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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달에 다가가는 소녀의 작법 2 ~두 명의 코쿠라 아사히~

3월 중순 (유세이 side) 1

by Horriblaze 2019. 7. 4.

 작가의 말



 이번화부터 3월편. 3월편은 착착 진행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3월편

 3월 중순 (유세이 side) 1



 side 유세이



 시간이 흐르는건 빠른 거라고 느꼈다.

 3월 중반에 들어서는 오늘은, 아메리카의 사쿠라코우지 가에서 내가 떠나는 날이었다.

 "이것저것 감사했습니다."

 시간대는 아침경.

 어제로 마지막의 수업을 마친 나는, 귀국하기 전에 사쿠라코우지 가에 방문해 신세를 졌던 야치요 씨,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그리고 루나님에게 머리를 숙였다.

 사실은 미나토나 나나이 씨한테도 이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일이 있기에 오늘은 오지 못해 아쉬웠다. 나나이 씨는 두번 다시 아메리카에 오지말라고, 나를 협박해왔지만.

 그저 여름에는 반드시 미나토는 일본에 갈거라고 말했었다. ……미나토 님이 준비한 의상을 입은 나를 보기 위해서.

 "아뇨, 이쪽도 오래간만의 수업은 즐거웠으니까요. 설마, 코쿠라 씨가 저의 마지막 학생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네. 저도 야치요 씨한테 배울 수 있어서 기뻤어요."

 이건 본심으로부터 우러나온 말이다.

 울거나, 어두워지거나 했지만, 그럼에도 야치요 씨와의 수업은 즐거웠다.

 이 1개월간의 나날은, 파리에서의 나날에 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로 즐거웠다고 마음 속 깊이 생각했다.

 나와 야치요 씨가 서로 웃음을 나누고 있자, 기분이 나빠보이는 루나님이 다가왔다.

 그 손 안에 있는 『코쿠라 아사히』의 앨범에서 눈을 돌리자. 주로 내 정신을 위해서.

 "야치요. 뭣하다면, 리소나에게 부탁해 일본의 필리아 학원에 다시 한번 교사로 고용해달라고 하겠는데."

 "전력으로 거절하겠어요."

 "저, 저기 무슨 일이 있었나요?"

 갑자기 싫어하는 듯한 얼굴이 된 야치요 씨에게, 나는 무심코 질문하고 말았다.

 이렇게나 혐오감을 느끼는 야치요 씨를 본 적이 없다. 어지간히 싫은 일이라도 과거에 있었던걸까?

 내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싫은건지, 야치요 씨는 다른 쪽을 쳐다보고 말았다.

 루나님은 야치요 씨의 모습에, 웃음을 띄우며 설명했다.

 "지금의 필리아 학원 일본교의 총학원장은, 야치요가 껄끄러워하는 남자거든. 그 남자의 이름은 『라포레』."

 "관여하고 싶지 않아. 관여하고 싶지 않아.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도, 그렇게까지 싫증을 내는 상대는, 그 남자뿐. 사이카 님이 일본에 향하신다고 들었을 때에, 코노치요에게 시중을 맡긴 것도 그 남자에게 관여하기 싫기 때문이에요."

 앗, 그런 일이었군요.

 어쩐지 사이카 님과 아트레 님이 귀국했을 때, 코노치요 씨밖에 사용인이 없었구나.

 그래도, 사이카 님 입장에서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야치요 씨가 함께였다면, 반드시 막았을거라고 생각하니까.

 "설마, 그 탓에 사이카 님이 얼토당토 않은 일을 하시려고 했다는걸 들었을 때는, 코노치요에게 맡긴건 실수였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코쿠라 씨가 막아주셔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죄송해요, 야치요 씨.

 실은 사이카 님 일행은 그만두지 않으셨어요.

 ……내년, 나는 확실하게 야치요 씨에게 혼날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대에는 설 수 없지만, 사이카 님은 무대에 서는 것이 목적이니까. 두번 다시 야치요 씨를 화내게 만들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혼나게 될 미래에 어두워질 것만 같다.

