해주었다. 좋은 사람 아냐. 조금 평가가 올라갔다구.
……내 앞에서 비켜주면, 더욱 평가가 올라가겠지만.
"나도 주에서 이사해온 참이라, 조금 긴장하고 있거든. 원 상태의 50% 정도일까. 뭐, 그래도, 너를 보니까 텐션은 최고로 높아졌어. 분명하게 말할게! 나는 네 머리카락에 반했어!"
……한순간 의식이 날아갈 뻔했다.
설마, 등교 이튿날부터 남자한테 고백받다니! 게다가, 혈연한테!?
이 머리카락을 칭찬해준건 대단히 기쁘지만.
"내가 애초에 일본에 찾아온건, 일본인의 흑발을 잘라보고 싶어서 이 나라에 찾아온거야. 근데, 네 하얀 머리카락에 흥미가 돋아버렸어. 그 후에 본 최고의 흑발에도 마음이 이끌렸지만."
아마도 그건 코쿠라 씨의 일이겠지. 그 사람의 머리카락은 확실히 아름답다.
나나 어머님의 머리카락 정도는 아니지만 말야.
"하룻밤 내내 나는 고민했어. 원래 바랐었던 최고의 흑발. 한눈에 본 것만으로도 마음이 빼앗긴 네 아름다운 백발. 어느 쪽을 골라야만 할지 계속 고민해나가면서, 나는 네 하얀 머리카락을 골랐어! 그 이유는 손질이야. 하얀 머리카락은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서, 손질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바로 망가져버리지. 그렇기에야말로, 그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정돈해줄수만 있다면, 대신에 대부분의 요구에 응할 셈이거든. 물론 돈은 필요없어!"
흐응?
"나는 아직 학생이지만, 미용사로서의 솜씨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어. 이름만 자자한 미용사에게 멋대로 만져지는 것보다, 내게 그 머리카락을 맡겨주지 않겠어!"
머리를 숙였다. 내가 본 한으로는, 눈과 목소리는 진지하다.
사정을 모르는 혈연에게는 관여하지 않는게 상책이지만, 이 머리카락에 반했다고까지 들어버리면, 마음이 움직이고 마는 것이 나의 나쁜 부분이다.
자료에 의하면, 주니어 씨는 미용사 면허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메리카의 유명인들이 예약을 청할 정도의 솜씨가 있는 모양이다. 머리를 다루는 프로페셔널. 그 인간에게서 자랑스러운 머리카락을 아름답다고 들으면, 대단히 기분이 좋다.
그리고, 길이를 바꿀 셈은 없지만, 삐친 머리를 정리하거나, 헤어 케어의 상담이 가능한 상대는 갖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돈을 낼 셈이었지만, 마음을 담아주는 상대는 돈으로 얻어낼 수 있는건 아니다.
"거기다 그 최고의 흑발의 고양이 쨩은 오오쿠라 가의 관계자인 모양이니까 말야. 나따위가 아니라, 다른 솜씨가 좋은 미용사가 붙을테니까."
아트레의 조사대로, 주니어 씨는 오오쿠라 가와의 연결점이 옅은 모양이다.
"친척이 아니신가요?"
"아니, 어제 처음 만났어. 그쪽도 그럴거야. 뭣보다 연초까지……. 어이쿠 이 이상은 아무리 그래도 말할 수는 없겠는걸. 그녀의 프라이베이트에 관련된 일이니까 말야."
흠, 경박해보이지만, 타인의 사정을 멋대로 이야기하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또, 짐작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 본인의 성격에 문제는 없어보인다. 실력에 관해서도 자료를 본 한으로는 문제는 없어보여.
이후의 대하는 법도 생각해, 조금 더 그와 이야기를 해둬야하나?
그렇지만 말을 입에 담는 것보다 빨리, 그와의 대화는 끊겨버렸다.
"우리들의 또 한명의 언니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가 다가오지마!"
"맞아맞아! 하얀 언니를 헌팅하다니 주제를 알아! 것보다 남자 그 자체가 다가오지마!"
"어, 언니이?"
