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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우마무스메 연애 단편집

우마무스메 연애 단편집 / 사일런스 스즈카 (1)

by Horriblaze 2021. 4. 10.

원본 링크 - ウマ娘恋愛短編集 - ハーメルン (syosetu.org)

 

- 설명

 

각각의 사람과 사랑하는 우마무스메들의 이야기.

 

1화부터 4화부터는 지금까지 투고한 것을 정리한 것.

 

5화부터는 새로운 이야기.

 

 

- 주의

 

작가 오리지널이며 1화부터 4화는 무려 2018년에 투고된 소설이니 설정 오류나 명칭이 이상한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양해해주면 좋겠음

 

 

 

 

1. 사일런스 스즈카 『사일런스 스즈카 : 내가 달리는 이유』

 

 

 

봄은 멀고, 아직 겨울의 추위가 있는 2월 1일.

 

오늘은 우마무스메, 사일런스 스즈카의 데뷔전의 날이다.

 

나는 처음으로 레이스장까지 와서는 레이스를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마무스메의 레이스에는 흥미가 없어서, 여기에 오는 것 따윈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오게 된 이유는, 데뷔 전부터 사이가 좋은 친구로 대해왔던 사일런스 스즈카를 보기 위해서다.

 

평소 만나는 그녀는 미스테리어스하고 어딘가 그림자가 진 분위기를 가진, 조금 어긋난 상식을 가진 아이였다.

 

그래서였는지, 레이스에서는 제대로 달릴 수 있는지 걱정이 됐다.

 

 

 

그렇지만, 좋은 뜻으로 크게 예상을 배신해줬다.

 

반소매 반바지의 체육복을 입고 1번의 이름표를 단 스즈카가, 게이트에서 나온 순간에 안 쪽에서 선두에 섰다. 그 후에는 그대로 마이페이스라는 느낌으로 앞을 계속 달려나가, 골할 때는 크게 차를 벌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스즈카가 달리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며, 반했다고 말해도 좋았다.

 

강한 힘이 느껴지는 달리기.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 흔들리는 꼬리.

 

달리기 전까지, 내가 스즈카에게 가지고 있던 외로워보이는 이미지는 레이스가 끝날 즈음에는 더 이상 없었다.

 

외로워보이는 아이.

 

그런 이미지를 가진, 처음 만났을 적과는 달랐다.

 

그 때의 만남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혼자 공원에서, 비에 맞으면서 외롭게 벤치에 앉아있던 스즈카와 만났던 것은.

 

 

계절은 9월도 후반이 됐던 여름의 끝.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는 꽤나 예전이었다고 느껴지는, 오늘은 비가 쏴아쏴아하고 강한 기세로 내리는 추운 날이었다.

 

고등학교가 오후 3시 경에 끝나고, 부활동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나는 딴 길로 새지도 않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놀고 싶은 마음 가득한 남자 고등학생으로서는 돌아가는 길에 딴 길로 새는 게 당연하지만, 나는 집에 돌아가서 집안일과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딱히 누군가에게 혼난다는 것도 아니지만, 내게는 할 필요가 있었다.

 

일로 오랫동안 집에 없는 부모끼리 바람 의혹이라던가 사랑이 없다던가 지껄이며 이혼하고, 집과 돈을 쥐어줘서 아파트에서 자취.

 

존경도 할 수 없는 부모를 보고 자란 경과로 배운 것은,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서, 수입이 그럭저럭 좋은 우량회사에 갈 필요가 있다.

 

친구들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훌륭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희생이다.

 

거기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나 되면 대학 수험은 가깝다.

 

 

 

그러니까 오늘도 오늘대로, 딴 길로 새지 않고 바로 돌아가고 있다.

 

숄더백을 등에 매고, 손에는 우산을 들고 교복의 반소매 와이셔츠를 살짝 비에 적시면서 조용한 주택가를 걷고 있자, 돌아가는 길에 있는 공원이 신경쓰였다.

 

비오는 날에 일부러 오는 사람이 없을텐데, 우산도 쓰고 있지 않은 여자애가 벤치에 앉아있기 때문이다.

 

발을 멈추고, 공원의 입구에서 벤치에 앉아있는 그 애의 옆얼굴을 보자 외견적인 특징으로 보아 사람이 아닌, 그 애는 나와 같은 나이 정도로 보이는 우마무스메의 여자애였다.