 "응? 왜 그래, 아사히? 약간 우울해지려고 하고 있다고?"

 "죄, 죄송해요. 조금 야치요 씨한테 혼났을 때의 일을 떠올리고 말아서……. 저도 그 야치요 씨한테는 떠올리기도 싫은 상대로 인식되고 있는게 아닐까하고 생각해서."

 "코쿠라 씨의 경우엔, 괜찮아요. 일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없었으니까요. 그 남자만이 예외일 뿐이에요."

 그렇게까지 미움받는 라포레라는 인물에 흥미가 생기고 말았다.

 일본의 필리아 학원의 총학원장이라는 것 같으니, 나도 얼굴을 볼 기회는 있을테니까 조금 기대된다.

 "아사히."

 "루나님?"

 "아쉽기야 하지만, 일단은 너를 놓아주지. 나는 포기하지 않아. 반드시 너를 내 옆에 둘 셈이니, 각오해둬."

 "……알겠어요. 각오는 해둘게요."

 루나님의 바람에 응할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주시는 루나님의 마음을 허투루 다룰 수도 없다. 그러니까, 지금 할 수 있는 대답만은 힘껏 돌려주었다.

 아쉬워보이기는 하지만, 루나님은 나의 대답에 웃음으로 되돌려주셨다.

 "그러고보니, 너는 일본에 돌아가서 다닐 예정의 학원이 시작할 때까지 어떻게 하려고?"

 "시간이 있다면, 벚꽃 저택에 있는 야소시마 씨에게 신세졌으니 감사 인사를 하러 갈 셈이에요."

 벚꽃 저택을 나온건 갑작스러운 일이었던 것만큼, 야소시마 씨에게는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수 없었기에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러니까 다시금 인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복식에 돌아간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이요에게인가. 그렇지. 이요도 네게 복식을 버릴 계기를 만들어버린 일을 후회하고 있었어. 그녀에게는 나도 신세를 지고 있으니, 안심시켜줘."

 "네."

 역시 야소시마 씨도 걱정해주셨구나.

 그 건은 그녀 탓이 아니다. 나의 마음이 약한게 원인이다. 역시 학원에 다니기 전에, 야소시마 씨를 만나야만 한다.

 "그녀라면, 지금은 이온에게서 사이카 군들에게 넘어간 『벚꽃의 정원』이란 고층 맨션의 안내원을 하고 있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루가 씨가, 야소시마 씨의 현 상황을 알려주었다.

 "안내원을 말인가요?"

 "응. 부하를 몇명 고용하곤 있지만, 아직 바쁜 시기니 말이야. 만난다고 한다면, 벚꽃 저택보다도 그쪽으로 가는게 좋을거라 생각해."

 "이요에게는 정말로 도움만 받아. 그렇게까지 우리들에게 충의를 다해주고 있으니까. 벚꽃 저택의 관리 쪽도 있을텐데. 야치요, 나중에 이요와 상담해 고용 조건을 바꾸자. 물론, 우대하는 쪽으로 말야."

 "잘 알겠습니다."

 정말로 야소시마 씨는 굉장한 사람이구나.

 1년뿐이었지만, 그 사람의 아래에서 일할 수 있었던건 좋은 추억이다.

 ……그 시절의 나는 어두웠으니까, 야소시마 씨에게는 꽤나 걱정을 끼쳤을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귀국하면 리소나에게는 미안하지만, 야소시마 씨를 만나러 가자.

 사이카 님들에게도 만날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처음 1학년은 디자이너과로 들어갈 일이 될 것 같다고, 리소나한테서 메일이 왔었다.

 조사 대상의 우선 목표인 사람이 디자이너과를 전공한다고 하는 것 같으니, 나도 그 반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디자인에 관해서는……. 거의 자신이 없다. 이 아메리카에서의 1개월간의 수업 덕분에, 어느 정도는 실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1개월 정도로 셔츠를 제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전의 나였다면, 좀 더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던건 잊어버리자. 지금 갖고 있는 실력으로 도전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디자이너과인가. 반에서 제일 성적이 안 좋을 것 같아, 꽤나 침울해진다.