나와 주니어 씨의 사이에, 고속으로 달려온 여학생들이 막아섰다. 어제 막 만난 참인, 디자이너과의 동급생들이다.
그녀들은 메이드가 아닌, 특별편성반의 학생이다. 그 격식은 어찌 됐든, 내 입장에서 보면 에스트와 동급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메이드인 나를 언니따위로 불러도 되는걸까.
무심코 그녀들이 온 방향을 뒤돌아보고는……. 나는 굳어버렸다.
그녀들의 종자인 메이드 두사람과 함께, 코쿠라 씨와 카린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붉어지는걸 자각하며, 움츠리며 얼굴을 숨기고 말았다.
"아침부터 두 언니를 뵐 수 있어서 다행이야…….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에 마침 흑발의 언니와 만났을 때는, 꿈만 같은 기분이 되었어요."
"정말. 자, 하얀 언니. 가방을 들어드릴게요, 저희들에게 맡겨주세요."
"그, 그럴 수는 없어요. 저, 저는 사용인인 입장이에요. 요, 용서해주세요, 이가와 님, 쵸우 님."
"꺄아아아아아아아이쪽언니도이름을기억해주셨어어어어어어ㅓ어ㅓㅓㅓㅓㅓ!"
"거기다 부끄러워하는 그 자태가 당당함과는 다른 사랑스러움이 느껴져서……. 저희들은 이제……. 평생, 두 언니를 따라가겠어요!"
"하핫."
"고생하시네요."
코쿠라 씨의 메마른 웃음 소리와, 카린의 평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코쿠라 씨는 주차장에서 그녀들을 만나고 나서부터, 눈앞에 있는 여학생들과 비슷한 대화를 주고 받았겠지. 그 사람은 전 사용인었으니, 큰일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코쿠라 씨를 데려온건 대단히 곤란하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져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구.
어쨌든, 서둘러 이 자리에서 떠나려 발을 내딛었다.
"스톱 멈춰줘! 아직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어!"
그럴 시간이 어딨어! 쫒아온 그에게, 내심 무심코 소리지르고 말았다.
그 대답을 나중에 하겠다고 입을 열려고 했다. 그래도, 내가 대답을 하기 이전에, 주위가 그걸 용서하지 않았다.
"뭔가요? 남자는 다가오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잖아요!"
"맞아요! 언니들에게 말을 걸거라면, 저희들의 허가를 받고 나서 해주세요!"
"어째서 이런 일이……."
"고생하시네요."
코쿠라 씨가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나도 조금 놀라고 있다. 이게 아가씨들의 파워라는걸까?
"뭐야, 그래서는 마치 친위대인 것 같잖아."
"친위대! 멋져, 나 언니들의 친위대 1호가 되고 싶어!"
"그건 치사해 이가와 씨! 나도 언니들의 친위대 2호가 좋아!"
"애초에, 언니라니 뭐야. 너희들은 레즈비언인거야? 그건 안되지, 어째서냐면 세계의 남녀비는 대충 1대1이거든. 여자끼리 붙어다니면, 우리들 남자의 상대가 없어져버리잖아 HAHAHA……."
거기까지 말했을 때, 두 여학생은 레이저라도 쏘는 듯한 눈으로 주니어 씨를 노려보았다.
"여자끼리의 연애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단어 하나로 저희들의 마음을 정의하지 말아주세요!"
"자 GL 소설! 이거 읽고 다시 와주세요!"
그대로 나는 코쿠라 씨와 카린을 포함한 네사람의 소녀들에게 연행당했다. 아무래도 그녀들의 메이드도 똑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육체적으로 여성이 아닌게 미안하지만, 기뻐해주니 됐나. 요는 마음의 문제다.
"마이갓! ……아직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신뢰할 수 있는 미용사는 필요하니까, 주니어 씨는 일단 후보에 넣어두자.
……지금은, 그것보다도 옆에서 걷고 있는 상대 쪽이다.
"조, 좋은 아침이네요."
"……조, 좋은 아침이에요."