 

사람의 귀에 위치에 있을 것이 없고, 대신에 머리 위에는 말의 귀가 있다. 그 귀에는 녹색의 귀를 덮고 있는, 리본과 같은 귀 커버 비슷한 카츄샤를 달고 있었다.

 

원피스 타입의 파란색을 기준으로 한 세라복의 교복을 입고 있는, 굉장히 겸손한 크기의 가슴 언저리에는 파란 리본과 편자의 모양을 한 브로치가 달려있다.

 

아래는 하얀색에 푸른 라인이 들어가 있는 스커트. 허벅지까지 있는 하얀 니삭스와 교복에 신발의 로퍼는, 이 근방에서는 우마무스메들이 다니는 학교로써 유명한 트레센 학원의 것이다.

 

얼굴이 미인이며, 밝은 갈색의 머릿결의 그녀는 움츠러들어서 외로운 듯이 지면을 계속 쳐더보고 있다. 엉덩이로부터 튀어나온, 머리와 같은 색을 하고 있는 꼬리는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내버려두면 감기에 걸려, 길에 나왔을 때 차에 치여 죽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일이 신경쓰여, 나는 공원에 들어가서 곧바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정면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었지만, 눈 앞의 우마무스메의 아이는 내게 반응하는 모습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괜찮냐?"

 

너무나도 무반응이었던 것에 따라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을 걸자,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 눈에는 아무런 의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나도 무방비하며 무기력하고 외로워보여서. 살고자 하는 기력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사람에게 관여하는 것은 귀찮을 뿐이다.

 

무시하거나, 혹은 경찰에 전화하는 것이 보통이겠지.

 

그래도 나는 그런 눈 앞의 아이를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다. 이 아이를 보고 있으니, 부모가 이혼하고 자신이 버려진 것만 같다고 느꼈을 때의 일이 떠올라서.

 

"우마무스메의 학원이란 건 전 기숙사제였을텐데, 안 돌아가냐?"

 

그녀가 이제부터 어떻게 하고 싶은지 신경쓰여 물어보았으나, 나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지면을 지그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말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차갑게 식어있는 그녀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내 집으로 데려갈 거야. 싫다면 말해줘. 바로 손 놓으면 난 그냥 갈테니까."

 

잠시동안 대답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서 억지로 손을 잡아당겨 일으켜세웠다.

 

그렇지만, 그 몸은 힘없이 나의 가슴으로 기대어왔다.

 

170cm의 신장인 나보다 조금이지만 작은 등은 한 손으로 끌어안기에는 힘들다. 그렇기에 서둘러서 우산을 집어던지고, 지면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양손으로 끌어안았다.

 

그렇게 하고 나서 차가운 몸의 여자애를 다시 벤치에 되돌리고, 떨어뜨린 우산을 접고서는 근처에 냅다 던졌다.

 

"데려가는 게 싫은 게 아니라면, 혼자서 일어나던가 업게 해줘. 어느 쪽이 좋냐?"

 

여자애의 턱을 잡고, 나의 시선과 맞추었다. 그 눈은 아까 전과 달리, 아주 조금이지만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한 느낌이 들었다.

 

"……업어줘."

 

조금 고민한 후에 조그마한 입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선택지를 내놓고서는, 고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업어달라니. 지금까지 연인조차 없었던 내게 고도의 요구를 해왔지만 상대는 여성이다. 이런 곳에서 이상하게 두근거리거나, 언동이 수상해질 수는 없다.

 

나는 여자애를 등에 짊어지고서 자취하고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단련된 몸이라면, 로망이 있는 공주님 안기를 하고 싶지만 그런 체력은 없다. 그러니까 쌀포대를 짊어지듯 잡스러운 업기로 가는 것을 용서해주길 바라자.

 

여자애를 등에 짊어진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유괴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다행이게도 사람과 만나는 일 없이, 아파트에 도착했다.

 

2층 건물로, 와실이며 1K 정도의 넓이의 방인 201호 실의 앞에 오자, 등에 업혀있던 여자애를 내리게 했다.

 

숄더백에서 방 열쇠를 꺼내서 문을 열고, 그녀를 현관으로 들어오게 했다.

 

일단 그녀를 앉힌 채로, 신발을 난폭하게 벗고 숄더백을 바닥에 둔 나는 현관에서 주방이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책장과 서랍, 탁상에 TV가 있는 방의 서랍에서 목욕 타월을 4장 꺼내 그것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자, 이걸로 몸 닦아."