 물론 디자이너과라고는 해도, 다른 복식의 수업도 있으니까, 그쪽의 성적은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만.

 ……디자인만은 정말로 자신이 없다. 형님에게서 재능이 없다고 들어서, 복식 공부를 취소당한 기억이이이이이!

 "역시, 나따윈……."

 "아니 기다려봐. 어째서 갑자기 우울해진거야? 대체 뭐가 너를 깨운거지?"

 돌연 방구석에 박혀 어두워진 내게, 루나님이 질문을 해왔다.

 "죄, 죄송해요. 다음달부터 다닐 학원에서의 생활에 불안감을 느끼고 말아서."

 "네 실력이라면 문제는 없어. 어차피 네가 다니는건 패턴 관련이잖아."

 아뇨, 디자이너과예요.

 라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디자인에 관해서의 공부는 전혀 안 했었고, 애초에 재능이 없다고 들었던 것 만큼, 재능이 있는 패턴 쪽을 우선했었다.

 ……좀 더 빨리 조사 대상이 다닐 반을 알고 싶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그랬었다면……. 무리겠지?

 모두, 내게 디자인의 재능이 없는건 알고 있고,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도 지금은 내킬 때에만 디자인을 그린다는 모양이니까, 디자인 공부를 했다면 수상하게 여겼을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아도 기술이 녹슬었는데, 재능이 있는 패턴 쪽이 아니라, 재능이 없는 디자인 쪽을 공부했다면 뭔가 있다고 생각돼, 사이카 님들의 일이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숨기고 있는건 꽤나 괴로웠다. 사이카 님을 멈춰준 일에 감사받을 때마다, 마음이 비명을 질렀었다구.

 "어, 어쨌든 힘내볼게요."

 "응. 힘내서 자신을 가져줘. 그렇게 하면, 나도 너를 크게 손을 흔들며 권유할 수 있으니까 말이지. 그 때까지는…….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지만, 네가 『오오쿠라 아사히』라 이름을 대는걸 인정할게. 응, 정말로 유감이고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지만. 언젠가, 반드시 『사쿠라코우지 아사히』로 이름을 대게 해주겠어."

 "그건 못 본 척 못하겠는걸. 코쿠라 씨는, 오오쿠라 가의 일원이니까. 언제나 『오오쿠라 아사히』라 이름대줬으면 좋겠어."

 "오오쿠라의 이름을 버리고 싶어했던 당신의 발언이라고는 생각 못하겠는데요?"

 "그건 그거. 이건 이거야."

 어쩐지 루나님과 스루가 씨의 사이에서 불꽃이 튀는 것만 같이 보인다.

 두분의 사이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일까?

 의문으로는 생각하지만, 물어볼 정도는 아니라 생각해, 나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과 마주보았다.

 "힘내."

 "네. 그……. 각오만큼은 해두세요."

 여러가지로 각오만큼은 해뒀으면 좋겠다.

 특히 연말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에 관해서는, 지금도 루나님이나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은, 일본의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을 보러 오는 모양이니까, 그 때에 여장한 사이카 님이 무대에 서는걸 볼지도 모르는거다.

 그 때에 느끼는 충격을 떠올리면, 그의 눈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나도 울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그의 경우에는 우는걸로는 그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부자 2대가 무슨 짓을 하는거냐며, 진심으로 생각할테니까……. 각오는 필요하다.

 덧붙여서 나는 이미 포기의 극치에 달해 있기에, 아마도 여장한 사이카 님을 봐도 놀라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이제 남자로서 어떨까 싶지만……. 익숙해져버렸다. 라기보다는, 다시 여장해 필리아 학원에 다니는거니까, 이미 각오는 해두었다.

 "응. 네가 만들 작품을 기대하고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웃는 얼굴에, 마음이 아프다.

 이대로라면 숨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얼른 떠나자.

 "그, 그럼 이제 가도록 해볼게요."

 "아사히. 또 당가에 와줘."

 "놀러와주는건 대환영이니까."