곤란한 듯 인사를 해온 코쿠라 씨에게, 부끄러워하면서도 나도 인사했다.
정말로 부끄러움이 점점 솟아올라온다. 이게 일정 이상이 되면 당당해질지도 모르지만, 그 전에 얼굴이 너무나도 붉어져서 기절할 것만 같다.
"아아, 두 언니와 함께 교실에 갈 수 있다니."
"꿈같아."
이가와 씨와 쵸우 씨는 각각 나와 코쿠라 씨의 옆에 서서 걷고 있다.
자연스럽게 나와 코쿠라 씨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만다. 그만둬. 심장이 두근두근거려서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 상황을 바꿔달라고 바라면서 우리들은 교실에 도착했다.
거기서…….
"저기, 당신들의 이름은, 코쿠라 아사히가 맞지."
조그마한 폭군인 저스틴 양이 기다리고 있었다.
side 유세이
교실에 들어감과 동시에 질문해온 저스틴 씨의 질문에, 나도 사이카 님도 무심코 놀라서 발이 멈춰버렸다.
그러고보니 저스틴 씨는, 어제의 HR 때에 자기소개에 참가하지 않았었다. 내 쪽은 교실에 안내했을 때에 이름을 댔었지만, 그 때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와서?
"네, 어제도 이름을 댔었지만, 제 이름은 코쿠라 아사히예요."
"저도 코쿠라 아사히라 해요. 코쿠라 님과 같은 이름인건 대단히 송구스럽지만요."
"흐응. 그렇구나. 그럼 또 묻겠는데, 당신들 두사람 중 누군가의 어머니가, 파리의 필리아 학원에 다녔었던 적이 있어?"
어머님? 아니, 이 경우에는 분명 나의 모친이 되어있는 『코쿠라 아사히』의 일인걸까?
그래도, 파리의 필리아 학원?
아니, 다녔던 기억은……. 앗, 그러고보니 분명 몇개월 정도지만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이 『코쿠라 아사히』로서, 파리의 필리아 여학원에 유학했었다고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스틴 씨가 확인하고 싶은 일은, 그 일일까?
"아뇨, 저의 어머니가 파리의 필리아 학원에 다녔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요."
"그럼, 당신이 아닌가. 그 쪽은?"
"저는 확실히 들은 적이 있어요."
"흐응. 그럼, 당신 쪽인가."
저스틴 씨는, 사이카 님이 아닌 나를 흥미가 깊은 듯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신건가요?"
"내 숙모님이 말했었어. 만약 오오쿠라 가의 관계자며 코쿠라 아사히라 이름을 대는 인물이 있다면, 그 상대를 보면, 내가 프로로서 부족한걸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프로로서 부족한 것 말인가요?"
"그래. 나는 그걸 위해서 일본에 온거야. 그리고, 이거, 고마워."
저스틴 씨는 나나 사이카 님에게 보이도록 한장의 종이를 꺼냈다.
종이에는 프랑스어가 쓰여져 있다. 너무나도 익숙하다.
어제, 카트린느 씨에게 내가 쓰고 넘겨준 1년의 예정표다.
"이거 덕분에 잘 알았어. 카트린느는 일본어는 완전 못 알아들으니까, 당신이 써줬다고 말해줬는데."
"네, 분명 썼어요. 쓸데없는 일은 해버린건가요?"
"오히려 반대니까 안심해. 카트린느도 감사해하고 있어. 고마워."
다행이다. 모미야마 선생님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했던 모양이었으니까, 프랑스어로 번역해 써서 카트린느 씨에게 넘겨두었던 것이다.
쓸데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했지만, 감사받고 있는 모양이니까 정말로 기쁘다.
"코쿠라 언니는, 프랑스어도 능통하신거군요."
"게다가 글씨도 예뻐.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렇게나 예쁘게 쓸 수 있다니, 정말로 멋져."
……언니. 그렇게 불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아니라구요. 나는 사실은 남자예요. 그러니까, 언니라고 부르는건 가능하면 그만둬 주었으면 좋겠다.
무리겠지만.
"어라? 그러고보니, 하얀 애는 있는데, 그 아놋츠 애는 어째서 없는거야?"