 

현관에 앉은 채인 여자애에게 2장의 목욕 타월을 내밀었지만, 받아들 기색도 없이 나를 머엉하니 올려다보고 있을 뿐.

 

한숨을 쉬며, 나는 자신의 얼굴만을 닦고 나서 여자애의 몸을 닦아나갔다.

 

교복이 비로 들러붙어서, 속옷이 비쳐보여, 평소라면 신경쓰였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얼굴을 문질문질 닦고 나서, 가슴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상반신을 닦아나갔다. 그게 끝나자 나는 와이셔츠를 벗고 티셔츠를 입고, 다른 목욕 타월을 써서 나 자신의 몸을 닦아나갔다.

 

"나머지는 알아서 닦으라고."

 

그렇게 말하자 여자애는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일어나, 손에 든 목욕 타월을 어째선지 내게 향해왔다. 나는 손을 잡고 여자애 자신의 몸을 닦게 했다.

 

"누가 내걸 닦으랬어."

 

"데려와줬으니까, 답례로써 닦아줘야지 하고 생각했어."

 

"너는 일단 네 걱정이나 해라. 알았냐, 제대로 닦아두라고?"

 

작게 끄덕인 것을 확인하고, 주방 바로 옆에 있는 목욕장으로 가, 보일러의 스위치를 누르고 샤워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나서 방의 오일 히터의 전원을 키고, 빨아놓은 지 얼마 안 된 아직 입지 않은 학교 지정의 붉은색 저지와 속옷을 말리기 위한 드라이어를 준비해 현관으로 가져가서, 바닥에 놓았다.

 

"샤워해라. 저지는 빨아놓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깨끗하고, 여성용 속옷은 없으니까 알아서 말려. 그 동안, 나는 밖에 있을 테니까. 뭐 질문할 건?"

 

얼른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싶은 나는 빠르게 그렇게 전하자, 여자애는 저지를 손에 들었다.

 

"이거, 나는 못 입을 거라고 생각해."

 

"미사용품은 없으니까 참아줘."

 

"그게 아니라. 꼬리를 내놓을 구멍이 없어."

 

…우마무스메였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서둘러서 방에서 가위를 가져와 저지에 구멍을 내려고 했으나, 어느 정도 자르면 되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꼬리를 만져서 크기를 확인하면 되지만, 그건 단순한 성희롱이 된다.

 

"모르겠으니까 알아서 잘라."

 

"괜찮아?"

 

"그래. 자르는 건 금방 할테고, 먼저 샤워해줘.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데려온 의미가 없어."

 

"그건 내 알몸이 보고 싶다는 거?"

 

"안 봐! 얼른 샤워나 하고 와 이 우마무스메! 머리도 속옷도 제대로 말려서 준비가 다 되면 나가라고!"

 

데려온 이유를 이제 알겠다는 얼굴에 나는 큰 소리를 내며, 나는 자기가 쓸 목욕 타월을 2장 잡아채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해서 아파트의 복도로 나오자 닫힌 문에 등을 대고 앉아, 자신의 몸을 닦아갔다.

 

한숨을 쉬니 한순간에 피로감이 찾아왔다.

 

나는 선의로 사람을 도왔으니 어엿한 인간이라는 자기만족을 하고 싶었을 뿐이지만, 듣고 보니 에로한 명목으로 데려왔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그저, 몸을 닦을 때 옷 위로부터 보여버리는 속옷에 눈이 가버리는 건 불가항력이다. 에로 목적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런 것을 생각하며,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며 정당화하면서 몸을 다 닦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외에 할 일이 없어, 젖은 목욕 타월을 자신의 상반신에 두르고 계속 내리는 비를 보며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추위에 몸을 떨면서, 머엉하니 있자 등에 대고 있는 문에서 조그마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끝났냐?"

 

"응."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데 하고 생각하면서, 문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일어나, 슬며시 조용히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나의 조금 큰 저지를 입고, 차분한 머리에 카츄샤가 벗겨져 옆으로 누워있는 말귀가 보이는, 귀여운 여자애가 있었다.

 

어딘가 일반상식이 어긋나 있는 애가 평범하게 옷을 입고 있어서 안심했다. 사양해서 속옷 차림뿐이었다면 화 냈을 뻔했다.