 "건강하세요, 코쿠라 씨."

 루나님,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야치요 씨의 미소가 가슴에 찔려 들어왔다.

 나는 가능한 한 미소를 띄우고, 세사람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쿠라코우지 가에서 나왔다.

 내심으로, 세사람에게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을 말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스루가 씨가 운전하는 차로 공항에 도착했다.

 오늘로 스루가 씨와 작별인가. 쓸쓸하다는 기분을 느꼈다.

 여러가지로 이 사람에게는 신세를 졌으니까.

 "오늘로 작별이네."

 "네. 저기……. 괜찮으신건가요? 방에 있었던 복식 도구 전부 받아버려도?"

 묵고 있었던 맨션의 방에 준비되어있었던 복식 도구들을, 스루가 씨는 내게 선물로 주었다.

 지금은 탈 예정인 비행기에 옮겨지고 있다.

 "상관없어. 나 자신이 쓸 물건이 아니니까, 코쿠라 씨에게 도움이 된다면 가져가줘."

 "정말로 여러가지로 감사했습니다. 답례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이걸 받아주세요."

 나는 가슴 주머니의 안에서 랩핑된 리본이 둘린 조그마한 상자를 꺼내어, 스루가 씨에게 내밀었다.

 "이건?" 

 "선물이에요. 안에는 제가 만든 손수건이에요."

 "네가……. 만든 손수건?" 

 "네. 사실은 셔츠같은걸 만들려고 했는데요, 시간이 없어서……. 변변찮은 물건이지만, 받아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변변찮다니 그렇지 않아."

 스루가 씨는 내민 선물을, 소중한 듯이 받아주었다.

 "이건 네가 이쪽에 오고나서 처음으로 만든거지?"

 "네. 그러니까,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요. 이런 물건밖에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아냐, 충분히 기념이 될 물건이야. 소중히 받아둘게. 그리고……."

 가슴 주머니에서 스루가 씨는 종이를 내게 내밀어왔다.

 쓰여있는건, 스루가 씨의 메일 주소일까?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연락줘. 상담에는 응할테니."

 "감사합니다."

 정말로 좋은 사람이다.

 이 사람과 만난걸 감사하고 싶다. 메릴 씨와 똑같이 나를 가족으로서 받아들여준 사람이니까.

 "사이카 군의 일은 큰일이겠지만, 힘내."

 ……엥?

 "저, 저기, 스, 스루가 씨? 서, 설마?"

 "응. 알고 있어. 사이카 군이 뭘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네가 다니려고 하는 학원이 어딘지도 말야."

 "에에에에에에에에엥!?"

 또 공항에서 소리지르고 말았다.

 이 사람에게는 몇번이나 놀라고 만다. 그런 것보다, 스루가 씨도 알고 있었어!?

 "하하하하하하핫, 놀래켜서 미안해. 안심해도 돼. 유세이 군들에게는 알려줄 셈은 없어. 필리아 크리스마스 콜렉션 때에 사이카 군의 의상이 나와, 놀라는 유세이 군들의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말야."

 "그, 그런가요."

 "그렇다고는 해도, 나로서도 지금의 오오쿠라 가가 흔들리는건 곤란하니까, 뭔가 있었을 때엔 힘이 될게. 타이에이를 필리아 학원에서 만난다면 안부 전해줘."

 "네, 네에."

 설마, 스루가 씨한테도 들켰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다.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스루가 씨는 『코쿠라 아사히』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면, 사이카 님이 하려고 하는 일을 눈치채도 이상하지 않다.

 ……역시 내가 원인이야? 과거에 리소나의 제안을 찬성하고 만 것이 원인이라고 밖엔 생각 못하겠다.

 부끄럽다. 얼굴이 새빨개져가는걸 느끼고,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졌다.

 "여름에는 나도 일본에 갈 예정이니까."

 "엥? 어째서인가요?"

 "지난번 의상의 건이야. 발안자로서, 역시 직접 보고 싶어."