"아가씨는 오늘은 몸아 좋지 않으시기에, 쉬고 계세요."
역시, 에스트 씨는 무리였나. 어쩔 수 없나. 역시나 무리는 시킬 수 없고.
"어, 어제는 건강했는데? 불쌍해라~."
역시 저스틴 씨는 좋은 사람이다. 행동이나 말로 착각할 것 같지만, 어제 싸움이 될 뻔한 에스트 씨를 걱정하고 있으니까.
그저, 어제의 행동으로 교실 내에서는 경계심을 받게 된 모양이다. 이가와 씨와 쵸우 씨는 나와 사이카 님이 가까이에 있으니까, 저스틴 씨에게서 떨어져 있지 않지만, 저스틴 씨의 곁에는 카트린느 씨 밖에 없다.
다른 클래스메이드 분들은 거리를 벌리며, 우리들이 대화를 주고받는걸 보고 있다. 이게 아쉽지만, 지금의 저스틴 씨와 클래스메이트 분들과의 거리다. 1년간 같은 반에 있는거니까, 즐겁게 보내주었으면 하지만, 저스틴 씨가 지금 상황으로는 그걸 바라지 않는다.
그녀 자신이 바라지 않으면, 불만만이 쌓여버린다. 그러니까, 조금씩……. 아니, 어라?
"그럼, 나, 볼일이 끝났으니까 돌아갈게."
"저기 저스틴 씨. 뭘 하고 계신건가요?"
"뭐라니, 졸리니까 돌아갈거야. 수업 쪽은 흥미가 없고, 당신을 보는 것도 작품을 보면 될 일이니까."
"……저스틴 씨. 적어도 HR 정도는 출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싫어. 졸리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또 당신이 종이에 써서 카트린느한테 건네주면 되고."
그다지 의지받는 것도 곤란하다.
확실히 나는 카트린느 씨가 곤란해하고 있으면, 도와줘버리겠지. 그래도, 그렇게 언제나 도와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뭣보다 내게는 1개월마다 아버님에게서의 과제가 있다. 반드시 뛰어넘어 필리아 학원에 계속 다닐 셈이지만, 아버님의 과제를 상대로 절대라는건 어렵다. 그러니까, 저스틴 씨에게도 가능한 한 수업에는 나와줬으면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수업에는 흥미가 없어보인다. 그런 그녀가 흥미를 가질 일은 뭔가 없을까?
……그렇지. 개인적으로는 쓰고 싶지 않은 수단이지만, 적어도 HR까지는 있어주기 위해 쓰자.
나는 저스틴 씨의 옆에 다가가, 귓속말로 말을 걸었다.
"저스틴 씨. 오늘은 실은 HR에서 중대한 발표가 있는 모양이에요."
"중대한 발표? 뭐야 그게?"
"들으면, 저스틴 씨도 대단히 흥미가 끌릴거라고 생각해요."
"흐응……. 정말로?"
"정말이에요."
"……그럼, 알았어. HR까지는 있어줄게."
손에 든 가방을 책상에 놓고, 의자에 앉았다.
아무래도 조금 흥미를 가진 모양이었다.
"거짓말이었다면 용서하지 않을거니까."
"그 때는 좋으실대로 문자를 쓰셔도 상관없어요."
들은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딱히 상관없다. 저스틴 씨가 교실에 조금이라도 있어준다면.
……그저, 어째서일까? 교실의 클래스메이트 분들이 내게 존경의 시선을 보내오는건?
평범히 저스틴 씨를 교실에 남아달라고 설득한 것뿐인데.
"여러분, 좋은 아침이에요!"
의문으로 생각하고 있자, 모미야마 선생님이 들어왔다.
교실에 있던 여학생들은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사이카 님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모미야마 선생님은 교실 안을 둘러보며, 저스틴 씨가 있는걸 기뻐했다. 어제 건도 있었으니까, 교실에 있을지 불안했던걸지도 모른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굉장한 보고가 있어요!"
"선생님. 굉장한 보고란건 뭔가요?"