 

나머지는 내가 샤워하러 가서 몸을 데우면 진정되겠지만, 그 전에 이름을 듣지 못했던 것을 떠올렸다.

 

딱히 오늘만 마주칠 만남이었기에 이름따윈 몰라도 되지만, 모처럼 알게 된 사이니까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몰라도 되지만, 내 이름은 아키다. 네 이름은?"

 

부모와 같은 성이 붙은 이름이 싫어서, 친구들에게서 불리는 별명을 말했다.

 

여자애는 내가 풀네임을 말하지 않는 것에 신기해하는 듯 쳐다보아왔지만,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사일런스 스즈카. 아직 데뷔도 안한 우마무스메."

 

이름과 동시에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알려줬다. 레이스에 나간 적이 있다던가 없다던가, 그런 건 신경도 안 쓰지만 우마무스메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일이겠지.

 

왜 공원에 있었는지, 신경쓰이는 건 몇몇 있었지만 자기가 말하고 싶어지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무리하게 물어봐서, 싫어하는 건 싫으니까.

 

"그럼… 스즈카면 되겠지. 사일런스 스즈카라고 전부 부르는 건 길어."

 

"거기서는 경칭을 붙여야하는 거 아니야?"

 

"왜 거기만 상식인인데."

 

마이페이스면서 왜 거긴.. 하고 당황하면서, 나는 스즈카가 썼던 목욕 타월을 손에 들고, 내가 몸에 두르고 있던 것과 같이 세탁기에 넣었다. 샤워를 한 후에 나 자신이 벗은 옷을 넣고 나서 세탁기를 돌리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서는 스즈카의 교복을 말릴 시간이 늦어지고 만다. 시간 우선이란 걸로 내가 입고 있던 와이셔츠와 스즈카의 교복도 넣고 탈수 버튼을 눌렀다.

 

서랍에서 자신의 속옷과 갈아입을 옷, 목욕 타월을 들고 목욕장 앞에 놓았다.

 

그리고 옷을 벗고 샤워를 하기 위해서 목욕장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옷에 손을 댄 순간에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스즈카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떡하면 돼?"

 

"내가 샤워하고 나올 때까지 맘대로 해도 돼."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지만, 곧바로 이름을 불렸다.

 

"아키 군."

 

"왜."

 

예쁜 여자애에게 자신의 이름을 불리는 것에 신선함과 기쁨을 느끼면서 돌아보니, 스즈카의 손에는 입고 있었을 터인 브라와 셔츠, 그것과 드라이어를 들고 있었다.

 

잠시 뿐 사고가 멈췄으나, 바로 이해했다.

 

그래, 내가 빌려준 저지 밑은 노브라 노팬티의 상태라는 것을.

 

스즈카는 꼬리를 붕붕 흔들며,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니다.

 

남자인 내게 속옷을 보이는 것에 아무런 수치심도 못 느끼는 모양이다.

 

알겠다. 이 애는 멍청이다.

 

이제부터 마주할 때는 그 점을 머리에 넣어두기로 하고, 무심코 힐끔힐끔 쳐다보고 마는 속옷에서 눈을 돌렸다.

 

"이거, 말려도 돼?"

 

"말려두라고 말했잖냐! 에에잇, 나한테 보여주지 마! 구석에 가서 말려둬!"

 

방구석으로 가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고개를 끄덕인 스즈카는 솔직하게 가서 콘센트에 드라이어를 꽂고 나서 앉아, 속옷을 말리기 시작했다.

 

공원에서 집까지 데려오는 것보다, 집에 오고 나서부터의 상황 쪽이 너무나도 지친다.

 

크게 한숨을 쉬고, 옷을 벗어가자 내게 등을 돌리고 있는 스즈카의 꼬리가 보였다. 저지에 가위로 구멍을 뚫었을 뿐이라, 그 구멍에서 하얀 엉덩이의 일부분이 보여버리고 있다.

 

그 모습에 이성과 본능이 싸워, 이성이 이겨 시선을 돌리자, 스즈카의 머리 위에 있는 말 귀가 이 쪽을 향해 있었다. 

 

스즈카의 귀를 신경쓰면서 옷을 전부 벗고, 하반신에 목욕 타월을 둘렀다.

 

바로 들어가는 거면 목욕 타월을 필요 없지만, 조금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다.