 그다지 보여지긴 싫지만요, 스루가 씨의 제안은 지당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미즈호 님에게 연락해, 허가를 받아야지. 뭣보다도 아버님에게도 연락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만찬회』에서 한바탕 저질러준 그 사람 일이다. 이미 내년의 『만찬회』를 대비해, 뭔가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의상은 이쪽에서 정했다고 전해, 간섭을 하지 않게 해둬야지.

 ……어째서 처음 본격적인 반항이, 여장 안건인걸까? 좀 더 다른 형태로 반항할 순 없었냐고 슬퍼지고 만다. 형님에게 거스르다니, 지금이라도 두려움과 공포가 솟아올라 움츠리고 말 것 같지만.

 "알겠어요. 정식으로 날이 정해지면, 연락을 할게요."

 "기대하고 있을게. 그럼 시간이 다 됐어."

 "네."

 대화하고 있으니 승선 시간이 가까워졌다.

 마지막으로 스루가 씨와 악수를 나누고, 나는 승선구를 향해 걸어갔다.

 파리 때와 같이 뒤돌아보니, 스루가 씨가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그 때와 같이 나는 손을 흔들며, 스루가 씨와의 작별을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하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


 뉴욕부터 일본까지의 이동 시간은 약 14시간.

 한쪽이 아침경이었으니까, 지금 일본은 점심경이다. 시차 관계로 조금 괴롭지만 일본에 귀국한 나는, 공항 로비에서 리소나와 전화로 대화하고 있었다.

 메일을 주고받는건 아메리카에서도 했었지만, 이렇게 대화를 하는건 오래간만이니까 기쁜 기분이 된다!

 "지금 공항에 도착했어, 리소나."

 『무사히 돌아와줘서 다행이에요. 루나춈에게 엉덩이 푸슉푸슉 당하진 않았죠?』

 "그런 일 안 당했으니까 안심해. 그렇다기보다도, 그런 일이 내 인생에 있을리가 없는걸."

 모습은 아사히로 여장했지만, 나는 남성이다.

 리소나가 말하는 일이 일어날리가 없다. 있다면, 반대로 무섭다구.

 "그다지 루나님을 나쁘게 말하지 말아줘. 확실히 아메리카에서는 놀랬던 일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나의 오오쿠라 가 입성을 납득해줬으니까."

 『일시적인 이야기잖아요. 루나춈이 당신을 포기할리가 없어요.』

 응, 똑같은 말을 했었어.

 그렇다고 해도, 그 건을 꺼내면 리소나와 루나님의 사이가 나빠질 것 같으니까 입 다물고 있자.

 "그래서 리소나. 나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돼?"

 살 곳을 찾아준 것 같은데, 그 장소의 주소를 듣지 못했다.

 알려준다면, 직접 갈 수 있는데.

 『실은 여동생, 지금 조금 일로 멀리 나와있기에, 오늘은 못 만나요. 내일에야 그쪽에 돌아가기에, 오늘은 어딘가의 호텔에라도 묵어주세요. 아, 호텔이 정해지면 메일로 보고만은 해주세요.』

 "엥? 주소를 알려주면, 거기에 갈건데?"

 『이제부터 둘이서 함께 살 장소니까요, 처음 방에 들어갈 때는 함께 들어가고 싶어요. 여동생의 소녀의 마음을 눈치채 주세요.』

 "……그러네. 확실히 나도 그쪽이 좋은 것 같아."

 리소나와 함께 본격적으로 생활하는거라면, 확실히 처음엔 함게 방에 들어가고 싶다.

 그 마음을 이해한 나는, 리소나의 제안에 찬성했다.

 『그렇다기보다도, 당신. 여동생이 준 카드를 전혀 쓰지 않은 것 같던데요?』

 "응. 아메리카에서는 필요한 물건은 스루가 씨가 준비해줬으니까. 저녁도 사쿠라코우지 가에서 대접받았고."

 아메리카에서 산 물건이 있다고 한다면, 스루가 씨에게로의 선물과 패션 잡지 정도다.

 사이카 님의 디자인이 상을 탔다는 잡지는,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이 빌려줬으니까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디자인이라 생각했다. 나와 비교하면 재능은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의 작품이었다.