"우메미야 씨. 신경쓰이겠지만, 조금 기다려주세요. 그 보고는 총학원장이 모든 반에 교내 방송으로 알리실테니까요……. 슬슬 시간이 됐을까나."
모미야마 선생님이 교실 안의 시계를 확인하자, 교내 방송을 알리는 음성이 교실 안에 울려퍼졌다.
『좋은 아침. 필리아 학원의 전교생 제군! 오늘은 너희들에게 기쁜 보고를 전하지. 학생 제군은 알고 있겠지만, 이 학원은 연말에 예술제가 개최되지. 그 이름은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 제군들의 중에는, 이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을 목표로 이 학원에 입학한 자도 있겠지.』
들려오는 목소리는 냉정히 들렸지만, 그 속에는 숨기지 못하는 흥분이 있었다.
틀림없이 라포레 총학원장은, 이제부터 전할 일을 기뻐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장이 오는 일을.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은 학생 레벨을 넘어선 이벤트라고들 말하지. 나도 또한 그 의식을 갖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내 레벨의 이야기. 해외에서 유학해온 학생 중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너희들도 분명 올해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 관해서는 의식을 바꾸겠지. 어째서냐면……. 그가 올거야.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사장이며, 나의 최고의 벗인 그!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최고봉에 서 있으며, 필리아 학원의 창설자인 장 피에르 스탠리가,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의 심사위원으로서 찾아오는거라고!!』
흥분을 참지 못하게 되었는지, 라포레 총학원장은 자랑스러워하는 듯 소리쳤다.
교실 안의 클래스메이트들이 동요하는 듯 몸을 떨었다. 옆에 앉아 있는 저스틴 씨도, 역시나 장의 이름이 나온 것에 놀랐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다.
장은 처음은 유럽 방면에서 활약했었다. 그러니까, 장의 이름은 유럽 방면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장에게는 뒤떨어지지만, 그 외에도 유명한 디자이너가 둘 불렸지. 이미 너희들도 이해하고 있겠지만, 올해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은 국내 레벨로는 그치치 않아. 세계가 주목하겠지. 이미 이 소문을 들어서,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 초대해달라고 유명인들이 연락해오고 있어. 올해 학원에 다니는 너희들은 행복해. 그를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뿐더러, 너희들의 작품을 심사해주는거니까. 이걸 행복이라 하지 않고, 뭐라 할까.』
확실히 장의 입장을 생각하면, 만날 기회가 아닌 직접 얼굴을 볼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나도, 장의 얼굴을 보고 싶으니까 필리아 여학원에 들어간 것도 있으니까.
……거기서 장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기쁨이, 날아가버릴 정도의 일을 당했지만.
『중대한 보고는 끝이지만, 부디 너희들이 그를 기뻐하게 할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랄게. 그의 기쁨은, 나의 기쁨이기도 하니까. 기대하고 있어. 나의 학원의 학생 제군.』
교내 방송이 끝났다.
……유르슈르 님이나 미즈호 님, 그리고 미나토의 소개가 없었다.
역시 아버님이 말한대로 라포레 총학원장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장이 중요한 모양이다. 미나토는 입장 상 어쩔 수 없지만, 유르슈르 님이나 미즈호 님도 유명한 분인데도.
라포레 총학원장도 그 일은 알고 있겠지만, 장이 오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기쁠게 틀림없다.
"헤에, 검은 애가 말했던대로네. 예술제같은건 전혀 흥미가 없었는데, 장 피에르 스탠리가 온다면, 의욕이 날지도."
아무래도 저스틴 씨도 의욕이……. 아니!?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저스틴 씨는 가방을 들고 입구 쪽으로 걸어가 있었다.
"저, 저스틴 씨!? 어디에 가시는건가요!?"
"방에 돌아가서 디자인 그릴거야."
"안돼요! 제대로 수업을 들어주세요!"
"싫어, 그 쪽에는 흥미가 없으니까. 재미없는 수업을 받는 것보다도, 방에 돌아가서 디자인을 그리는 편이 나아. 내키면 또 올게. 그럼 안~녕~!"