 

"스즈카는 변태."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스즈카가 몸을 움찔하고 떠는 것과 동시에 이쪽을 향해 있었던 말 귀가 빠르게 앞을 바라보았다.

 

내가 스즈카에게 흥미가 있는 것처럼, 저쪽도 흥미가 있는 모양이다. 수치심도 있다는 것을 알고, 알몸으로 어슬렁거린다던가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에 조금이지만 안심했다.

 

스즈카가 이쪽에 주의를 향하지 않은 사이에 목욕장으로 들어가, 벗은 목욕 타월을 밖에 놓았다.

 

목욕장 안은 따뜻하며, 맡아본 적 없는 냄새가 난다.

 

그것이 스즈카의 냄새라는 것을 바로 깨닫고, 어쩐지 부끄러워져 버렸다. 같은 나잇대의 여자애가 쓴 목욕장을 쓴다는 건.

 

두근두근거리면서도, 샤워를 하며 몸이 따뜻해지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샤워하면서, 이 다음은 어떡할까 생각했다. 머리를 말리고, 다음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면 되나. 저녁 시간은 아직 이르고.

 

여러모로 생각하면서 목욕장의 문을 슬며시 열고, 틈새로 손을 뻗어 목욕 타월을 잡았다.

 

몸을 닦으면서, 목욕 타월을 허리에 두르고 밖으로 나왔다. 목욕장 안에서 갈아입으면, 어떻게 해도 옷이 젖어버리니까 밖에 입어야 하니, 보여질 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찾아왔다.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에서는, 지금과는 반대 전개가 보통일텐데. 소녀만화라면 이런 일 있거나 하나?

 

라며, 부끄러워하면서 등을 돌리고 있는 스즈카를 보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스즈카의 귀는 아까 전과는 달리, 이쪽에 귀를 향하지 않기 위해서 귀가 안절부절하는 움직이며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행위에 감탄하면서 갈아입은 후에는 주방으로 향해, 주전자에 2인분의 물을 넣고 불을 켰다.

 

찬장에서 머그컵 2개를 꺼내 주방에 놓고, 뭘로 할까 생각한다. 집에 있는 것은 인스턴트 커피와 홍차, 친구들에게서 받은 채 캔으로 냅둔 미개봉의 콘부차가 있다.

 

"스즈카, 뭐 마실래?"

 

드라이어의 소리에 지지 않도록, 큰 목소리로 그렇게 묻자 말리는 손을 멈추고 스즈카가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녹차류가 놓여있는 찬장에 손가락을 가리키고 스즈카 자신에게 고르게 했다. 그렇게 선택된 것은, 콘부차였다.

 

외견적으로는 홍차를 고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만큼, 예상 외의 선택에 놀라면서 캔을 손에 들고 열었다.

 

처음 타보는 거라, 캔 표면에 있는 설명을 주의깊게 읽는다. 그렇게 있자 바로 옆에서, 목욕장에 들어갔을 때와 똑같은 냄새가 났다.

 

바로 옆에 온 스즈카는 내가 들고 있는 캔을 손에 들었다.

 

"내가 할게."

 

"너는 말리고나 있어."

 

"아키 군은 콘부차 마셔본 적 없지? 그거라면 내 쪽이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아까 전까지의 치부를 숨기고파 하는, 스즈카의 의욕 어필.

 

무언가 실수를 할 것 같은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본인한테 의욕이 있으니 평소에 마시고 있는 모양이니 맡겨두는 게 제일이겠지.

 

"알겠어. 그럼 맡긴다."

 

"응. 대신 아키 군은 내 속옷을 말려줘."

 

충격적 발언을 해놓고선, 자신이 말한 것에 신경조차 쓰지 않고 머그컵에 콘부차 가루를 넣기 시작했다.

 

여자애의 속옷을 말리는 건 범죄 아닌가,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건 대체 뭔가 하며 의문스레 생각하면서, 만지니 약간 젖어있는 속옷 앞에 앉았다.

 

화려한 자수가 들어가있는 속옷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하며 드라이어의 스위치를 키고 속옷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서, 스즈카의 모습을 슬며서 보니 주전자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머그컵 2개를 들고 온 스즈카는 탁상에 놓았다.