 역시 루나님과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의 아드님이라 느꼈다.

 그저……. 그 작품에게서는 무언가가, 내가 처음 장의 작품이나 루나님의 디자인을 봤을 때 느낀 무언가가 없다고 느꼈다. 디자인에 관해 재능이 없다고 들은 내가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거야말로 몇백장, 몇천장을 그려도, 나는 사이카 님의 디자인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니까, 사이카 님의 작품을 평가하다니 내게는 무리다.

 루나님과 함께 걸어온 사쿠라코우지 유세이 님 쪽이 올바른 어드바이스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작은오빠? 듣고 있어요?』

 "앗, 미안. 조금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이지. 일단 오늘은 자유롭게 있어주세요. 오래간만의 일본에서 가고 싶은 곳도 있을테니까요.』

 "으, 응."

 가고싶은 곳은 분명 있다.

 야소시마 씨가 있다고 하는 『벚꽃의 정원』이라는 이름의 고층 맨션.

 그래도, 그 이외에 또 한 곳. 내게는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다시금 그 장소를 보러가자.

 다음달부터 내가 다니게 될 학원. 『필리아 학원』에.

 

 작년까지 나는 이 장소에 가까이 오지 않았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나는 여기에 오는걸 두려워했었다.

 그도 그럴게, 그렇다. 여기를 동경해, 나는 여장까지 해서 다녔었는데, 자신의 실수로 나는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여기 오면 그리운 추억이 되살아나, 복식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버리고 마는걸 두려워했었다.

 그래도,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리운 『필리아 학원』이 세워진 장소에.

 "……."

 눈물이 흘러내리고 만다.

 두번 다시 여기에 가까이 오지 않을거라고 결심했었는데, 그걸 그만두고 이렇게 와버린 것에 죄악감을 느낀다.

 그것만이 아니다. 죄악감은 느끼지만, 다시 한번만 필리아 학원에 다니는 것을 나는 마음 어딘가에서 기뻐하고 있었다.

 "……기뻐하다니, 사실은 안되는데."

 필리아 학원의 외견은 내가 알고 있을 적과 다르지 않았지만, 분명은 안은 변했겠지.

 수십년이나 경과했으니 당연하지만, 그 일에 쇼크를 받지 않도록 해야지.

 ……그리 쳐다보고 있으면 수상쩍게 여길지도 모른다. 눈물도 흘렸고, 슬슬 여기서 떠나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발을 내딛은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엥?"

 갑자기 등뒤에서 큰소리가 울려퍼졌다.

 대체 무슨 일일까하고 생각해 뒤돌아보니 녹차색의 머리색에, 좌측에 리본을 두개 단 여성이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구일까?

 "저, 저기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여자는 갑자기 내게 다가와, 인사를 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 긴죠 하루코예요!"

 "하, 하루코 씨인가요?"

 "네!"

 대단히 활기찬 사람이다.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무심코 고민하고 있자.

 "이야앗!"

 "듀웃후!"

 긴죠 씨가 등뒤에서 목덜미에 수도가 내리찍혔다.

 "괘, 괜찮으세요!?"

 강렬한 일격이라고 느낀 나는, 허둥지둥 목덜미를 문지르고 잇는 긴죠 씨가 걱정되어 무릎을 꿇었다.

 "진심으로 아파요."

 "엄청난 일격이었으니까요……. 멍이 남지는 않았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가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아뇨, 괜찮아요! 언제나 있는 일이니까요!"

 "언제나 있는 일?"

 엥? 지금 일격을 언제나 이 사람은 받고 있는걸까?

 꽤나 날카롭고 강렬한 일격이었는데?

 "우와~, 이런 반응한건 처음이라 조금 혼란스러워."

 응? 들려온 목소리에 얼굴을 돌려보니, 긴죠 씨를 부축하고 잇는 나를 보고 있는 금발의 여성이 서있었다.

 아까 전에, 긴죠 씨에게 일격을 친 것은, 이 사람인게 틀림없다.