의욕에 가득 차, 기분이 좋은 듯이 교실에서 나갔다.
……확실히 저스틴 씨는 의욕에 찼다. 그렇지만, 돌아가는건 아니잖아.
멈추려고 한 모미야마 선생님을 내버려두고, 카트린느 씨가 사과하고 있다. 사이카 님에게 있어서 강력한 라이벌이 생겨버린 모양이다.
죄송해요, 사이카 님.
"어어, 여러분, 지금 들은대로, 올해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는 유명인분들이 모이게 됐어요. 그의 직업을 생각해보면 패션쇼는 주목을 받겠죠. 그룹 참가. 개인 참가, 어느 쪽이라도 참가할 수 있으니, 힘내요!"
교실 안의 의욕이 올라간 것을 느꼈다.
뭣보다 표창을 받으면, 장의 바로 곁으로 갈 수 있으니까. 세계 최고봉의 디자이너인 장에게 표창을 받는 영광은, 굉장한 것이다. 양가의 여식이라면, 장은 알고 있겠지. 복식에 흥미가 옅었던 사람도 반 안에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고의 영광을 얻을 수 있는 찬스를 손에 넣기 위해, 모두가 의욕에 가득 차 있다. 아마도 그건 학원 중의 모든 학생이 그럴 것이다.
사이카 님이 최우수상을 두개 받는건 어려워졌다.
……협력할 수 있는게 있다면, 힘을 빌려주자. 그렇게 말은 해도 사이카 님은, 나를 리소나 측이라고 인식하고 있을테니까, 협력해달라고 말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럼 여러분, 어제 이야기했던대로, 오늘은 측정부터 시작할게요."
……엑, 측정?
"지금부터 줄자하고 측정표를 나눠드릴게요. 바스트, 웨스트, 힙만이 아닌, 소매나 목둘레, 어깨폭같은 것도 측정할거예요. 측정표의 공란을 전부 메워서, 각자 소중히 보관해두세요."
이, 잊어버리고 있었다아아아~~~~~아!
그렇지! 처음에 측정부터 하는거였지!
예전 때는 입학식 후에 했지만, 어제는 도구 설명만으로 끝났기에 착각했다.
지금도 역시 측정은 하는거군요. 어제 하지 않은건, 모미야마 선생님이 나를 배려해준걸지도 모른다. 어쩌지!?
……현실도피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극복해야 한다.
"메이드 여러분들에게 줄자와 측정표를 나눠드리는 사이에, 학생 여러분들은 속옷 차림이 되어주세요. 아, 메이드 여러분들은 벗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렇다. 전 때와 똑같다. 학생 쪽만 벗어도 되니까, 내가 벗을 필요는…….
내가 학생 쪽이었지!?
메이드가 카린 씨고 나는 학생이라구!
어, 어쩌지!? 이대로라면 정체가 들켜버려!?
"언니의 몸. 보고 싶어."
"얼른 재! 흑발의 언니의 피부를 찬찬히 보고 싶으니까!?"
게다가 반의 아가씨분들의 태반이 내게 흥미진진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곤란해졌다. 이래서는 방구석 쪽느로 이동해 숨어서 측정하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기보다도, 카린 씨와 내 키로는, 내 쪽이 카린 씨보다도 키가 크니까 벽이 되어줄 수도 없다.
이튿날부터 정체가 들키다니, 최악이야!
……이렇게 되면 일부러 발을 미끄러져 넘어진 다음, 출혈날 강고로 책상에 턱을 부딫히자. 그리고 보건실로 도망치는거야.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해, 나는 카린 씨에게 얼굴을 돌렸다.
그러자, 카린 씨는 측정표를 내게 넘겨왔다.
"헷, 카린 씨?"
"코쿠라 님. 얼른 기입해주세요. 혼자서 아틀리에에서 재셨잖아요."
"엑, 아, 네."
확실히 자신의 사이즈는 쟀다.
리소나가 자신용의 바디가 필요하다면, 재서 사이즈를 달라고 들었기에 잰 기억이 있다.