 

나는 드라이어의 스위치를 끄고, 머그컵 하나를 손에 들고 앉자 스즈카도 내 반대쪽에 앉았다.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머그컵에 들어있는 콘부차를 마셨다.

 

처음 마셔본 맛은, 짠 맛과 콘부의 감칠맛 성분이 들어간 스프라고 생각했다. 밥이랑 같이 먹고 싶어진다. 혹은 뭔가 반찬이 있었음 좋겠다.

 

차라고 하기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맛이지만, 마음도 몸도 따뜻해져 간다.

 

두번째로 마시고 난 뒤, 진정된 참에 스즈카에게 신경쓰였던 점을 물어보았다.

 

"저기, 스즈카는 공원에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어 그게, 산책?"

 

"우산도 안 쓰고? 나는 우마무스메 관련자도 아니고, 그냥 학생이야. 이상한 소리를 해도 안 혼난다."

 

"그럼 말할게. ……침울해져 있었어. 이번에 나가기로 했던, 첫 레이스 때문에."

 

"우마무스메다운 고민이구만."

 

"응. 그래서 말이지, 나를 훈련시켜주던 트레이너 씨가 『너는 아직 레이스에 내보낼 수 없어』라고 들었거든. 주위 애들이 점점 레이스에 나가는 와중에, 나만이 뒤쳐졌었어."

 

아까 전까지의 과묵하던 모습과 달리, 불만이나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것처럼 내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자신이 없는 것만 같은 불안한 목소리로.

 

"레이스에 나갈 수 없는 이유는, 내 성장이 늦어서 그렇대. 그래서 레이스는 늦은 시기가 된대. 그래도 그건 어쩐지 내게 능력이 없다고 말하는 느낌이 들어서…"

 

"역시 우마무스메란 건 레이스에 나가고 싶은 건가?"

 

"달리는 게 없어진다면, 우리들 우마무스메의 존재가치 따윈 없는 거랑 마찬가지라 생각해. 춤추거나 노래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우마무스메가 아니라도 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를 들어봐도, 우마무스메의 고충 따윈 내게는 모르겠다.

 

나는 우마무스메도 아니고, 우마무스메들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라 자세하지도 않다.

 

그저, 자신의 가치 따윈 하나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문제를 마주하고 고민해나간다는 건 굉장하다고 생각해. 편한 쪽으로 도망치려고 하지 않으니까."

 

현실도피로 어딘가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장래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 거니까.

 

"…그런 어엿한 일이 아니야."

 

나로서는 너무나도 어엿해보인다. 공원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빗 속에 있을 정도로 고민하고, 자신의 가치에 의문을 가지는 건.

 

그래도 말 뿐으로는, 스즈카의 도움도 뭣도 안 된다.

 

오늘 막 만난 스즈카의 힘이 되어주고 싶다. 자신에게 자신을 갖고, 이 애의 미소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럼 내게 할 수 있는 건?

 

조금 식은 차를 다 마시고, 생각한 결과는 일단 밥을 짓는 것이었다.

 

"스즈카, 지금부터 밥 지을 건데 뭐 먹고 싶은 거나 좋아하는 건 있냐?"

 

"그게… 야채중심이면 좋을 것 같아."

 

"알겠어. 만들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저녁 정도는 먹고 갈 시간은 있잖아?"

 

"왜 아키군은 나한테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야?"

 

"옛날의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야."

 

부모가 이혼하고, 아파트와 돈을 쥐어주고, 버려졌다고 생각해 세상과 부모에게 실망했었던 나의 과거와, 스즈카가 공원에 있었을 때의 분위기가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누군가를 내쳐버리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미인에게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다는 거지 뭐."

 

그렇게 말하고, 아주 조금 부끄러워져서 일어나, 주방에 갔다.

 

지금부터 밥을 짓는 건 시간이 걸린다. 냉장고를 보니, 상황 좋게 우동이 있었다. 2인분의 우동과 적당히 야채를 볶아서 저녁으로 하자.

 

냉장고에서 야채를 꺼내어, 도마 위에 야채를 자르고 있자 옆으로 스즈카가 찾아왔다.

 

"왜?"

 

"만드는 거, 봐도 돼?"

 

"되는데, 속옷은 입었냐?"

아까 이야기 했었던 때보다, 어딘지 모르게 밝아진 스즈카에게 묻자 저지를 내려 브라를 차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그것을 보고, 당장 나는 부엌칼을 놓고 저지를 잡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조용히 보고 있으면 괜찮아."