 나는 긴죠 씨를 지키듯이 여성 사이에 섰다.

 "당신이 긴죠 씨에게 폭력을 휘두르신거죠?"

 "아, 아니, 폭력이라고나 할까, 그 언제나 있는 분위기라."

 "언제나 있는 분위리고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건, 어떨까하고 생각해요. 아까 전에는 어떤 경위로 긴죠 씨를 때린건가요?"

 "그게……. 팔코가 다음달부터 다닐 학원을 보러 가자고 말해서."

 "팔코?"

 "앗, 저 애의 별명이에요. 그래서……. 정신이 드니 없어져서,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는 팔코를 보곤 무심코 손을 대고 말았어요."

 "그런가요."

 경위는 알았다.

 멋대로 행동한 긴죠 씨에게도 문제는 있다.

 나는 긴죠 씨를 일으켜 세우면서, 주의시켰다.

 "긴죠 씨. 친구들에게 말 없이 멋대로 떨어지거나 하면 안돼요. 친하니까 아까 전과 같은 일이 몇번이나 일어났겟지만, 저와 같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 밖에 안 보여요. 만약 경찰 분같은 사람에게 보인다면, 이쪽한테 질문해올테니까요. 떨어질 때에는, 한마디 하고난 후 떨어지는 편이 좋을거라 생각해요."

 "네, 네에. 미안, 큐타로."

 "엥? 뭐야 이 사람? 어쩐지 후광같은게 보이는데? 성인?"

 긴죠 씨를 주의시키는 나를 보면서, 금발의 여성이 믿을 수 없는 것이라도 봤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뭔가 이상한 일이라도 한걸까?

 그러고보니…….

 "그러고보니, 긴죠 씨의 이름을 들었는데도, 저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었네요. 저의 이름은 코쿠라 아사히라고 해요."

 "엥? 아사히?"

 응? 왜 그러지?

 갑자기 내 이름을 듣고 당황한 듯이 얼굴을 두사람은 마주보았다.

 "이런 우연이 다 있구나. 큐타로."

 "응. 저쪽도 아름다웠지만, 이쪽 사람도 아름답고……. 앗, 저, 이치마루 큐우예요. 저기 아까 전은 죄송했어요. 언제나의 버릇이라 무심코."

 "이치마루 씨인가요. 아뇨, 이쪽이야말로 초대면인데도 주의하는 듯한 이야기를 말해서 죄송해요."

 "우와~, 뭐야 이 사람? 진짜로 성인? 저쪽도 굉장히 아름다웠지만, 이쪽 사람은 더 내면이 굉장해."

 "저기, 아까 전부터 누구와 동일시되고 있는건가요?"

 "앗, 죄송해요. 전에 당신과 같은 이름인 사람과 만난 적이 있어서요."

 "같은 이름인가요?"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일본에 동성동명인 사람은 있고, 우연히도 눈앞의 두사람은 나와 같은 아사히의 이름을 갖는 사람과 만난적이 있는거겠지.

 ……나는 남자에다, 진짜 이름도 달리 있으니까, 두사람을 속이고 있는거지만.

 "저기 그런데 긴죠 씨는, 어째서 제게 말을 거신건가요?"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무심코 말을 걸어버렸어요!"

 "그랬나요."

 ……드디어 초대면인 사람에게 아름답다고 들어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 일에 내심 슬픔을 느꼈다. 유세이로 돌아가기 위해, 리소나를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이 애가 죄송해요, 흥미가 있는 것에는 푹 빠져버리는 애라서."

 "아뇨. 딱히 신경쓰이지는 않으니까요."

 사실은 굉장히 신경쓰고 있지만 말야!

 "거기다 두분은 다음달부터 필리아 학원에 다니시는거죠?"

 긴죠 씨와 이치마루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런건가. 이런 우연도 있구나.

 "실은 저도 그래요."

 "엥? 필리아 학원에?"

 "네, 복식 부문의 특별편성반에 입학할 예정이에요."

 "특별편성반이라니, 분명 부자들이나 들어가는 반이지. 엥? 설마 아가씨라던가?"