일단 그 때의 사이즈를 측정표에 기입해 나갔다. 다 씀과 동시에 카린 씨가 받아들어, 모미야마 선생님 곁으로 걸어갔다.
"측정표예요. 그리고 이 쪽의 진단서도."
"진단서? ……아아, 그런 일인건가요. 알겠어요. 분명히 이런 사정이라면, 남들 앞에서 벗을 수는 없겠네요. 네, 괜찮아요."
뭐지? 카린 씨가 내민 진단서를 본 모미야마 선생님은 안도하면서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린 씨가 내민 측정표를 받아들었다. 엑?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측정표를 다 낸 카린 씨가 돌아왔다. 속옷 차림이 되어 측정을 받고 있던 다른 학생들도, 에스트 씨가 없으니까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사이카 님도 카린 씨를 보고 있었다.
돌아온 카린 씨는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내게 모미야마 씨에게 보인 진단서가 보이도록 놓아주었다.
그 진단서에는, 내 등에는 커다란 상처가 있다는 것이 기재되어있었다.
……이런 진단서, 어느 틈에 준비해둔거야?
그렇다기보다도, 처음부터 알려주었으면, 그렇게나 허둥댈 일도 없었을텐데.
원망스러운 시선을 무심코 카린 씨에게 보내고 말았으나, 바로 다른 종이가 내밀어졌다.
『총재 공과 이온 님의 지시예요.』
그 두사람이!?
역시, 그 두사람이 원인이었어!? 사전에 준비해뒀는데, 내게 숨겨두고 있었던건 내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기……. 어라? 볼 수 있을리가 없잖아. 교실같은 데에 올 수 있을리가 없을테니까. 이상해. 그 두사람이 자기가 볼 수 없는 장난을 할까?
……그럴리가 없다. 그 두사람의 내게로의 장난은 곤란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자신들이 즐기기 위해서다. 즉, 정말로 말하는걸 잊어버린걸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생각에 빠져있자, 돌연 사이카 님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죄송해요, 갑자기 배가 아파져서."
"아, 괜찮으신가요."
모미야마 선생님이 사이카 님에게 다가갔다.
그렇다. 사이카 님은 남성이다. 그 사정을 알고 있는 모미야마 선생님이라면, 아마도.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교실에 있는건 정말로 도움이 되는걸.
내 때에는 아무도……. 그러고보니 사샤 씨가 그림자 너머로 도와줬던 모양이다.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럼 코쿠라 씨와 카린 씨. 아사히 씨를 보건실로 데려다주지 않겠어요."
"으엑!?"
응? 어쩐지 사이카 님이 놀란 듯한데, 어째서일까?
그렇다기보다도 살았다. 지금 이 교실에는 속옷 차림의 동급생들이……. 아무것도 남자로서 느끼질 못했다.
스타일이 좋구나거나. 저 사람에게 의상을 입힐 때의 패턴을 어떻게 짜야하지와 같은 것만 생각했었다.
정말로 남자로서 어떤걸까, 나는?
……생각하는걸 그만두자. 모처럼 나의 사정을 알고 있는 모미야마 선생님이, 그것보다도 찬스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리소나에게서의 편지를 건넬 수 있다.
"알겠어요. 카린 씨, 가요."
자리에서 일어나, 사이카 님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아, 가요."
"네, 네에."
얼굴이 꽤나 붉다. 그러고보니, 아침에도 얼굴이 붉어졌었다.
혹시나 정말로 감기라도 걸린걸까? 그렇다면, 서둘러 가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나는 상태가 나쁜 사이카 님에게 어깨를 내밀어주며, 카린 씨와 함께 교실에서 나왔다.
"모, 모미지……. 조금이지만 원망할거야."
작가의 말
모미지는 사이카의 사정을 모릅니다.
그러니까, 아사히에게 부탁하고 말았습니다. 더해서 아사히도 남자니까요, 여성의 속옷 차림을 봐도 표정을 전혀 바꾸지 않았지만요, 그럼에도 생각하는 바는 있기에 사이카의 보건실로의 동행을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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