 

"아키는 난폭하네."

 

"네 상식이 어긋나서 그렇잖냐!"

 

질색하는 말투에 큰소리를 내버렸지만, 그게 뭐가 이상한 건지 스즈카는 조그맣게 미소를 띄웠다.

 

처음으로 본 미소에 무심코 쳐다보고 있었지만, 제정신을 되찾고 요리를 했다.

 

"누군가가 걱정해준다는 게, 이렇게나 기쁜 건지 몰랐어."

 

부끄럽다. 어쩐지 그런 말을 듣는 게 부끄럽다.

 

스즈카는 무심코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이고 만다. 예를 들면, 손이 많이 가는 여동생을 가졌다고 하면 좋을 지도 모르겠다.

 

요리를 계속 만들어가면서, 지그시 내 손 주위를 쳐다보는 스즈카의 옆얼굴을 보고, 그런 것을 생각했다.

 

볶은 야채와, 우동을 익히는 것이 끝나 요리가 다 되자, 그릇에 옮기는 것은 스즈카가 자발적으로 해주었다.

 

탁상에 서로 마주 앉아, 우마무스메에 관한 잡담이나 학원 일을 물어보았다.

 

식사가 끝나도 이야기는 계속되어, 스즈카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스즈카는 시간이 신경쓰이는지, 방에 있는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나, 이제 돌아가야 돼."

 

"그러냐. 오늘은 얘기 잘 들었어."

 

"나도. 유괴당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유괴 아니거든. 데려가기 전에 제대로 물어봤잖아?"

 

"…그게, 그런 소리를 들었던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한테서 눈을 돌리면서 일어나며, 세탁기 앞으로 가서 교복을 손에 들었다.

 

그걸 보고, 나는 바로 집 밖으로 나가, 다 갈아입는 것을 기다렸다.

 

스즈카가 나왔을 때는 만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 되어있었다.

 

"오늘은 고마워. 조금이지만 기운이 났어."

 

"그건 다행인걸. 만약 스즈카를 TV에서 볼 기회가 있으면, 오늘 일을 떠올리면서 봐줄게."

 

"내가 좋아졌어?"

 

"아니니까 얼른 가라."

 

스즈카는 조금 불만인 모습이 되었으나, 바로 감정이 없는 쿨한 표정을 내게 향해왔다.

 

나는 집으로 한 번 돌아가, 다 쓰고 버린 비닐 우산을 들고 사양하는 스즈카의 손에 억지로 쥐어줬다.

 

그 모습에 당황했었지만, 내 강한 의지를 느끼고 받아주었다.

 

"이제 비 맞지 마라. 그럼 잘 가."

 

"…응, 바이바이."

 

그렇게 말하고, 스즈카는 내게 작게 손을 흔들면서 돌아갔다.

 

오늘은 지쳤지만, 좋은 일을 했다고 정신적으로 충실했던 하루였다.

 

우마무스메, 사일런스 스즈카와의 우연의 만남. 스즈카와 서로 이름으로 부르고 이것저것 도와준, 상식이 조금 어긋난 여자애. 그녀의 고민이 가벼워진 거라면, 기쁘게 생각하자. 분명 만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니, 쓸쓸하게 느껴졌지만 애초에 그런 미인인 애랑 이야기를 했었던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하자.

 

만약, 그녀가 유명해지면 내 마음 속에 만족감이 분명 생길 것이 틀림없다.

 

그 애는 내가 도와줬어, 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즈카가 없어진 방향을 잠시동안 바라보고 있었으나, 몸이 차가워져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가 되어 조용해진 집 안. 세탁기 앞에는 스즈카가 남기고 간, 엉덩이 근처에 구멍이 난 저지가 놓여있다. 이 저지는 나중에 수선해서 집에서 입기로 하자.

 

그거랑 공원에서 냅다 버려버린 우산은 내일 아침에 주워가야지.

 

그렇게 시끌벅적하고도, 조금 즐거웠던 날은 끝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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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넘 길어서 1화 3분할로 함

 

2화는 킹 헤일로

 

3화는 보드카

 

4화는 다이와 스칼렛임

 

5화부턴 서비스 시작 이후 새로 쓰는 거라 좀 더 익숙한 캐릭터성이 보일듯함

 

오랜만에 번역하니 재밌네