 "아가씨같은건 아니에요. 저는 양자니까요. 얼마전까지는 일반인이었어요."

 태생적으로도 첩의 아이이기에, 나는 아버님이나 리소나와 같은 잘난 입장의 인간은 아니다.

 현재의 입장적으로도, 아버님의 양자라는 입장이이기에 잘난 척하는건 무리다. 라기보다도, 아버님이 양자로 들여주지 않았으면, 벚꽃 저택에서 나온 나는 호적도 없이 정처없이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아버님의 이름을 써서 잘난 척하다니 진짜 무리다. 오히려 한다면, 아버님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이치마루 씨는 나의 설명에, 곤란한 듯 복잡한 표정을 띄웠다.

 "죄송해요. 눈치없는 질문을 해버렸네요."

 "상관없어요. 오히려 반은 다르지만, 같은 학원에 다니는 두분이랑 만날 수 있어서 기뻐요."

 "우와, 이제 너무 눈부셔서 직시 못하겠어."

 "저, 저기! 저는 디자이너과 일반반이에요!"

 "디자이너과! 그럼 긴죠 씨는 디자인을 그리시는거군요! 나중에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네! 부디 봐주세요!" 

 "완전 사이 좋아졌잖아."

 일본에 귀국한 첫날에, 이렇게나 즐거운 만남이 있다니 생각도 못해봤다.

 이대로 두분과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시계를 보니 꽤나 시간이 지나있었다. 슬슬 가야만 한다.

 "죄송해요. 저는 이제부터 가야할 곳이 있으니까요. 실례할게요."

 "어디에 가시는데요?"

 "두분은 『벚꽃의 정원』이라는 맨션을 아시나요?" 

 "네! 거기 지하에 있는 카페의 커피 젤리는 유명하니까요!"

 "그건 좋은걸 들었네요. 그럼, 필리아 학원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나는 두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벚꽃의 정원』이 있는 장소를 향해 걸어나갔다.

 "저런 사람이 있다니." 

 "앗! 팔코란 별명으로 불러도 된다고 말하는걸 까먹었다! 큐타로도 다음번에 만나면, 별명을 알려주라구."

 "무리. 저 사람에게 별명으로 불리는건, 뭔가 굉장히 거북하니까."



 작가의 말



 그런고로 아메리카 사쿠라코우지 가편은 끝입니다.

 스루가 씨나 유세이는 재등장의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루나님은 신체상의 사정으로 일본에 올 수 없기에 내년까지 전화같은걸로만 등장합니다.

 언젠가 쓰지 못한 파리편과 아메리카편을 번외란 형식으로 쓰고 싶네요.



 번외편

 『아사히가 떠난 후의 사쿠라코우지 가』



 "……가버렸네요."

 "……아사히."

 "루나. 참으라고나 할까, 이제 포기하라구."

 "싫어! 꿈이었다고. 남편이랑 애인이랑 함께 생활하는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 나는 포기 안해!"

 "서방님만으로 참아주세요, 사모님……. 그런데, 뭔가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데요?"

 "야치요 씨도 그런가요? 저도 뭔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네, 왜일까요? 코쿠라 씨 일로 중요한 뭔가를 잊어버린 기분이 들어요. 직접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떠올릴 수 없다면,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그것보다도 아사히가 이요를 만나러 간다면 연락해두자. 아사히의 건은 이요도 마음에 걸려했으니까, 보고하면 기뻐해줄테지. 특히 이 1개월은 메일을 주고받지도 않았으니까, 그쪽도 걱정……."

 ""그거예요(다)!""

 "뭐야?"

 "완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사이카 님이 코쿠라 씨 일을 신경쓰던걸."

 "……그, 그러고보니, 그런 말을 『만찬회』에서 말했었지."

 "위, 위험해. 이제와서 사이카한테 알려주면."

 "반항기 중이니까요, 서방님은 미움받을지도 모르겠네요."

 "루, 루나." 

 "울지마 남편. 나중에 내가 연락해둘게."

 "고, 고마워, 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